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개 Aug 10. 2021

시간의 함정

차를 타고 가며 창밖을 본다.

차는 빠르게 달리는데 반해 저 멀리 산은 천천히 지나간다.

차는 똑같이 달리는데 반해 건물을 빠르게 사라진다.

광활한 하늘은 그대로인데 차는 순간을 지나간다.


같은 식물이라도 강아지풀과 소나무의 시간은 다르다.

같은 소나무라도 이제 뿌리를 내린 씨앗과 100년을 살아온 나무의 시간이 다르다.

같은 소나무라도 북부지방과 남부지방이 시간은 다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의 시간과 노인의 시간이 다르며

함께 하는 이와 나와의 시간도 다르다.

학생과 직장인의 시간이 다르고 신입과 부장의 시간이 다르다.


그러나 모두가 다른 시간을 일률적인 시간의 틀에 맞추었다.

언젠가부턴가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노동과 자본에 맞추어 사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는 자연의 시간이다. 

언뜻 보면 같은 시간이지만 잘 보면 전혀 다른 시간이다.


그렇다고 기준의 시간을 없앨 순 없다. 

반기를 들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균일화된 시간 속에

나와 너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진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봄꽃은 봄에 피고 가을꽃은 가을에 핀다.

어떤 풀은 여러 해를 살고 어떤 풀은 한 해로 생을 마감한다.

어떤 나무는 장작이 되고 어떤 나무는 건물이 되며 어떤 나무는 숲을 이룬다.


억겁의 시간 속에 자연처럼 순환하고 흘러가는 우리가,

제도적으로 만들어놓은 시간의 틀에 맞추어 나를 보고 남을 보며 꼭 그 안에 맞추어 살아가야 된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꿈을 꾼 채, 눈을 감은채 표류하는 것이다. 때론 그것이 겉으로 보이기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주어진 시간은 함정이다.

그건 내 시간이 아니다.

스스로 구하지 않은 것은 어느 것도 나의 것이 아니다.


내 인생 내 뜻대로 산다. 

틀에 짜인 시간이 아닌 그 틀 안에 있음에도 구애받지 않은채 눈을 뜨고 내 시간의 삶을 살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비가 오고서야 알았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