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경덕 Oct 19. 2024

가을 편지

  가을편지

내 몸이 작년과 같지 않듯이  금년에 온 가을도 작년과 같은 가을이 아니다. 자연은 탐하는 자의 것이다.

가는 가을을 탐하려 오랜만에 설악행을 택했다.

대청, 중청은 이제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전설의 고향이 되어버렸다.


첫날은 몸 풀기로 비선대 까지만 들어갔다가 나왔다. 올라갔다는 소리를 하기가 민망스럽다.

둘째 날은 바닷가로 호수가로 굴러 다녔다. 청간정, 영금정, 능파대, 아야진 그리고 영랑호, 그동안 몰랐던 의외의 명소가 속초 인근에 많이  있었다.

능파대를 타고 넘는 근육질 파도는 기죽은 노인의 기를 더욱 꺾어 버렸다.  무엇보다 영랑호 둘례길은 그동안 잘 가꾸어 놓아 어느새 번듯한 명품으로 변해 있었다. 또한 영금정에서 바라본 동해의 만월은 이번 나들이에서 받은 최고의 보너스였다.  한나절 발 호강도 하고 눈 호강도 잘하였다.


돌아오는 날은 용기를 내어 학사평 화암사를 기점으로

수 바위를 거쳐 신선대에 올라갔다. 적당한 난이도의 3시간 정도 코스였다. 이곳에서 바라본 울산 바위는 위용은 위용 그 자체였다.

아직도 내 몸에서 가을 냄새가 난다.

아내는 땀내라 우기지만 나는 당당하게 주장한다

내가 설악산에서 주워온 금년의 가을 향기라고----


   2024,9,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