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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r 31.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브라질 기행기 4

이과수 폭포 (악마의 목구멍 Garganta del Diablo)


2013.02.18

아침 일찍 신선한 기분으로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국경이라고 해도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냥 아름다운 숲길을 차로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느끼면 된다. 며칠을 보낸 것처럼 벌써 익숙해져 차 밖으로 팔을 내어놓고 흔들고 인사하며 간다.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나라의 국립공원에 위치하고 있고, 모두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국립공원은 자연경관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생태 국립공원이다. 아르헨티나 입국 사무소에서 기념으로 여권에 도장을 받고, 생태공원 쪽으로 간다.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 국립공원은 미니 열차를 타고 생태 공원 쪽 숲을 들러 가게 되어있다. 공원을 지나 다리를 건너야 폭포 쪽으로 갈 수 있다. 


이른 편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있다. 본 적도 없는 새들이 지저귀고 공기는 상쾌하다. 명색이 국립공원 아닌가. 이과수 폭포가 아니라도 체험하고 볼거리가 아주 많다. 올라가는 길은 황토 진흙길이다. 황토 마사지도 하는 판인데, 황토흙을 밟고 싶어서 우리는 열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한다. 황토흙이 누렇다 못해 벌겋고 탐날 정도로 찰지다. 악마의 목구멍에서 쏟아져 나온 물이(그 물도 황톳물이다만) 이미 큰 강을 이루고 지류가 되어 사방으로 넓게 퍼져 간다. 이 황토 진흙물은 얼마나 많은 생물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할까 그냥 물도 좋으련만 미네랄이 가득한 황토 진흙물이니, 온갖 생물들에게 영양분도 공급하는 생명의 물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 입장에서 보면, 주어진 이 큰 축복이 부럽기도 하다. 부지런한 개미들은 줄지어 움직이고 있다. 여긴 겨울 준비하지도 않을 곳일 텐데 어디 살든 역시 개미는 부지런한가 보다.


이과수 폭포는 1986년 개봉한 영화 "The Mission"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이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찾게 되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1750년 파라구아이와 브라질의 국경지역 이과수 폭포 지역에 사는 원주민 과라니족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던  스페인 신부들의 선교 이야기다. 포르투갈의 식민지 영토전쟁을 방임하는 로마 교황청에 "진정한 사랑"과 "정의 구현"으로 대항하는 예수회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와 멘도사(로버트 드 니로)의 순교와, 그들로 인해 마음을 연 원주민과 아이들이 죽음 앞에서도 함께하는, 이과수 폭포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물론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인류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헌신"이지만, 이과수 폭포의 아름다운 정경과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유명한 음악이, 이과수 폭포를, 악마의 목구멍을 각인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영화 미션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 여겨진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깊숙이 들어있었던 이곳에, 이제 온 것이다. 꿈꾸라 꿈은 이루어진다!


이과수 폭포를 아르헨티나 쪽에서도 꼭 봐야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악마의 목구멍에서는 초당 6만 톤,  시간당 수백만 톤의 무시무시한 양의 물을 쏟아 낸다고 한다.  실제로 보니 무서울 정도로 큰 어쩌면 누구도 본 적 없는, 대형 화산의 분화구 같다고 할까? 화산은 엄청난 불을 뿜어 내지만, 악마의 목구멍은 마치 세상의 모든 물들을 다 빨아들이는 것 같이 보인다. 어제 브라질 쪽의 많은 폭포들 속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보다 악마의 목구멍에서 한 곳에서 쏟아지는 물이 이과수 폭포 전체, 쏟아지는 물의 반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지 알 수 있다.

이과수는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고 삼키지도 하지만, 내뱉어 온 대지에 새로운 생명들을 키운다. 토해낸 물줄기들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며 아래로 뻗쳐간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생태공원 입구)

(트램을 타지 않고 황토 길을 걸어간다 )

(아침부터 부지런한 아르헨티나 생 개미와 이과수 국립공원 조감도, 위쪽 커다란 악마의 목구멍이 보인다)


우리는 생태공원의 경관을 감상하며, 또 다른 생명체들의 활발한 활동을 보면서 다리를 건너 이과수 폭포(악마의 목구멍) 쪽으로 왔다. 폭포는 보이지 않는데, 얼마나 시끄러운지 서로의 말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한참 동안 숲길을 걷는데, 마침내 악마의 목구멍이 멀리 보인다. "아 저 소리였구나" 엄청난 모습과 어울리게 엄청난 소리가 천지를 울린다. 누런 황톳물이 쏟아져 부딪히는 소리.  폭포 옆엔 이른 아침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와 있어 한참을 헤집고 들어가서야 앞에서 볼 수 있었다."야 악마의 목구멍"이다. 귓청엔 다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후려치는 물 폭포의 요란한 소리만 울릴 뿐이다. 눈앞에 벌어지는 장관에 뭐라 할 말을 잃고 보고 있으니, 정말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충동이 인다. 악마의 폭포는 "영혼을 빼앗아 간다"라고 하지만, 온몸도 휘감아 갈 것만 같다. 세상 모든 소리를 밟고 선 물소리가,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영혼을 채어 갈 것만 같다. 우리 일행은 물론 각국에서 온 사람들도 저마다 탄성을 지르며 인생 샷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간다. 나도 에치도 제이도 우리들의 삶을 옭아매었던 짐덩이를 물 구덩이 속으로 던진다. 아니 안 던져도 저 폭포가 가지고 간다. 남 생각하느라 힘들었던 삶을 여기까지 싸들고 온 이유가 있었구나! 영화 미션의 진한 감동이 생각난다. 우리들 모두에게도 그런 인생의 미션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내 몸 구석구석 어딘가엔 잔재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표출되지 않을 뿐이다. 살아가는 방식에 맞춰야 하는 인생길에 많이 닳아서... 

점점 커지는 듯한 물소리의 굉음이 오보에의 가녀린 선율과 더불어, 지친 여행자의 몸과 영혼에 위로와 용기를 안겨준다.


         (파노라마로 담아 본 악마의 목구멍)




   (모든 것을 다 토해 내는 듯한 악마의 목구멍. 낙차의 굉음이 아직도 쟁쟁하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악마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온 진흙탕물이 큰 강을 이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일상인데, 글을 쓰면서 잠시라도 그때의 추억으로 확 뚫리는 가슴을 느낀다. 2013년엔 예측이나 했을까 10년 후에 이런 팬데믹이 올 것이라고. 누구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시간 힘든 때도 있었지만, 돌아보니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평범하게 누리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았지.

돌아보면 인생은 공평한 것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놓아주어야 하는 것도 있는 법, 그걸 놓지 못하고 있다가는 결국 밀려오는 파도에 쓸려가게 된다. 

뒤 돌아봐야 인생이 공평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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