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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1.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브라질 기행기 5

파라과이 국경지역 (사우다드 텔 에스테 시 인근), 꾸리찌바 상공


2013.02.19. 

간밤에 잠을 설쳤다. 제법 자고 난 듯한데, 결국 3:30 분부터는 엎치락뒤치락거리다가, 다섯 시에 일어난다. 아침은 여섯 시 반부터 준다는데, 부탁을 해서 6시에 먹는다. 에치는 주스를 물병에 담으려다 쏟았는데, 조리사가 싫은 내색도 않는다. 그냥 사 먹으면 되는데 그거라도 아끼려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착하다. 호텔의 부족함이 먹는 것과 종업원들의 친절한 태도로 갈음된다. 이과수 시의 아침 풍경은 깨끗하고 푸르고 맑다. 하기야 어디가 오염되었겠는가 수천 년 내려온 자연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오늘 일정은 브라질에서 이타이푸 댐, 이과수 폭포를 보고 국경을 넘어 파라과이로 가야 하니 바쁠 것이다.

오전에 이따이 푸 댐을 들러 점심식사를 하러 간다. (이타이푸 댐 내용은 전편에 기록했다) 점심은 고기뷔페식당인데 우리처럼 갖다 놓고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구운 바비큐를 들고 다니면서 썰어준다. 전통음식인 슈하스꾸를 해주는 것인데, 이곳의 슈하스꾸는 연하고 맛이 괜찮았으나, 좀 짰다. 아무래도 더운 나라이다 보니 음식들이 좀 짠 것 같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모든 점이 약간 부족하긴 했다.


슈하스코(Churrasco)는 브라질 전통음식이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요리하고 할까 고기의 여러 부위를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바비큐 같은 것인데, 요리사가 구운 것을 들고 다니면서 원하는 만큼 얇게 썰어 준다. 구워서 그런지 느끼하지 않고 맛도 괜찮다. 상파울루 식당에선 갈비를 먹었는데, 꼭 한우의 연한 갈비찜 맛이 났다. 별 양념도 없이 소금 간 내고 굽기만 한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맛이 날까는 생각이 들었다. 연하고 맛있었다. 아마 고기가 좋았겠지. 문득 여기는 방목하는 고기라 소가 자유를 실컷 누리다가 가서, 그런가 보다 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살짝 해 본다. 그렇지만,  방목한 소라면 착각은 아니다. 스트레스가 육질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점심 후 브라질 쪽 이과수 폭포의 장엄한 풍광을 온종일 더 즐기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파라구아이 국경도시로 바삐 움직인다. 이과수 여행 계획은 한국에서 이미 현지 관계인에게 부탁해서 송금하고, 이과수 한국인 가이드에게 여행 일정을 부탁하도록 준비했었다. 그리고 이과수 폭포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구아이 3국에 걸쳐 있어, 짧은 일정에라도  파라구아이 구경까지 부탁한 것이다. 아이들처럼 여권에 세나라 도장도 받을 겸해서. 가이드가 마침 국경도시를 갈 수 있도록 고맙게도 시간을 맞춰 놓았다. 


브라질과 파라구아이 국경엔 다리(우정의 다리) 하나가 있다. 이과수 폭포가 있는 브라질의 포즈 두 이과수 시와 파라구아이의 에스떼 시는 맞붙어 있다. 인구 몇십만이 있는 도시지만, 연결하는 길이 이 다리 하나다. 물론 배로도 다니지만, 서로가 이 다리로 왕래한다. 차를 타고 지나면서 다리에 붙어 있는 작은 국경 표지판은 설명 듣다가 못 보고 사진도 못 찍었다. 확실히 경제적인 차이가 있어서인지, 너무도 표 안 나는 간단한 국경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쪽과 파라구아이 쪽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국경을 통과하는 길목은 어디나 사람들이 많다. 특히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에는 밀수가 다반사라고 한다.  담배를 비롯하여 온갖 것들을 밀수한다고 한다. 당국에서도 알고도 모르고도 넘어가기도 하고. 마침 오늘 커다란 박스를 다리 난간에서 밑으로 떨어뜨리는 두 사람을 보는데 역시 밀수 중이라고 한다. 어쩌면 밀수라기보다 살아가기 위한 생업의 한 방법 같아 보이는 건 왜일까. 모토 택시라고 노란 야광조끼를 입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왔다 갔다 곡예운전 중이다. 급할 때는 이것보다 좋을 건 없을 듯하다.


파라구아이로 가는 다리. 중앙선도 없고 오토바이 그리고 다리 위 사람까지 공존한다

다리 위의 밀수현장,    파라과이 번호판을 달고 달리는 엑센트,  브라질 국경 관문


파라구아이는 남미 정가운데 위치해서 남미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파라과이 이름은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횡단하는 파라과이 강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며 강물의 여러 색깔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파라과이는 과 15세기 스페인의 식민지배에서 18세기 독립했으나, 1860년대 브라질 우루 구 아이 아르헨티나 3국 동맹전쟁에서 패배해 인구의 반 특히 남성 인구의 90%가 전멸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록을 보면 1864년 130만에서 1870년 22만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후 군부 쿠데타와 여러 차례 내분란으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국민들은 생활에 어려움이 겪고 있다 , 2003년 새로운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개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파라과이 국경 근처에 사우다드 텔 에스테 시가 있다. 파라과이 제2의 도시인만큼 큰 도시다. 시내로 들어가는 차들이 많고 트래픽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길이 막힌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차 번호판에 파라과이를 표시해 놓았다. 마침 우리나라 차 H사의 구형 엑센트가(단종되었지만) 파라과이 번호판을 달고 멋지게 달리는 것을 본다. 


우리는 시내를 차 안에서 잠시 들러보고, 인근 마을에 들어 재래시장과 마을 구경을 했다. 시장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고, 사람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동남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의 표정도 브라질 사람들보다는 잘 웃지 않고 활달하진 않아 보인다.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대부분 가난해 보이지만, 색깔이 다채롭다. 화려한 원색의 움직임이 뜨거운 햇살과 어울려 해변가가 아님에도 (파라과이는 내륙국가인지라 해변이 없다. 아순시온에 인공해변을 만들었다고는 한다만.) 이름 없는 열대 해변에 온 것 같은 착각도 들게 만든다. 파라과이 이름의 의미를 잘 표현해 준 듯하다. 더워서 그런지 슈퍼마켓마다 과일주스와 청량음료도 많이 팔고 있었다. 


시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뭔가를 특이한 빨대로 마시고 있다. 파라과이 특산 마테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남미에서도 파라과이 사람들만 마테차를 마다고 한다. 시장 곳곳에서도 마테차를 마시고, 빨대도 팔고 있었다. 기념으로 하나 사 왔다. 마테차는 차 컵에 넣고 여러 번 우려먹는데, 빨대가 특이하게 생겼다 마신다는 것보단 빨아올린다는 느낌이다.


이 빨대로 돌아가면서 마신다고 하는데, 친교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인 요즘은 파라과이에서도 그렇게 마시진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마테차에는 폴리페놀이 풍부하고 특히 철분과 사포닌이 많아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좋은 것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효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문득 배고픈 시절 마테나무 잎을 씹으면서 포만감을 느끼곤 했던 것이 차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의 유기견과 유기묘, 사람을 좋아한다

파라구아이 국경 근처 시장, 마테차 빨대

고깃간이지만 살코기보다 주로 온갖 부산물을 판다. 가정집, 쓰레기통을 집 앞에 세워 분리수거하게 만들다 


 시장 내 건물을 개축 중이다. 파라구아이 사람들은 파란색을 참 좋아한다. 희망의 색이리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라과이를 거쳐 간 것은 좋은 추억이 되었다. 넘쳐나는 것들 속에서 작은 것 하나가 삶의 끈을 이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이과수를 떠나 상파울루로 향한다. 오후 08:10 Curitiba 공항에서 환승하기 위해 잠시 머문다. 꾸리찌바는 오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길에 포힘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공항이라도 거쳐가니 의미가 있다. 꾸리찌바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생태 환경면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해 온 유명한 도시이다. 시민들이 브라질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남미에서 자연환경을 가장 잘 보존하면서, 유지시키는 지속가능성 도시다. 이미 꾸리찌바는 세계적으로도 환경과 재활용 등 미래 환경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도시가 되기까지에는, 1971년~1992년까지 꾸리찌바 시장을  역임한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가 정책을 밀어붙인 덕분이다.  대학시절 건축 공모전에 상을 받은 그의 도시 설계 프로젝트가 혁명의 시발점이었다고 한다. 단순함이 핵심이다. 대학시절부터 꾸었던 꿈이 꾸리찌바를 남미 최고의 청정도시로 만들었다. 


어느 브라질 여행프로를 통해 인터뷰한 레르네르 시장의 얘기가 생각난다. 그는 단순하지만 이것이 자기의 철학이라고 했다. 첫 번째로 차를 적게 타야 한다 (차는 미래의 담배가 될 것이다). 두 번 째는 쓰레기를 분리해야 한다.  세 번째 직장은 집과 가깝고 집은 직장과 가까워야 한다. 21세기의 화두인 "청정 환경 보전"의 선구자다운 실리적인 철학이고, 그는 평생을 통해 그의 철학을 현실로 바꾼 개척자가 되었다.


그가 한 말이 생각난다. "꿈을 잃지 않고 계속적으로 노력하면, 어느 날 꿈이 당신의 뒤에 와서 “안녕 나는 네 꿈이야 “라고 할 것이다. 그때가 당신의 두 번째 기회이다."  아마 자신의 꿈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그가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꿈을 버리지 않았기에 이루었음을 다른 이들에게도 얘기해주고 싶어서였으리라.  그 프로그램에서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털털한 할아버지 차림으로 취재에 응하며 다니는데, 길거리에서 마주친 시민이나 보는 사람 누구라도 그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면서 정말 그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런 꾸리찌바를 하늘 위에서 보고 가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다음에 와야지. 그래서 여행은 남겨두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또 와야 하니까.  잠시 이런저런 생각 중에도 비행기는 빗속을 뚫고 어느새 상파울루 공항에 도착한다.


 활달하고 친절한 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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