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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꽃동네

by 보리

꽃동네


꽃동네에 가면

온갖 꽃들이 피어있는데

사람꽃이 제일 예쁘더라.



너무 많이 웃어서

피어난 웃음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어,


나도 모르게

따라 웃다 보면

마음 꽃이 저절로 피더라.





고운 글벗이 생겼다.

그 벗이 쓴 「사람 꽃」을 읽다가,

내가 만났던 ‘사람 꽃’들이 한꺼번에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났다.




내가 ‘꽃’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게 된 순간은

음성 꽃동네에서 수많은 ‘사람 꽃’을 만났을 때였다.


간절한 기도를 안고 꽃동네를 찾았고,

입구에서 마주한 돌에 새겨진 한 문장을 보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일제 강제징용을 다녀온 뒤 집안은 몰락해 버렸고, 무극천 다리 아래 움막에 살면서 40여 년 동안 동냥으로 모은 밥을 주변 걸인들에게 나누어 먹이고, 병들고 쓰러진 이들을 돌보며 살았던 작은 예수, 거지 성자라 불리던 최귀동 할아버지.


본인도 겨우겨우 연명하면서 또 다른 거지들의 입에 밥을 떠 넣어주던 그 모습을 보고 오웅진 신부님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리 아래 움막에서 걸인 18명을 모신 작은 집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오늘의 ‘꽃동네’의 시작이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남이 떠준 밥을 받아먹을 힘이라도 남아 있다는 것,

그 힘으로 또 다른 이를 돌볼 수 있다는 것.

굶주린 사람이 밥을 얻어먹는 일이 수치가 아니라 은총으로 바뀌는 곳,

거지 성자 한 사람을 통해 예수님께서 말을 걸어오시는 곳이 꽃동네였다.


그 문장을 만난 순간,

신부님의 강론과 기도를 듣기 전에 이미 마음 한가운데서 치유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몇 해 동안 매달 가평 꽃동네 희망의 집을 오갔다.

봉사라는 말은 어쭙잖고 그곳에 피어있는 꽃 같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으러 다녔다.


진한 어둠 속 새벽에 출발해서 꽃동네 가는 봄날에는 온 산천의 꽃들이 온몸을 흔들어 반겼고, 가을이면 낙엽꽃이 울긋불긋 인사를 건넸다.

언제 찾아가도 사람꽃이 만발한 그곳은 작은 천국이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얼굴에 가득 번진 웃음은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빛이었다.


초등학교 동창이 수사님이 되어 꽃동네에서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기쁨은 더 커졌다.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친구수사님은 전 세계에 만들어진 꽃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랑의 꽃을 심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꽃동네에 가지 못했다.

그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 꽃’님들이 가만히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났다.


보고 싶다.


‘거지 성자’ 고 최귀동 할아버지 기리는 음성품바축제,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 - 입력 2022.08.23 22:12

https://www.cb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090



그대만이 나의 모든 것 - 꽃동네 시인 윤순희

오 사랑하는 님이시여.

나를 사랑하시는 이여.

당신만이 나의 진정한 벗

나의 유일한 희망 모든 것입니다.


언제나 이 몸은 당신을 애타게 그리며

그대 생각 사무치도록 간절합니다.

오 그리운 이여 외로워하시지 마옵소서.

사랑 얘기 들려드릴게요.

위로하여 드릴게요.


실망하시지도 마옵소서.

부족하지만 힘이 되어 드리리이다.

님이 제 곁에 계시기에 이 몸은 외롭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부럽거나 겁나지 않아요.

님이 계심으로서 언제나 행복하고 기쁨이 넘칩니다.

일편단심 그대만을 사랑하고 따르리이다.

하느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꽃동네 시인 윤순희씨 - 사진출처: 꽃동네에서 보낸 1박 2일 : 네이버 블로그




가난한 새의 기도 - 이해인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 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 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 주십시오


오직 사랑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 다니는

흰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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