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조촐한 시집
이무기의 노래
by
opera
Nov 22. 2024
가을이 막 문을 닫으려는 차가운 아침
기개를 뻗치며 하늘로 오르는 반가운 생명을 만난다.
갈대밭에서 움튼 이무기가 연둣빛 강물에 용트림하며 소나무 가지타며 하늘로 올라간다.
한 해를 디디고 다가올 미래를 향해 용기로 치솟으며 올라간다.
청운의 푸른 꿈을 감사히 이룬 용은 못되었을지라도
삶의 풍파로
덕지덕지 다져진 갑옷을 입고 당당히 승천하는 이무기.
"너희도 나를 닮은 이무기야~~"노래라도 하듯
짙은 안갯속 어렴풋한 형체를 드러내곤 쳐다보는 온 산을 휘감으며 오른다.
방금 강물에서 올라온 강 이무기
오르다 말라버린 소나무 이무기
기다림이 깃들어 익어버린 삶은
과감히 뒤로하고 햇살과 푸른 하늘을 동무하며 오를 뿐이다.
봄이면 할머니 고운 치맛자락에
부끄러운 얼굴 감추며 연분홍 꽃물속에서 행복했고
아이들 깔깔거리며 물장구치는 햇살 뜨거운 여름엔 반짝이는 은어 날갯짓으로 동무했었다.
깊이 더 깊이 다정하게 동면했던 이무기는 대지 속에서 해마다
그렇게 계절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오늘 늦은 가을 이 아침
,
알록달록 붉어진 추억조각들로 가득한 대지는 스산해지는 계절 탓 말고
제 가슴 안으로 들어와 함께 오르자며
벗어날 수 없는 마음의 속박으로 부드럽게 유혹한다.
이무기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결코 용이 부럽지 않았던 삶이었노라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keyword
삶
계절
노래
55
댓글
6
댓글
6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opera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저자
정원 가꾸며 흙에서 배워가는 자연 속 일상의 다양함과 여행으로 얻는 인문기행기를 쓰고 그리며, 순간의 이어짐을 소중히 여깁니다.
구독자
1,280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군도(群島)다.
울진 앞바다가 보내는 노래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