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A Sep 05. 2017

핑크빛 다낭 대성당


호텔 조식을 먹고 카메라를 챙겨 들고 거리로 나왔다.


실내에 있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한 습하고 더운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여길 봐도 오토바이, 저길 봐도 오토바이!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다.


도로 위에 차들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많았다.





인도를 차지하고 있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들 때문에 걷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인도 옆 찻길로 걷는게 더 편했다.



땀이 삐죽삐죽 흘러내리려고 하는데 발견한 이쁜 카페!


하지만 문도 활짝 창문도 활짝 열려있는 걸 보고는 발길을 돌렸다.


에어컨이 없으니 카페 안으로 들어가도 더운건 매한가지일 것 같아서였다.





숙소에서 다낭 대성당은 구글맵 상 10여분 거리였으나 더워서 그런지 정말 멀게 느껴지더라.


가는 길 마주친 마트 안에 들어가 맥주 한캔을 사들고 꿀꺽꿀꺽 들이켰다.


맥주 가격이 개당 천원 꼴로 정말 저렴해서 부담없이 마구 먹을 수 있었다.


맥주도 마셨겠다 으라차! 힘을 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핑크빛 다낭 대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흔히 보아오던 색이 아닌지라 묘한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성당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땅에서 보는 이국적인 성당은 왠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졌다.





다낭 대성당은 베트남이 프랑스의 통치를 받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는 카톨릭 신자들이 박해 받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베트남과 전쟁을 벌여 승리한다.


1884년 베트남은 프랑스의 인도차이나령에 편입되어 식민지가 되었고, 프랑스는 베트남에서 여러 제국주의 정책들을 펼쳐나간다.


이 시기에 카톨릭은 베트남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



푸릇한 열대의 나무들이 비죽비죽 솟아있고 그 옆으로는 핑크빛 성당이 서있다.


유럽에서 흔하게 보아오던 성당과는 확실히 다른 그림이다.



성당 밖 한켠에 자리잡은 동굴에는 마리아상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앞에 놓인 향을 꺼내어 불을 피우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성당에 향이라니, 난생 처음 보는 조합이었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서 향을 피우고 기도를 드려 보았다.



침략의 역사가 없었다면 이 머나먼 땅에 핑크빛 성당이 세워졌을까?


카톨릭이 내세운 가치는 분명 매력적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이며 희망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박해를 당하고, 이를 빌미로 외세는 아시아를 침략해 제국주의를 펼쳐나갔다.



종교 혹은 이데올로기의 폭풍에 휩쓸려 희생된 이들은 언제나 힘없는 군중들이었다.


그들에게 중요한건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배곯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왠지모르게 슬픈, 그렇지만 아름다운 성당을 뒤로하고 다시 무더운 다낭 거리를 걸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낭의 늦은 밤부터 아침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