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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ug 03. 2024

여행 본능

  여행 본능  


나이가 깊어지면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도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생일이라고 오랜만에 자식들과 손주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이런저런 대화 중 다음 주는 강원도로 휴가를 간다고 아내가 애들에게 자랑을 했다.

 '네, 휴가 간다고요?'

 '놀러 가시는 거지요.'

은퇴한 백수, 노부부가 휴가를 가겠다는 말에 선뜩 납득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듣고 보니 기분이

어째 섭섭하고 뒤끝이 찝찝하게 계속 남았다.


'이 노무 시끼들아!

 와, 너네들만 일했다고 휴가 가냐?

 우리도 할 만큼 일했다.

 지금 건강하게 노는 것도

 우리한테는 당당한 일이다.

 더 좋은데 휴가 가서,

 더 비싸고,

 더 맛있는 것,

 많이 묵으련다.'


여행은 인간의 본능이다.

사실 인류 역사의 민족 대 이동도 여행 본능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민족도 우랄알타이 산맥을 넘고,

몽고 초원과 고비 사막을 건너고, 만주벌을 지나 한반도에 정착한 화려한 여행 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전쟁사도 어찌 보면 그 바탕에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어 하고  차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여행 본능에서 비롯되었다.


각박한 현실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항상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신천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여행 욕구가 발현했을 때 바로 떠나는 자와  떠나지 못하는 자와의 차이일 뿐이다. '다음''내일'이란 단어는 이미 천국문 앞에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천국 가는 길에 이 담이 너무 높아서  힘들어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시간 따라 계절도 빠르게 지나가, 해가 바뀌기를 반복할 때마다 아쉬움만 쌓여간다.  죽을 때까지 어 놓을 수 없는 딱딱한 앙금으로 쌓인다.


더 늦기 전에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잠시 떠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용기를 내어 무리수를 써서라도 여행을 떠나보자.

일단 떠나고 나면 낯선 길에서, 자리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풍경도 볼 수 있고, 새로운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만남은  만남 속에서 내가 상대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지나온 자신의 삶의 궤적으로 되돌아가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가 있다.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게 된다.

그러나 여행길에 느끼는 이 감정은, 이 짐은 가볍다.

자신과 화해하는 소중한 체험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떠나는 자, 여행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우리 함께 이 무더위 위로 한번 날아가 봅시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 삼등 차 타고

 고래 잡으러  어 어 '

  2024.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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