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엄마가 단지 사과를 잘 먹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과도한 칭찬을 받는 것이 나는 배알이 뒤틀려서 사과가 미워졌다.
그래서 잘 안 먹기 시작한 거다.
땅콩이가 가장 사랑하는 먹거리 사과
그리고 사과를 씹으면 ‘으으썩~’ 하고 이빨이 박히는 식감이 아주 싫다.
내가 사과를 아주 천천히 쫌 무서워하면서 씹는 거 봤지?
내가 사과가 싫은 이유
1. 콩엄마가 사과 잘 먹는다고 칭찬받는 것이 질투가 나서
2. 사과 식감이 무서워서
3. 사실 결정적으로 내가 사과를 안 먹으면 큰 집사가 무지 많이 쓰다듬어 준다.
4. 진짜 이유는 비밀이다.
진짜 이유가 궁금하면 500원.
ai가 그려주는 가을이 마음
# 에필로그
'사과(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서양속담이 있을 정도로 사과는 건강을 증진시키는 과일로 유명하다.
아들이 집을 떠나 생활할 때, 올 때마다 사과를 싸줬다.
어려서 병약했던 아들에게 사과 많이 먹였더니 그 덕인지 건강해졌다.
사과를 좋아하는 아들은 엄마가 싸준 사과를 언제나 땅콩이와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사과를 먹어왔던 땅콩이는 사과를 너무 좋아해서 별명이 ‘사과 귀신’이다.
가을이는 어려서 살짝 말려 사과말랭이로 만들어 먹였더니 잘 먹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사과 먹는 것을 거부했다.
가을이가 사과를 씹을 때 보면 무엇이 무서운 듯, 불안한 얼굴로 천천히 사과를 씹으면서 그나마 반은 흘린다.
신맛이 강한 사과는 처음부터 고개를 돌려버리고, 그래도 달콤한 사과는 좀 먹고 껍질은 뱉어버린다.
사과를 잘 먹는 땅콩이를 칭찬하면서 ‘콩 준다. 콩 준다.’고 하면 질투심 많은 가을이가 할 수 없이 사과를 조금 먹어준다.
둘이 배탈이 나서 병원에 가서 뭘 먹이냐는 수의사 말에 사과를 먹인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웃하셨다.
‘사과요?’ 하더니
굳이 개에게 과일을 먹일 필요 없고 사료나 잘 먹이라 했다.
사과는 관절 및 다이어트에도 좋아 노견 간식으로도 좋고, 어린 강아지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만 껍질은 소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사람도 식성이 다 다르듯 개도 식성이 다르다.
언니는 매일 싫다는 가을이에게 사과를 먹이려고 실랑이한다.
껍질을 까주기도 하고 단 것을 좋아하는 가을이에게 단맛의 사과를 따로 주기도 하고, 그래도 안 먹으면 강제로 입에 넣기도 한다.
고개를 돌리며 거부하는 모습이 투정하는 아이 같아서 귀엽기 짝이 없다.
날마다 치러지는 사과 실랑이를 보면서 어쩌면 가을이는 백설공주 옆에 서있던 난쟁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마녀가 준 사과를 먹고 쓰러져버린 주인을 보며 사과를 무서워하게 된 난쟁이 말이다.
가을이가 사과를 안 먹으려고 해서 사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성서 속, 에덴의 동산에서 이브가 먹었던 사과는 선악과로 불렸고 인류 원죄의 상징이다. 가지고 싶지만 결코 가져서는 안 되는 ‘금단의 열매’였다.
수많은 화가들이 사과를 따먹는 혹은 먹은 후 부끄러워하는 아담과 이브를 그림으로 남겼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후기 인상파 화가 세잔은 100번을 넘게 사과를 그려 미술혁명을 주도한다.
아들의 머리 위의 사과를 화살로 쏘아 스위스 독립의 불을 댕긴 빌헬름텔의 사과도 있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17세기 뉴턴은 다니던 케임브리지 대학이 폐교를 하자 고향으로 돌아가 사과나무아래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성서의 신화에서 현대의 문화인류사적 상징을 담아낸 사과가 한입 베어 먹은 애플의 사과라는 생각이 든다.
애플회사의 이름은 스티브 잡스가 사과를 좋아해서 만들어졌다고도 하지만 베어먹은 로고가 앨런 튜링의 사과로 더 알려져 있다.
앨런 튜링은 컴퓨터의 원형을 제시하여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며, 기계가 인간의 사고체계를 모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튜링 테스트 개념’을 제시하여 현대 인공지능(AI)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누구도 풀 수 없다고 생각한 나치 독일의 암호를 풀어 연합군 승리에 기여한 그의 업적은 2차 세계대전을 2년 앞당기고,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했을 거라고 추정되며,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 외설행위 유죄 판결을 받고 여성 호르몬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를 당한 뒤 1954년 41살의 젊은 나이에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죽은 그의 곁에는 베어 먹은 사과가 놓여있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정서적 결핍이 그를 동성애자로 만들었을까?
첫사랑은 동성이었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만난 과학영재 크리스토퍼 모컴이었고, 4년간의 사랑을 고백할 기회조차 없이 모컴은 어릴 때 감염된 소결핵으로 1930년 사망한다.
앨런 튜링은 크리스토퍼의 미완(未完)의 꿈을 이루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힘이 튜링을 과학으로 이끌어 인류사적 업적을 남겼다.
최근 번역된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은 세상과 불화했던 앨런 튜링의 개인적인 서사가 담긴 책이다.
영국정부는 그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지자 사후 59년이 지난 2013년에서야 엘리자베스 여왕의 특별사면으로 앨런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완전히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앨런이 자살을 위해 베어 먹은 사과는 많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
그가 살았던 1940년대 보수적인 영국사회에서 동성애는 범법행위였고 20살 연하의 남성과 성교하다 발각된 유명한 석학에 대한 스캔들로 사회는 시끄러웠으며 정부는 감옥, 혹은 화학적 거세를 선택하기를 강요했다.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앨런은 ‘화학적 거세’를 선택했다.
한나라의 천재 역사가 사마천(司馬遷)도 기원전 99년 흉노에 투항한 이릉(李陵)을 변호한 게 화근이 되어 거세를 당했다. 사마천(司馬遷) 역시 50 만전의 벌금을 내거나 거세하는 궁형(宮刑)중 선택할 것을 강요받았고, 돈이 없어 불가불 궁형(宮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마천 역시 수없이 자살할 마음이 생겼지만 <사기> 때문에 참았다고 쓰고 있다.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역사를 쓴다는 말을 했던 사마천과 같이 앨런의 깊은 학문은 미래의 AI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전공인 수학, 물리학, 생물학, 전산학은 물론 문학과 사회문화적 변화까지 읽어냈던 천재인 앨런이 자살을 위해 청산가리를 주입한 후 먹었던 사과에 대해 성적정체성을 겪었던 앨런이 여성적인 죽음을 선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시대적 인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천재 수학자의 예민한 감수성과 시대를 초월하는 학문적 통찰은 자신의 죽음조차 상징으로 설계했다고 짐작된다.
소수이면 대체로 약자가 되는 상황은 현대사회도 다를 바 없다.
가을이의 사과는 어떤 사과일까?
가을이 사과에 대한 신화의 원형(?)을 사마천과 앨런 튜링에서 찾았다.
둘 다 거세를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을이도 거세를 당했다.
‘중성화’라는 이름의 인간이 선택한 폭력에 가을이는 선택권이 없었다.
너무 어려서 ‘중성화’를 당한 가을이는 매우 중성적이다.
예쁜 얼굴에 넘치는 애교는 여성적이지만 숲 속으로 종횡무진하는 모습은 딱 철없는 사춘기 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