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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타고 승리 실밥 뽑으러 가는 날

by opera

승리 실밥 뽑으러 병원에 올라간다. 이십여 일 전 전에 그동안 괴롭혔던 커다란 혹을 제거하고 일주일 약 먹고 회복한 후, 오늘 실밥과 스테이플을 제거하러 가는 것이다. 뒷다리 근육이고 한쪽 다리도 시원찮아 잘 아물도록 스테이플을 몇 개 박았다고 했다. 완전히 아물고 뒤탈 없이 회복될 기쁜 마음으로 짧은 여행을 한다.


오늘도 역시 햇살 드는 창가석이다. 희한하리만큼 태양은 언제나 나를 따라다닌다. 햇살을 유독 좋아하기도 하지만, 해님은 그런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예매할 때도 빈자리 날 때도, 차에서도 기차에서도 심지어 비행기좌석 까지에서도 자신을 내게 준다. 오늘 같은 날은 너무 뜨거워 블라인드를 살짝 쳤지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 해님좋아하는 이에게 마음을 감추지 않으니...


2A석에 앉았는데 2C석에 앉아야 했나 보다. 승리를 구석으로 감추기도 편했을 테고… 녀석이 평소 앉던 습관대로 앉으려 하니 사람들과 마주치는 쪽이기도 하다. 이리저리 돌려서 안 보이는 쪽으로 움직여본다.

개도 이리 주관이 뚜렷하고 의지(고집)가 분명한데,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는 포장된 설득이나 권고는 우스운 일일수도 있지 않을까? 이른 아침 인간의 아집도 버리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는다.


승리가 오늘따라 헥헥거린다. 단두종이 많이 헥헥거리긴 하지만, 쪼그만 몸으로 계속 헥헥거리면 지쳐 힘들다. 좀 조용히 갔으면 좋겠다. 옆에 앉은 분께 "시끄럽게 해 죄송하다"인사드리니, "좀 그렇네요~" 하신다. 그러다 승리를 보곤 "어머 강아지가 있었네요 ~ 괜찮아요" 하며 반색하신다. 아마도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분일 수도 있고, 요즘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추세니, 이해하시는 분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잠시라도 경험할 수 았어 감사했다.


조용히 하라는 말을 알아 들었는지 승리는 잠시 헥헥거림을 중단한다. 창밖의 초록 세상을 즐겨 볼 새도 없이 ktx는 중간역을 훌쩍 지나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내게도 우리 강아지에게까지도 건강과 행복을 "나눔"해 주면서 씩씩하게 달려간다.

작은 감사와 고마움이 함께하는 모든 독자님들께도 나눔 되어, 행복한 하루를 활짝 열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디뎌가며 ktx는 부지런히 서울역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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