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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어디 Jan 29. 2024

당신 일도 내 일, 내 일도 내 일

[미디어스타트업 창간기+81일째] 매일매일 고백해 볼게

 2주 간격으로 한 매체에 칼럼을 쓴다.

이름을 걸고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 건 처음이다.

이때마다 나 스스로를 응원하고 위로하기 위해

꺼내보는 문장이 있다.



우린 다 두렵죠. 나를 보여준다는 건 그만큼의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확인받는 일이니까 두렵고,

내가 아직 설익었는데 내가 하는 말이 치기 어리거나 혹은 충분한 밀도가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도 독자들은 보시면서 이해하세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아직 밀도가 높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아지고 있느냐는 거예요. (송길영)


나는 기자 생활을 한 지 1년이 겨우 넘었고, 경험도 박한데, 미디어 감시를 하겠다며 독립언론을 창간했다.

뉴스타파에서 펠로우 생활을 하며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한 기자는 내가 이런 자신감 없는 말을 하니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 모르는 게 당신 경쟁력이야"


맞는 말이다.

기성 언론에서 이 일을 시작했더라면 어쩌면 기자들의 생리를 더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문제인  알면서도 어쩔  없이 비판하지 못할 일도 겼겠지.

그럼에도 언론계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할 땐 조심스럽다. 송길영 씨가 말한 대로 '충분한 밀도가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확인받는 일'이니 두렵다.


그러한 두려움이 극한에 이르는 주가 바로 2주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칼럼 마감 주.

이번 글의 제목은 '당신의 일도 나의 일, 나의 일도 나의 일'로 정했다. 내가 모든 일을 다 떠 안는다 이런 말은 아니고 기꺼이 떠안겠다, 떠안으면서 더 배워나가겠다는 뜻으로 정한 제목이다.


이번 글이 제일 진도가 제일 안 나갔다. 사실 글에 쓰지 못한 불만이 많았는데,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어서 조심조심 피해서 쓰느라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싫어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글을 인터넷상에 영원히 박제하고 싶진 않으니까.


설령 먼 훗날 내 글이 부끄러워 전문가를 고용해 다 삭제해버리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송길영 씨가 말한 대로 '내가 나아졌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혼자 매체를 운영하다 보니, 매체의 부족한 점은 모두 다 나의 빈틈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 빈틈의 무게를 나눠질 동료도 없다.

내가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응원하며 드라마 대사처럼 한 발 한 발 소몰이하듯 그냥 나를 몰아간다.


기사 초안은 냈지만 오랫동안 데스킹이 시작되지 않아 마음이 초초하다.

기사가 너무 별로인가 싶어 우울해지기도 하다.

다른 매체가 미디어 관련 의미 있는 기사를 내놓으면 거기서도 나의 부족함이 너무 크게 보인다.


오늘은 칼럼을 마감하고 나니 온몸에 힘이 없고 무기력해

맛있는 빵을 사 먹었다. 역시 달달한 탄수화물이 최고다..


이제 그만 퇴근해야겠다.

제가 어떤 매체를 운영하는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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