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창업자 필나이트의 창업 회고록. 대필이 대부분인 다른 자서전에 비해 슈독은 창업자가 직접 쓴 책이라 저자의 솔직한 감정이 있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자기 자랑 없이 겸손하게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불편하지도 않다.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슈독을 보고 창업 뽐뿌가 생긴다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 원래 사업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슈독을 통해 온전히 철회(?) 하게 됐다. 나는 거액의 빚을 쥐고 매달 현금흐름을 고민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고, 매달 대출을 취소하려는 은행 직원을 설득할 자신이 없고, 다른 기업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고, 아이가 태어날 때 신발 켤레 수를 생각하고 싶지 않고, 투자자를 만족시키려고 가면 쓴 얼굴로 골프를 치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필나이트보다 존슨에게 마음이 간다. 존슨은 신발 덕후인 사회복지사다. 사회복지사로 벌이가 충분하지 않아 주말마다 부업으로 나이키에서 일하게 됐고 창립멤버로 IPO까지 함께한다
명목상으로는 존슨은 필나이트의 직원이지만 결코 지시받는 대로 행동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을 벌이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능동적으로 펼쳤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작은 소매업 공간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지를 만들기도 했고 좋은 신발을 만들려고 밤낮없이 연구했다. 존슨은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열정을 쏟은 사람이다.
필나이트가 매달 현금 압박과 법적 소송에 휘말리며 괴로워할 때 존슨은 미국토 반대편에서 마음껏 신발 덕질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신발과 제일 관련 있는 사람은 존슨이고 필나이트는 존슨의 노력이 세상 밖에 나오도록 도운 사람이라는 착각도 든다.. 나이키 창업이 한 편의 영화라면 주연은 존슨이고 필나이트는 존슨이 맘껏 연기력을 펼치도록 도운 영화감독일 것이다.
IPO 결과 존슨은 600만 불을 받았고 필나이트는 1억 만불을 받게 된다. 스포트라이트는 필나이트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나는 보상이 덜하더라도 자신의 열정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존슨 역할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적절한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포지션이 더 만족스러울 것 같다.
언젠가 내게도 존슨처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올까. 그날을 기다리며 맘껏 덕질을 하고 있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