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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r 29.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브라질 기행기 1

출발. 기내. 도착



2013.02.13 ~ 2013, 02. 24 (12일) 동안 브라질 상파울루 출장을 다녀왔다.  자주 가 볼 수 없는 먼 곳이라, 개인 휴가를 추가해서 여행을 했다. 여행 내내 갤럭시 노트 1로 기록했고,  2022.03. 시간적 여유가 생겨 그 기록을 정리해 책으로 쓴다. 시차 등 시간표시는 차이가 날 수 있다.



2013. 02. 13  

    현지에 전달할 물건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확인한다. 특히 현지에 전달할 물품들(건조식품과 통조림 등)은 더 신경 써서 철저히 했다. 무게에 맞춰 세명 개인 짐과 공용 짐을 나누어 준비했다. 일행은 나와 H 씨와 J 씨 (이하 에치와 제이로 부르기로 한다) 세명이다. 이번 출장은 내가 계획하고 사전 준비하고, 회사 업무 외 개인 휴가 일정도 냈으므로, 여행 다닐 곳에 대한 자료조사 및 예약도 내가 했다. 개인 여행에 쓸 비용은 사전에 계산해서 회비로 미리 받고, 모자라는 부분은 현지에서 걷기로 했다. 한국에서 예약할 것들은 인터넷을 통해 준비했다.


우리는 오후 한 시 삼십 분에 출발했다. 공항 도착 후 장기 주차하고, 이른 수속을 했다. 출국심사 후 면세점을 지난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공항 면세점도 덜 북적거리는 것 같다. 사람들이 둘러보긴 해도 많이 사는 것 같지 않는다. 경기 불황을 몸으로 느낀.


7:50 p.m. 비행기는 정상 이륙했다. 델타항공은 처음 타는데 자리가 생각보다 넓다. 오늘은 좌석이 많이 비어서 세명이 앉을자리에 혼자 앉아 편하게 기대어 글을 쓴다. 복잡한 일 다 잊고 짧은 기간이라도 행복하고 즐겁게 생각하고 잘 다녀오자. 남미의 열정으로 충전시키고 오리라.


금방 저녁이 나왔다. 한국에서 해 나가는 음식이라, 뜨겁고 맛도 괜찮았다. 차 한잔을 시켜 놓고 글을 쓴다. 출장이나, 여행 때마다 "자료조사를 많이 해 가지고 가야지"하지만 늘 제대로 못한다. 이번엔 미리 준비하면서 좀 본다고 결심했지만, 역시 많이 보진 못했다. 물론 시간이 얼마 없으니, 여행 목표대로 상파울루와 이과수 폭포와 리오 데 자네이로만 다녀올 계획을 했다. 개인여행으로 왔다면 시간도 넉넉히 잡아, 여러 곳을 둘러볼 수도 있겠지만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 어디 여유가 있나. 계획한 곳이라도 충실하게 안전하게 잘 다녀오길 기원한다. 바쁜 일정이라도 여유를 가져야겠다. 어제 회사 동료가 한 말이 딱 맞는 말이다. “ 천천히 운전해 가세요. 나 바빠 죽겠다고 얼굴에 쓰여 있어요.." 그래 뭐하러 이리 미친 듯이 사나. 함께 가야 하는 길은 같이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걸.. 그러니 제일 느린 사람을 닦달해 봤자 소용없고 그 템포에 맞추는 것이 필요할 뿐(세명이 움직이다 보니, 각자의 특성이 있다. 나는 급한 편이다. 에치는 약간 자유형이고 제이는 좀 느린 편이다).

출장을 겸해 가긴 해도 그래도 개인 여행이니 몇 가지 다짐? 마인드 컨트롤도 해본다.


하나, 여유를 가지고 살아라. 결국은 다 거기서 거기다.

소신이니, 미션이니 아무리 떠들어도 허공에 날아가는 바람소리로 여겨질 뿐이다. 그것보단, 하나씩 계획적으로라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역시 성공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할지 모른다. 처세도 중요하고 어쩌면 그만큼 연륜도 있으면 입을 닫으라는 충고가 고마운 말일 수도 있다. 요즘 말로 적당히 사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나 더,  집중해야 한다. 하려면 하고, 몰입도 못하면서, 꿈도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계속 끌고 갈 수 없다. 하지 않으려면 깨끗이 포기할 것. 질질 끌고 가는 것은 이젠 버려야 할 때다.


그리고~ 세상을 다 가질 순 없다. 고생이 밑받침되어 지금이 있다 해도 지난 세월 억울해서 물러나기 싫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결국 모든 인생은 때가 되면 수레바퀴의 한 축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굴러갈 때, 가고 싶은 곳으로도 굴러 가 보라" 고 하는 것이다. 세상엔 "길을 닦는 자"도 있고 그 "길을 건너가는 사람"도 있다. 다리를 놓지는 않고 모두가 건너가겠다고만 하면 어쩌겠는가. 누군가는 다리를 놓다가 끝나고, 누군가는 그 다리를 건너가 승리를 쟁취하기만 해도 되는 것이다. 때론 부조리와 모순도 용납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나는 다리 놓은데 청춘을 바쳤기에 당당히 건너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다리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 먼저 건너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게 직장생활이기도 하다. 그러니 너무 애달파할 필요 없다.

인생이 어차피 오고 가는 여행인데... 그래서 여행이 좋은 것이다. 미리 경험하는 것이니 일탈도 하게 되고 나를 모르는 세계에서 새로운 에너지로 기운을 얻기도 한다. 이런저런 상념으로 철학자? 가 되어 잠시 되짚어 보는 사이, 비행기는 검은 창공을 환하게 가르며 날고 있다.

디트로이트까지 12:30 분 긴 비행시간 감기가 도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오른쪽은 기내에서 맞는 아침, 왼쪽은 첫번쨰 기내식)



02:10 a.m. 비행기 타면 늘 느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먹인다. 그리고 먹게 된다. 요구르트와 맛있는 치즈와 빵 작은 것 한 조각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쉰다.  이번 비행은 일등석을 끓은 거나 마찬가지, 좌석 세 개가 비어있으니 드러누워 쉰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물론 집에서 자는 것 같진 안았어도 정말 편안한 비행이었다. 디트로이트까지 다섯 시간 더 남았지만 피곤하면 편하게 누워가면 된다. 에치와 제이도 한 자리씩 길게 잡아 누워 간다.


2013.02.14

2:41 a.m. 창밖으로 해가 떴다. 아마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리라. 화면의 지도를 보니, 앵커리지를 지나 알래스카 영공을 날고 있다. freedom! 알래스카!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이나 인구는 가장 작은 곳이다. 17세기 말 러시아 땅이었던 것을 18세기 말에 미국에서 산 것인데, 혹한의 추위만 있는 쓸모없는 땅이고 미국 대륙에 붙어 있었으니 러시아로썬 그리 필요 없는 땅이었을 것이다. 후에 금이 발견되면서, 알래스카는 캘리포니아 주처럼 금광을 찾아 많은 미국인이 정착하게 된다. 1959년도에 미국의 49번째 주가 되었다. 러시아가 속상해 한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06:26 a.m.  물론 한국시간이다. 닫아놓은 창문 틈새로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석양 이리라.

도착까지 1시간 14 분이 남았다. 아침을 주지 않을 모양이다. 그래도 두 다리 뻗고 누워서 왔다는 게 어딘가. Arbitrage라는 영화 한 편을 봤다. 나이 들었어도 멋있게 늙은 리처드 기어가 주인공인 영화였는데 돈과 명예와 재산보다 소중한 것은, 나름 사랑인가 보다 라고 생각할 뻔 한 주인공에게서 인간의 감추어진 추악함과 삶의 본능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게 한 어딘가 허전하면서도 불쌍한 인간의 운명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아마 그 주인공은 회생하게 되면 또 다른 욕망을 채워 줄 사랑을 찾아 헤멜 것 같다. 나이가 몇 살이냐와도  상관없이  인간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화두인 사랑(정, 인정받음?)도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클 수는 없다. 그리고 한편으로,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면 타인 때문에 아파할 이유도, 상처 받을 이유도, 심지어 목숨을 던질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그저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긴 비행 지루하지 않게  몇 편의 영화가 의미를 준다


기내 불이 켜졌다. 밥 줄래나 보다.

7:12 a.m. 아침은 오믈렛과 과일 몇 조각, 요구르트를 먹었다. 호상 요구르트를 두 개나 먹었는데도, 뱃속은 콘크리트 바닥 마냥 미동도 않는다. 언제부터 장이 이렇게 예민해졌을까? 내 말은 반응이 빠르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여건이 바꿔져도 굳어져 버린다는 거다.  입에서 내뱉는 말은 "그냥 삭혀라 " 해도 잡을 새도 없이 쏟아지는데, 남겨두어서 좋을 것 하나 없는 이 물건은 어떻게든 나가지 않고 버티려고 용을 쓴다. 이전에는 많이 먹었다 싶거나, 조금 이상해도 화장실을 자주 갔건만,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인 건 분명하다. 아침 일찍 습관이 되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더 받은 날은 얘들이 껌딱지같이 붙어 안 떨어진다. 이번 명절에 하루에 하나꼴은 먹은, 정말 달고 촉촉하게 맛있었던 반건시 곶감도 크게 한몫을 한다. 물론 어제 아침에도 하나 먹었다. 우리나라의 곶감은 확실히 서양에서 들어온 요구르트보다 강하다. 대단하다! 대한민국 곶감. 이젠 좀 풀어주려무나.


이 십 분 후면 디트로이트에 도착한단다. 하강 기압 차이 때문에 귀가 먹먹해 하품 한번 크게 한다.

7:41 p.m. 디트로이트에서 트랜스퍼임에도 얼마나 철저하게 검사하는지 모른다. 입 출국심사 후, 상파울루행 비행기로 타다. 한열에 7 인석. 디트로이트까지 온 비행기보다  작다. 한국인은 고사하고 동양인도 없어 보인다. 이번 Delta 257 기는 만석이다. 리오 카니발도 끝났는데 왜 이리 사람이 많담? 아니이 사람들도 요즘 우리들처럼 자기네 명절 지키기보단, 그 기간에 또 다른 사무를 보거나, 휴가를 즐길 수도 있겠지. 하여간 열 시간도 금방 가겠지.

                                  (경유지인 디트로이트 공항 면세점. 여기도 비교적 조용하다)


2013. 02.15

01:23 a.m. 애플 미니 시간이다.  커피를 마셔서인지 잠이 오질 않아 영화를 두 편이나  더 봤다. 상파울루까지는 5시간 10 분이 남았다.  멀긴 먼 거리다. 정말로 우리나라 반대편이다. 13 시간을 날아 드디어 상파울루 도착한다. 창밖으로 내려다보니, 도시가 크나 화려하진 않은 듯하다. 브라질 최대 도시이자 해발 800 m 이상의 고지로 인구 1200 만의 남아메리카 최대의 도시, 아마 이 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크기 만의 개념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문화, 예술 등  여러 면에서 상파울루는 남아메리카를 주도하는 도시라고 한다.  연평균 기온 18도로 살기 좋은 조건이다. 세계 각지 주민이 골고루 있는 다민족 도시인데  포르투갈, 스페인, 동유럽, 일본 등 특히 이탈리아계가  많다고 한다. 나중에 들른 피자집에서 그 진가를 알았다. 기대된다


브라질 간다고 했을 때 재즈를 좋아하던 지인이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을 소개해 주었다. 보사노바 가수 (보사노바는 삼바리듬에 재즈를 가미한 곡으로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호감을 느낀다)지만 재즈에 삼바까지 망라하는 브라질의 국민가수다. 브라질의 느낌을 맛보기 위해 그의 cd를 하나 사서 계속 들었다. 브라질의 감성을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평소 재즈를 그렇게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의 노래를 계속 들으니 그 분위기에 젖어들고 편안한 기분이었다. 하고 있는 일을 방해하지 않고 그 흐름에 맞춰주는 느낌이 드는 음악이다. 그의 나라 브라질, 그리고 그가 활동한 리오 데 자네이로로 가고 있다.


상파울루여! 드디어 상파울루 과룰루스 공항(정식 명칭은 상파울루 과룰루스 국제공항 Sao Paulo - Guarulhos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다. 현지 일행이 마중 나왔다. 구형 투싼을 끌고 나왔는데, 브라질에 우리나라 차가 많이 다니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공항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가는 길에 사람들 모습을 구경하며 지나간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면서 보는 풍경들 가운데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재즈, 영화 미션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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