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자존감이 강한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군도다.
내 입은 작은 섬 중에 속해 있는 더 작은 섬,
이른 아침부터 갈대숲에서 삐져나온 하얀 아이들이 사부작거리며 마주친다.
자긍심이 강해 바람 솔의 흐름에 몸을 맡기지 못하고,
상처 주고자 하는 마음 아니었음에도 따닥따닥 부딪히며 인상 깊은 하루를 열어간다.
쓸데없는 것은 잘 못하지 않고,
쓸모 있는 것은 자라지 못하는 무인도에서의 삶
찾지 않는 나그네선박을 기다리며 사지(四肢)의 깃발을 흔들어댄다.
이름 없는 풀들도 잔디인양 초록의 가면을 쓰고 온 섬을 덮어 가지만
그래도 베어내지 못하는 게으른 육신은 자라준다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워,
고난의 거름 속에서 다시 살아내는 의지력을 나눈다.
고개 들어 기다리는 더 작은 무인도에선
연기도 없이 찾아온 부드러운 커피 향의 방문에
언제 이런 향기를 맡아본 적도 없었던 것처럼 고맙고,
쌓인 낙엽들의 가을 향기도 느끼기 전 후미진 곳에서 올라오는 고양이 똥냄새조차 반갑다.
이명으로 쉴 새 없는 귀(耳) 섬엔 모처럼의 반가운 소식,
아픈 상처를 더 아프고 감동적으로 안겨준 작가의 명예로운 수상을 들려준다.
이슈가 되는 것이 이슈지만
역사는 이슈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게르니카"나 "1804년 5월 3일"
명예와 상관없이 내면의 진실을 표출하기 위한 아우성이 없었다면
지금 이런 무인도에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라며
어제는 지난날이고 내일은 올지도 모르는 날이며,
오늘이야 말로 가장 소중하고 감사한 날이라는 것을
멀리 바라보고 또 바라본 후에,
목(目) 섬은
깃발 없이도 갈 수 있다며 여린 손을 잡아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