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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r 29.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브라질 기행기 2

상파울루 1(시립 시장, 상파울루 사람들 일상 등)


2013.02.15  시장 구경

   일행과 번개시장 구경을 나섰다. 마켓아니고 큰 공터에서 일주일에 두 번 좌판을 벌여 여러 가지를 파는데 제법 크고 사람도 북적거렸다. 우리네 시골 장터 같은 곳이다. 야채와 과일이 주로 많고 곡류도 판매한다 사람들과 얘기해보니, 좋아한다. 특히 브라질 사람들은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서로 찍어 달라고, 또 같이 찍자며 사심 없이 좋아한다. 남의 눈치 같은 것은 의식 않는 마음이라 그런가 가리는 게 별로 없다. 마침 어느 가게 아주머니와  야채를 팔고 있던 청년에게 사진 찍겠느냐고 물으니 흔쾌히 승낙한다. 그리고 아주 자랑스럽게 찍었다. 브라질에 있는 동안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자존감이 상당히 높았다.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먹을 것에 대한 걱정도 별로 없고, 사는 데 어떤 편리성이나 삶의 격? 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주어진 하루를 즐겁게 기분 좋게 보낸다는 모습이 많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 간식거리가 있어 물어보니 "빠스테우"라고 한다.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반죽에 고기 다진 것을 넣고 바삭하게 튀겨진 빵 같은 것인데, 금방 튀겨줘서 그런지 맛이 괜찮았다. 빠스테우는 브라질 국민간식 같은 것이다. 반죽을 맛있게 잘해서 고기 간 것, 양파, 햄, 새우, 닭고기, 치즈 등을 만두소처럼 넣고 튀겨내는 것이다. 기름에 튀겨내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사탕 수숫대를 짠 음료(즉석 설탕물?)도 팔고, 과일주스도 갈아 판다. 특히 요즘 브라질에선 과라나 주스를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대부분 달다. 사람들이 단 것을 좋아하는 편인 듯, 지역마다 음료를 먹어 봐도 우리 것보다는 훨씬 달았다. "따봉"하던 오렌지 주스 광고가 생각나는데, 브라질에서 먹는 생오렌지 주스는 정말 따봉이다. 당도 15 이상은 족히 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살찐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았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주전부리도 하는 중에 우리나라 밤과 정말 똑같이 생긴 밤과 감을 봤다. 다만 두시가 넘자 짐을 싸기 시작한 가게가 많아 아쉬웠다.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는 것 같다



        (장터에서 만난 아주머니와 가게 청년 , 가운데는 사진 찍는다고 포즈를 취해 준다)


이른 저녁 볼일이 있어 잠깐 나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고 천둥 치면서 동시에 번개가 내리쳐 큰 일이라도 터질 것같이 으르렁거린다. 신기하게도 금세 그쳤다. 어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올 때도 갑자기 비가 쏟아졌었다. 길가에 물이 넘쳐흐를 정도로 쏟아지다가 금방 그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반짝거린다. 브라질은 나라가 커서 기후도 다양한 데다, 더운 나라다 보니 동남아처럼 스콜 현상도 있는 것 같다. 여행기간 동안 하루에 한 번은 소나기가 온 것 같다.


 길 가다가 귀엽게 생긴 "까쇼"라는 포인터를 만나,  "따봉"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더니, 개는 꼬리 치고 주인은 웃는다. 사람들이 정이 많다. 아까 재래시장에서 만난 장사하는 사람들과 같다. 우리 숙소는 상파울루에서도 상류층들이 사는 곳이어서 그런지, 조용하고 깨끗하다. 브라질 사람들은 개를 좋아하고 잘 보살핀다. 떠돌이 개도 많지만, 반려견으로 많이 키운다. 아침에 주인과 다정하게 산책하는 왼쪽 다리를 절단한 레트리버도 만났다. 요키 두 마리를 데리고 나온 아주머니를 보니 보리 생각이 났다. 내가 강아지들에게 잘 못 해주는 건 아닌지 미안했다. 보리가 매일 나와서 운동하면 다리가 훨씬 더 튼튼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고 보고 싶었다.


도심 한가운데 애견 스파(수영장)가 있을 정도고 미용샵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가는 곳마다 강아지를 위한 시설들이 많다. 브라질에서도 애완견 관련 사업은 잘 될 것으로 보인다. 사료를 넘어  애완견 의류, 집, 건강식품, 음료, 운동 관련 용품 등의 다양화, 브랜드화, 고급화등을 하면 전망이 있을 것 같다. 반려견 사업에 대해서도 늘 관심이 있었던지라, 만약 그때부터라도(귀국해서), 반려견 사업을 추진했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사회변화의 추세상 반려견이나 반려묘 사업은 잘 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려견 사업규모가 5조를 넘는다. 늘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그래서 명언이다


도시가 오래되고 건물이 낡았어도 아주 지저분하게 보이진 않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간판이 없었다. 간판이 너절하게 매달려 있지 않아 깨끗했다. 원래 상파울루는 광고판과 전광판으로 뒤덮인 곳이었다고 한다. 2006년 시에서 광고판은 "시각적 공해"라고 금지시키고, 도시미관을 위해 대대적으로 정비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간판 정리를 많이 하곤 있지만, 거리 미관은 간판이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 서구에선 비교적 큰 간판보다 자기네 가게를 알릴 정도로만 하는 것 같다. 일본이나 중국 우리나라 같은 아시아에선 간판을 많이 단다. 하기야 알려야 장사가 되니. 개인적인 바람은 간판과 전봇대, 전선정리만 잘 돼도 도시 미관이 확 달라질 것 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저 푸른 초원의 스위스 산골과 금수강산 아름다운 우리 시골의 차이가 무엇일까. 나는 늘어선 전신주가 아닐까라고 생각된다. 

아파트 바로 앞에 슈퍼마켓이 있는데, 일본인이 경영한다고 한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일본인 이민을 100년 전부터 받아들여 브라질에도 일본 이민자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특히 상파울루에 많다고 한다. 밖에 별다른 표시가 없어 일반 집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입구 위쪽에 자그맣게 간판이 붙어있었다.


        (다리 하나 없는 레트리버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와 동네에 있는 강아지 리조트)


상파울루의 특징 중 또 한 가지는 같은 건물이 없다는 점이다. 새로 지을 때는 같은 모양의 건물은 짓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아파트도 다양하게 짓는다. 꼭 멋있게 짓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양하게 공존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리라. 사방으로 아파트에 치여 사는 우리로썬 좀 부러웠다. 요사이는 아파트도 다양하게 짓는다고는 하지만, 세트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그래도 환경을 우선해서 많이 개선되고 있으니, 편리함과 디자인과 환경의 세트 속에 자연과 공감하는 아파트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사람들은 친절해도 역시 치안에는 문제가 있다. 현지분 얘기를 들으니, 정부가 관리를 해도 개인이 철저히 치안 유지를 해야 한다고, 그래서 아파트나 개인주택 주변도 철문과 철제 펜스로 둘러쳐 있었다. 아파트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고, 잠겨 있는 입구 문은 경비가 확인한 후에 열어주었다.    


                          (개인 주택이나 아파트나 모두 철제 펜스로 보안되어 있다)

(시골에서 막 올라온 과일박스 실은 트럭,  쓰레기 분리대를 바닥에 두지 않고 세워 둠)


어느 한인 가게에서 현지인 종업원이 며칠을 말없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락도 안돼서 주변에 알아보니, 일본에 축구시합 구경하러 갔다고 했단다.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사랑은 광적이다. 큰 축구경기가 열릴 때면 시합 구경하겠다고 직장을 빠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마을이나 소 도시에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소박한 경기장이 있고, 작은 시합이라도 열리면 온 동네 사람들이 응원하고 동참한다. 스페인 여행 시 축구 관전을 위해 버스 타고 멀리 단체로 움직이는 청년들도 봤지만, 역시 브라질도 축구의 나라다. 그냥 축구를 사랑한다. 그래서 일도 중요하고, 가족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내 인생에서 축구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로썬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생각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삶의 방향과 목적 차이니까. 그리고 관념의 차이다. 책임감이 앞서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이해가 잘 안 되겠지만..


80년 역사를 가진 시립 시장( Mercado municipal )에 갔다. 상파울루에서 가 볼 만한 곳을 치면 나온다. 까쥬라고 불리는 캐슈너트 같은 견과류를 많이 판매한다. 오기 전 자료조사에서 견과류의 천국이라고 했는데, 많이 팔긴 팔았으나, 가격이 많이 싸진 않았다. 여긴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고, 상점이라 그런가 보다. 나중에 방문한 재래시장과 약간 차이가 있었으나, 헤알화가 올라서인지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쌌다. 마카다미아를 조금 샀다. 현재 마카다미아로 개발 중인 직원이 있어 원산지에서 산 원료 맛을 보라고..(한국에서 구입한 것도 여기 산이긴 하지만..)

이 시장은 건물이 오래되어 도시형성 역사에 비해 오래된 건축물이 많지 않은 상파울루에서, 유명한 편이다. 아래층에선 물건을 팔고 이 층엔 식당이 많다고 나왔는데, 와보니 아래층에서도 식당이 많았다. 현지인이 소개하는  Pastel de Bacalhau (우리나라 크로켓같이 네모난 전병에 대구 같은 생선을 갈아 속에 넣고 접어 튀긴 것)과 Pastel de belem (에그타르트 같은 것)이 유명하다고 해서, Bacalhau를 사서 반씩 나눠 먹어본다. 모타 렐라 샌드위치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사 먹어 보진 않았다.

                                    (시립 시장 전면과  2층에서 바라본 시립 시장 )


우리 음식만 하랴마는.. 좀 짜고 푸석거리고 맛은 썩 좋지 않았다. 튀긴 맛으로 먹나 보다 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은 드물었고, 점심시간이라 현지인들이 이것 하나와 과라나인지, 맥주인지(과라나도 탄산음료인 데다, 색상도 비슷해서 맥주와 구분이 안 갔다) 한잔을 놓고 먹으면서 모두들 열심히 이야기하고 정겹게 점심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았다. 


시립 시장을 나와 견과류와 곡류 도매상점을 방문했다 100년이 넘도록 운영된 가게라고 한다. 종업원들이 친절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우리는 구경하면서 만디오까 전분을 한 포대(70 헤알) 샀다. 남아메리카에 주로 재배되는 카사바(여기선 만디오까라고 불린다)는 우리나라의 고구마처럼 생겼는데, 찰기와 단맛은 조금 덜하나,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주로 타피오카 전분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파라구아이에선 브라질보다 더 많이 판매되고 주식으로 많이 먹기도 한다. 주로 전분가루로 만들어 빵으로 만들기도 하고, 밀가루 사용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몇 해 전부터 많이 팔리던 0차 에 띄운 타피오카 펄을 만드는 재료고, 찹쌀도넛에 찹쌀가루와 같이 쓰기도 한다. 찰기가 있고 찹쌀가루보다 싸서 많이 쓴다.


오는 길에 재래시장 과일가게에 들러 여러 가지 과일을 샀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 중의 하나가 열대과일 실컷 먹기다. 특히 좋아하는 망고가 엄청나게 싸게 많이 살 수 있어 행복하다. 잘 익어서 맛도 좋다. 귀국할 때까지 실컷 먹겠다고 즐거운 다짐도 해본다. 저녁은 현지 교포가 운영하는 한인식당에서 냉면과 불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한국사람은 한국음식 며칠만 안 먹어도 그리운 법이다. 음식이야 말로 토종 색을 나타내는 원초적 본능이다. 고향을, 출신지를 기리는 본능이다.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우리나라 음식만큼 맛있는 음식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타피오카 전분의 원료가 되는 만디오까(카사바)와  망고 박스를 들고 즐거워하는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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