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장려운동이 아니기를
"아빠! 학용품 사주세요!"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대부분이 반길만한 말이다. 더욱이 방학을 앞둔 2차 지필고사가 끝난 후 들었다면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지을만하다.
방학을 앞둔 상황에서 아들에게 들은 말이다. 평소 두 자녀의 공부에 대해 철저하게 '방목'적인 입장을 추구했던 아빠는 잘못 들었나 의심할 만한 소리였다.
"필요한 것 모두 사줄게" 자녀에 대한 교육관에서 아주 벗어난 대답이 신속하게 나왔다. 하지만 아빠의 대답을 들은 아들의 표정이 밝지가 않아 이유를 물었다.
사고 싶은 샤프, 볼펜 등 주요 필기구가 모두 'Made in Japan'이라서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순간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는구나!~~~ 생각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놈이 대한민국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인지하고 있구나! 보고, 듣고, 생각하고 사는구나!
"일본 제품이 망설여지면 국산을 사용해"라고 대답했지만 아들의 표정은 똑같았다. "국산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요"라는 아들에게 "볼펜이 거기서 거기지"라고 말하자 아니라고 단칼에 잘라버리며 아빠가 즐겨 사용하는 볼펜도 일본 제품이라고 말한다. 바로 확인해 보니 'Made in Japan' 맞다.
필기감이 좋아 굴러다니던 것을 내 것처럼 사용하던 볼펜이 일본 제품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일본의 무역 몽니에 맞서 자발적인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정 단체가 주도하지 않는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다수의 언론이 이야기하고 있다.
자발적인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지속된다면 자연스럽게 국산품의 수요가 증가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일본 상품을 대체할 만한 국산품의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동시에 아픈 과거가 떠올랐다.
제품의 질을 미리 알고, 의도를 갖고 일본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 일본 제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용하는 소비자도 다수인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은 다양한 일본 제품의 질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 된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나름 바람직한 행동이라는 것을 전제로, 우리 제품의 경쟁력에 대한 성찰의 기회로 삼는 다면 더 의미 있겠구나 생각했다.
아픈 과거라 함은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식민 지배 시기 전개되었던 '물산장려운동'이다. 이념적 틀을 벗어나서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에 준해서 이야기한다면 물산장려운동은 애국심에 호소해 국산품 애용을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일부 자본가의 부를 늘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국산품의 판매가 늘어났고 자본가들은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가격을 내리거나 제품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고 자본의 축적에만 힘썼다. 백성들 즉, 소비자들은 국산을 외면했다.
현시점에서 애국심 마케팅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국산에 대한 수요는 일시적이더라도 증가할 것이다. 과거의 물산장려운동이 떠오르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국산품의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다면 지금의 상황이 나름 뜻깊은 시간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 앞에서 '아들아! 우리 것의 품질이 더 우수하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아들은 아직 필기구를 구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