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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by 김 경덕

어제는 춘분

오늘부터 낮이 밤보다

그 키가 점점 커집니다

햇살은 훨씬 더 두꺼워졌고

남쪽에서 불어온 훈풍이

마냥 얼굴을 간지럽히네요


우리 기지개를 활짝 켜고

밖으로 나가 보실래요

바람결에 실려오는

새들의 노래도 들을 수 있고

몸부림치며 땅속에서 가지 끝에서

얼굴을 내미는 싹도 볼 수 있답니다


생강나무, 산수유가 벌써

노란 조막손을 흔들면서

반가운 인사를 하네요

진달래는 부끄러운 듯

입술만 살짝 내밀었고

목련은 A급 가슴을 D급으로

열심히 키우고 있네요


이렇게 하늘이 푸르른 날

서툰 날갯짓을 하면서

높이 날아다니다 보면

떠나버린 사랑했던 사람도

말없이 사라진 옛 애인도

만날 수가 있답니다.


알단 나와 보시라니까요

설화로 꺾어진 소나무 가지도

새 순이 돋아나옵니다

희망의 하루가 다시 보입니다

2025,3, 20

수원 융건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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