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로 아름다운 정원 가꾸는 방송을 자주 본다. 넷플릭스에서 정원 가꾸기 프로그램을 즐겨 봤는데 중단되어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첼로 연습할 때 연주곡을 유튜브에서 많이 찾은 기억이 떠올라, 열심히 찾아보니 역시 정원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많이 있었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해 보지 못할 정도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옛말? 에 요즘은 노력하면 못할 일도, 찾지 못할 것도 없으니 얼마나 고마운 세상인지...
쾌재를 부르며 짬 될 때마다 시청한다. "이래서 유튜브 유튜브 하나보다 ~~" 아무튼 유튜브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니 고맙게 시청하게 되었다. 많은 정원프로그램 중 자연스레 우리나라 정원지킴이의 방송도 자주 보게 되었다.
그중에서 "양* 서***"라는, 그리 넓지 않은 40평 정도의 정원을 열심히 아름답게 가꾸는 방송을 자주 보게 되었다. 이분은 정원 구석구석에 온갖 꽃을 다 키우다시피 하는데 특히 장미에 대해 일가견이 있었다. 좋아서 심기 시작했지만 지식과 경험 없이 그저 심고 키우는 나에게 방송은 이런 프로그램 시청은 필요한 정보와 지혜를 알려 주었다. 방송을 보며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구획정리도 하면서 제대로 키워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장미를 위한 거름도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 우선 장미전용비료와 진딧물퇴치를 위한 님오일도 기본적으로 구입하였다. 4월, 진딧물이 한창일 때 님오일을 뿌려주고, 거름도 두 번 정도 준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물 주며 시든 꽃잎도 제거해 주고 사랑을 듬뿍 주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올해 장미송이는 여느 해보다 크고 아름답다. 송이가 얼마나 큰지, 어른 손바닥은 물론 아이들 얼굴만 하다.
"장미꽃도 이렇게 클 수도 있었구나!" 역시 노력과 투자는 결실을 주게 마련이고 정원지기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끄러운 가르침도 얻는다.
장미에 대한 애정을 가지며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니 좋다. 외모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경비를 투자해야 하듯 정원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머니"다.
장미를 사랑하는 어느 분은 온 마당에 장미를 심고, 땅이 부족해 화분에까지 온갖 종류의 장미를 심었다. 장미종류가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장미를 끌리는 대로 구해서 심은 것이다. 그는 자신은 장미에 중독된 것 같다고 했다. 쇼핑중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에든 빠지면 함께 하고 싶은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와 도무지 뿌리치기 어렵다.
그러니 새로운 종류나 귀한 아이들을 알게 되면 구입하게 된다. 장미가격도 싸지 않다. 코로나 이후 모든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나무와 꽃들도 전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관목으로 몇만 원부터 귀한 아이들은 몇십만 원이 넘는 것도 많다. 그 나름의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분은 "샤넬백도, 시슬리 화장품도 없어도 돼요 나는 장미를 살래요 ~ " 자신의 사랑과 취미를 오로지 장미에 쏟아부으며 행복해했다.
새로운 아이를 들여오면서 표현하는 기쁨은 원하는 선물을 받고 깡충 뛰며 즐거워하는 아이 같았다.
사랑하는 장미가 없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어느 것에 투자하는가는 좋아하는 관점의 차이다.
나 역시 백퍼 공감한다.
나 같은 초보자는 그저 아름답고 좋다는 생각에 시작하는 장미지만, 그래도 몇 해가 되니 어느 정도 장미의 특성도 알게 되고 여러 종류를 키우게도 된다. 퀸 오브 스웨덴이라는 예명을 가진 영국장미 크리스티나를 4월 초에 들였다. 자리도 마련해 심었는데, 햇살이 부족해서인지 시들시들해 보였다.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겠다 싶어 화분으로 옮겼다. 하루종일 해가 잘 드는 곳에 두고 정성을 기울였다. 연분홍 꽃송이가 맺혔다. 기특한 크리스티나를 땅으로 옮겨 심었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아름답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되지 않은 연분홍의 아이보리빛이 나는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담장에는 붉은 장미가 지천이다. 줄기를 잡아줘도 꽃이 크고 많아 가지가 휘청거린다. 붉은 꽃잎은 이제 떨어져 도로를 붉게 덮을 것이다. 떨어지기 전에 장미수라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긁어모아 자연으로 도로 돌려보낸다.
장미는 하루에 4시간 이상 햇살이 들어야 하고, 거름도 좋아하며 물도 좋아하는 편이다. 이십 년을 제대로 정원을 가꾸셨던 어느 분이 방송에서 제일 가꾸기 힘든 꽃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장미라고 하시던 것이 생각난다.
장미는 화려한 외모 때문에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꽃이지만, 사실은 여는 꽃보다 인간을 닮지 않았나 싶다.
생각보다 여리고, 관심을 기울여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꽃이다.
또한 잘 먹어야 산다. 그리고 투자한 만큼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튼튼한 가시로 자기 방어도 잘한다. 여기저기 옮겨도 잘 적응하기도 한다. 열심히 살아가려는 인간과 닮은 점이 참 많지 않은가...
정원에 살고 있는 여러 종류의 장미들은 지금, 제 모습대로 한껏 뽐내며 피고 진다.
외려 모란꽃이나 목련꽃 보다 길게 가는 것 같다. 가끔 송이를 잘라 화병에 담아 들여놓기도 하지만, 정원에서 두고 보는 것이 낫다 싶다. 꽃이 많이 시들면 잘라준다.
장미는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할 것도 같고 잘라주는 것이 장미에게도 좋다.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다가 시들어져 한잎 두잎 떨어지는 장미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최선을 다해 만끽하며 사는 우리네 삶과 같아 더 정이 간다.
오월의 장미는 유월까지는 피고 지고를 계속하며 초여름을 밝혀 줄 것이다.
화려하고 열정적인 외모만큼이나 보는 이의 마음 율동까지 책임져 주니 진정 고마운 벗이 아닐 수 없다.
활짝 핀 크리스티나/으아리와 잘 어울리는 주홍장미
아이 얼굴만 한 크기의 주홍장미와 주먹만 한 노랑장미
수줍은 분홍얼굴이 아름다운 안젤라 장미
담벼락 쪽, 새로 만든 장미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