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만난 인도인 친구가 한 말이 있다.
인도에는 못생긴 여자만 와, 예쁜 여자는 다 유럽가!
그는 또박또박 한국말로 저렇게 말했다. 황당해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정말 그럴까 궁금하기도 했다. 인도를 가는 사람과 유럽을 가는 사람의 성향은 대략적으로 나뉘는 걸까? 유럽여행을 가는 사람은 세련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며 서구의 문화에 관심이 많고, 인도에 가는 사람은 자유 영혼에 히피 스타일 이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인도와 유럽을 다 가보고 싶어 했고 여행을 다녀온 지금까지도 어디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두 여행지를 모두 사랑했던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인도 여행자와 유럽 여행자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갖는다는 말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 인도파, 유럽파로 나뉘기도 하지만 인도와 유럽을 모두 가보고 싶어 하거나 이미 모두 다녀온 여행자들도 많다. 어쨌든 인도와 유럽은 가장 대표적인 배낭여행지이다. 두 여행지 모두 너무나 다른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나는 여행지인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인도 여행과 유럽여행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
인도는 땅이 질퍽해서 캐리어는 꿈도 못 꾼다. 배낭을 짊어져야 한다. 유럽은 캐리어로도 편히 다닐 수 있다. 옷차림도 다르다. 인도에서 여성은 노출을 극도로 조심해야 하고 현지에서 저렴한 옷을 사 입고 다니는 것도 좋다. 유럽에서는 한국에서 보다 훨씬 자유롭게 입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물가 차이도 크다. 인도는 하루 밤 6천 원이면 혼자 묵을 수 있는 방을 구하지만, 유럽은 3만 원을 내도 대여섯 명이서 함께 자는 도미토리에 묵어야 한다. 인도 여행에서 돈을 좀 더 주면 릭샤를 타고 짧은 거리도 걷지 않고 이동할 수 있지만 인건비가 비싼 유럽에서는 오히려 내 두 다리가 고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는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식민지배를 했던 나라들이다. 유럽에는 어딜 가나 높이 솟은 성당이 보이지만, 인도에는 어딜 가나 정체모를 신들이 보이고 낯선 종교의식이 펼쳐진다.
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그들이 겪은 시간,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 역사, 삶의 모습을 만나며 그렇게 서로 다른 차이를 만나고 고민하는 시간이 나를 넓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대학생으로 돌아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맞게 된다면, 여름엔 유럽여행을 겨울엔 인도 여행을 가고 싶다. 막상 대학생 때는 그런 여유를 갖지 못했기에 뒤늦게 소원성취를 했다. 2월, 7월 각각 인도 여행과 유럽여행의 극 성수기이자 학생들의 방학에 그 나라를 찾았다. 그해 2월과 7월이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가장 멋진 달이었다. 낯선 세상을 알아가는 것만큼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더 넓어진 눈과 마음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확장해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