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판매 첫 수익금 110612
지난 주말, 남아 있던 매실을 모두 땄다. 총수확량은 약 270㎏. 지난해 첫 수확이 80㎏ 남짓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느새 세 배나 늘어난 셈이다.
매실을 다 따고 나자 편이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내가 “고생했다”라며 어깨를 두들겨 주자,
편은 “그래도 이런 건 즐거운 고생이잖아. 즐거운 비명이지”라며 웃었다.
그 말에 나도 웃었지만, 앞치마 위에 쌓이는 매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다. 내년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와서 따면 좋겠다 싶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1,000㎏도 기대해 볼 만하다.
농약을 한 번도 뿌리지 않은 덕에 잎에는 군데군데 쐐기벌레가 붙어 있었다. 수확을 마친 뒤 농약을 뿌렸더니, 마침 동네 어르신께서 “수확 후에 농약을 살포하는 게 맞다”라고 알려주셨다. 웃거름도 한 번 주면 좋다기에, 이번엔 미뤄두었던 깻묵 물거름을 줄 생각이다.
사실 전부터 이동식 전동 분무기가 꼭 필요했다. 등에 지고 쓰는 분무기는 무겁기도 하고 과일나무에는 적당치 않았다. 1년 넘게 찾던 중 마침 신제품을 발견해 구입했다. 바퀴가 달려 있고, 충전식 배터리와 전기 모두 쓸 수 있는 제품이었다.
부산 집에서 택배로 받은 그 분무기를 들고 내려가 매실나무 방제를 해보니 기대한 만큼 편리했다. 다만 45ℓ의 물 무게를 버티기엔 바퀴가 너무 작아 굴러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을 채운 채로 이동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언젠가 작은 자전거 크기의 큰 바퀴로 교체할 생각이다.
우리 몫으로 남겨둘 매실과 친지들에게 나눠줄 양을 제외하고도 여유가 있었다. 사겠다는 분들도 있었고, 판매를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수익으로 전동 분무기값을 모두 치렀다.
편은 “첫 수익금이니 기념으로 농기구 사는 데 쓰자”라고 했다. 말하자면 편이 내게 전동 분무기를 선물한 셈이고, 동시에 더 부지런히 일하라는 격려이기도 했다. 이후 소문을 듣고 매실을 원하던 사람들이 더 있었지만, 남은 매실이 없어 모두 내년을 기약했다.
배송을 위해 10㎏짜리 악양 농협 매실 상자를 사면서, 편은 “우리가 판매용 상자를 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라며 몇 번이고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판매용 상자를 사는 우리의 모습이 나조차도 우스웠다.
그 웃음은 단순히 상황이 웃겨서 나온 웃음이기도 했고,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즐거움 때문에 흘러나온 웃음이기도 했다. 매실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작은 기쁨들, 그 웃음들이 한동안 마음에 남았다.
"So I thought I would wait till June. In June there was a red rose bud that is the flower for me." (Seeds Of Love)
“그래서 6월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6월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장미 봉오리, 그 꽃이 바로 날 위한 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