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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현 Nov 28. 2018

토스와 카카오페이, 두 회사의 지향점은 무엇이 다른가

2018 핀테크 컨퍼런스 후기

 11.20~21일 양일 간 열린 <핀테크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핀테크 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30개 기업 CEO가 연사로 참여한 이례적인 컨퍼런스였던만큼 행사장은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새통이었다.
 
 행사 첫날 기조연설은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이어지는 2번째 세션은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가 맡았다. 순서에서 알 수 있듯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한국 핀테크를 대변하는 대표 기업으로 함께 시장을 키워 나가는 동지인 동시에 한편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적이기도 하다. 컨퍼런스에서 두 대표는 모두 한국 핀테크의 미래를 외쳤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각자의 청사진은 분명 달라 보였다. 국내 최고의 핀테크 사업자를 꿈꾸는 두 회사의 지향점은 무엇이 다른가.


토스 : 국내 최대의 금융 상품 유통 플랫폼



 이승건 대표의 세션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토스는 ‘금융 회사’가 아닌 ‘금융 서비스’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부분이었다. 토스는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으며, 대신 모든 금융회사와 협력해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중립적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조 연설 중인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이 대표의 메시지는 대상도 의도도 명확했다. 핀테크 사업자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고 그들을 견제하는 전통 금융회사에게 ‘우리와 함께 하자’는 구애의 몸짓을 보낸 것이다. 토스의 트랙 레코드를 파트너십 사례를 중심으로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스를 통해 CMA 계좌를 50만 좌나 발급한 신한금융투자의 사례는 놀랄만하다. 동기간 전체 증권사 계좌 발급량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각 금융사 입장에선 토스와의 협력이 솔깃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  

 토스가 되고자 하는 건 ‘국내 최대의 금융 상품 유통 플랫폼’이다. 모든 소비재가 총망라된 백화점처럼 대출, 보험, 카드, 예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금융회사에서 가져와 토스에서 팔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사업 전략이 ‘금융회사와의 상생’이다. 유통업의 성패가 상품을 기획·소싱하는 머천다이징에 달려 있듯, 토스가 구상하는 플랫폼이 잘 되려면 경쟁력 있는 금융 상품을 최대한 많이 끌어와야 한다.


카카오페이 : 카카오톡 기반의 금융 사업



 금융회사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이 대표와 달리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는 자사 금융 서비스의 차별성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도 류 대표는 고객에게 혁신적인 금융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직접 금융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토스와는 명백히 다른 지점이다. 카카오페이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어 이미 예측된 것이었다.

 물론 카카오페이도 토스처럼 금융회사와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간편 결제는 카드사와, 송금은 은행과 제휴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 내에서 IBK기업은행과 수협의 예, 적금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2번째 세션을 맡은 류영준 대표와 카카오페이의 로드맵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제휴 관계에 있는 금융회사와의 경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실행한다. 대표적인 게 자체 머니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다. 카카오페이가 QR코드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를 론칭한 후 BC카드 등 카드사들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 같은 QR코드 방식의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금융회사와의 협력 관계 혹은 경쟁 관계를 필요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건 전 국민이 다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나오는 힘 때문이다. 10월 기준 카카오페이의 가입자 수는 2,500만 명이다. 모바일 기반의 국내 금융 서비스 중 이 정도 고객을 확보한 서비스는 없다. (참고로 토스는 1,000만 명이다.) 가지고 있는 패가 크니 협상력이 우위에 있는 셈이다. 디지털 채널이 약한 금융사는 본원사업과의 충돌이 있더라도  카카오페이라는 강력한 고객 접점을 놓칠 수 없다.


두 회사의 지향점은 왜 다를까



 언뜻 비슷한 두 회사의 지향점이 미묘하게 다른 건 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쌓인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과 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원래부터 있었지만, 토스는 그렇지 않았다. 토스는 간편 송금, 신용 정보 조회 등 편리한 서비스를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출시하며 한 땀 한 땀 고객 기반을 쌓았고 아직도 쌓는 중이라고 봐야 한다.

 토스는 금융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금융 상품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겠지만, 그렇다고 거기서만 머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브랜드 파워가 쌓이고 탄탄한 고객층이 확보되면 분명히 금융 사업에 진출할 것이다. 유통업계 리더인 이마트가 노브랜드나 피코크 같은 PB 상품을 출시한 것처럼. 다만 토스는 지금은 그렇게 할 단계가 아닐 뿐이다.

 생명체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생존 전략을 가진 것처럼, 회사 또한 시장 환경과 보유 자원에 따라 최적의 사업 전략을 펼친다.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현 지향점이 다른 것도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금융의 진화, 핀테크 레볼루션>이란 컨퍼런스 부제처럼, 향후 두 회사가 어떻게 진화해갈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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