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결 Jul 19. 2021

용이야 용이야 용이야

용이와의 고군분투기

용이가 또 식탁에 올라갔다. 쫓아내려다 손을 잘못 내리치는 바람에 새끼손가락이 식탁에 탁 부딪혔다. 아 이노무시키. 어젯밤도 용이때문에 잠을 잘 못 자 예민해 있던 터였다.


공기가 좀 텁텁해서 안방에만 에어컨을 켜느라 안방 문을 닫고 잤었다. 새벽 2시쯤, 자다 깬 용이가 문 앞에서 울어대서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서 한 시간 정도를 거실에서 같이 있었다. 용이는 내 품에 파고들기도 하고 옆에서 얌전히 자기 몸을 핥기도 했다. 아 그냥 이대로 용이랑 거실에서 잘 수도 있겠는데? 한번 자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꼬리를 요리조리 세차게 흔들더니 내 손을 앙, 깨물었다.


악, 하는 소리에 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들고 나왔던 베개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밤 온도가 낮아져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문을 열었다. 용이 막이로 구비해  둔 모기장 안으로 쏙 들어가니 나를 따라 들어온 용이가 야옹 거리며 모기장을 뜯기 시작했다. 자기도 그 안에 들여놓아라 시위하듯이.


그러길래 누가 엄마를 물랬니, 하며 모른 척 눈을 감았는데 그 순간이 참 웃펐다. 3개월밖에 안된 고양이가 두려워 모기장을 치고 자다니. 저 쪼그만 녀석은 우리 집 전체를 활보하고 다니는데 나와 아이들은 침대 위 모기장 안에 갇혀 잠을 자야 하는 신세가 하이고 참.


오늘은 입원했던 신랑도 퇴원해서 집으로 오니, 용이와 함께 있는 밤이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아 하루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밤이 무섭다.



이불속에 쏙 들어왔던 용이
작가의 이전글 방묘문을 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