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시달린 당신이 조용히 침잠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곳이길
- 예전부터 누군가를 생각할 때 같이 떠오르는 공간이 있다는 건 멋지다고 생각했다.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새삼스레 그리운 것처럼, 어떤 공간을 머리 속에 떠올렸을 때 덩달아 떠오르는 사람의 잔향은 뭔가 마음을 더 먹먹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들에게 나는, 좋은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만, 조용한 카페에 홀로 앉아 책을 읽으며 끊임 없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사람으로도 기억되고 싶었다.
-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항상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마케팅을 하는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에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말 남는 시간에 평일에 쌓였던 긴장을 풀고 마음 편안히 책의 세계로 몰입해 들어갈 수 있는 나만의 '단골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특히 회사에서 일에는 치이고, 사람들을 의식하다가 주말에는 지쳐버리기 마련인 직장인에게 '작은 동굴'은 누구나 하나쯤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누구나에게 나의 최애 플레이스라고 얘기할 수 있었던 상수역 카페 꼼마가 문을 닫으면서 한동안 시무룩하게 지냈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이가 어딘가 있다면 책 한 권 들고 조우할 날을 기대하면서 몇 곳을 추천해 본다.
- 이미 유명한 곳도 있고, 분위기나 위치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요소도 다분하지만 어디까지나 글쓴이의 경험과 주관에 의존한 글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고해 주시길. 추천의 기준은 책을 읽을 만한 차분한 분위기, 엄청 혼잡하지 않은 실내, 맛있는 커피(원두 테이스팅의 미각 레벨까진 아닙니다) 등등입니다. 글을 보시는 분이 또 좋은 곳 알고 계신 곳을 알려주시면 꼭 가보고 리뷰해 보겠습니다. 사진이 많지 않은 점은 양해해 주세요.
- 차분한 조명과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 스페셜티 블렌드로 유명한 카페이지만, 자리마다 놓여진 빈티지한 소형 스탠드 때문에 책을 안 펼쳐놓을래야 안 펼칠 수가 없는 분위기로 더 자주 찾아오고 있다. 라떼홀릭이라서 이상하게 여기만 오면 이 곳의 시그니처 중의 하나인 깔루아 라떼나 아이리쉬 라떼를 먹게 된다. 여유 많은 주말, 바로 옆에 있는 '아오이 토리' 빵집에서 멜론빵 하나 입에 물고 이 곳에서 차분하게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 편안한 인테리어와 꾸준히 돌아가는 로스팅 머신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카페. 꽤나 시끄러운 동네에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한적한 골목에 정원이 있는 가정집 같은 외관으로 있어서 인지 몰라도 주말에 가도 생각보다 여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스테인리스 아이스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역시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날씨 좋은 날에 테라스 자리도 도전해 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이 카페는 날씨가 흐릴 때 더 가고 싶더라.
- 자리마다 Kinfolk 잡지가 하나씩 놓여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 입구를 들어서면 폭은 좁지만 안쪽으로 공간이 많아서 나름 쾌적한 느낌이 든다. 테이크 아웃은 2천원을 할인해 주고, 비 스터디 카페임을 강조하면서 주말엔 노트북 사용 자제 요청을 해 두는 건 나쁘지 않은 운영 방안인 것 같다. 탁자에 비치해 둔 킨포크 잡지에서 참고한 것처럼 카페 내부 소품이나 조명 하나하나 기분을 릴랙스시켜주는 편안한 분위기라서 책 볼 때 집중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아인스패너가 유명하다던데 다음엔 트라이해볼 생각
- 흥망성쇠가 확실한 홍대 상권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면서 분위기를 지키고 있는 좋은 카페. 이 곳은 프렌치 토스트가 유명하기도 하다. 주말에 적당히 늦게 일어나 책을 들고 도착해서 토스트 2개에 커피를 먹으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브런치는 없는 듯. 낮에 방문해도 은은한 채광이 좋고, 밤에는 밤대로 매장 내부의 조명이 몰입해서 책 읽기에는 정말 좋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물론 사람이 붐빌 때는 붐비는 대로 약간은 소란스럽겠지만...
- 너무 소개가 홍대, 상수에 치중된 것 같아서 강남역의 핫플도 하나 소개. 막상 합정 빈브라더스는 못 가봤지만 강남권에서 볼 일이 있을 때 책 보기 좋은 카페라고 추천받아서 들렀던 강남 빈브라더스는 일단 150평이라는 넓은 공간이 주는 시원한 느낌과, 나름의 인테리어 구분으로 채광이 잘 되는 밝은 공간부터 배트맨도 초대가능할 법한 어둑한 공간까지 있어 독서가들의 취향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 같다. 커피도 내 기준에서는 맛있었는데 가격은 주변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어느 정도 있는 듯. 다만 이 넓은 공간 임대료를 생각하면... 카페를 들어서면 예술, 디자인 관련 도서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는데 좋은 책들이 많아서 아차 하고 책을 안 챙기고 나온 날 여기에만 와도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와 스터디 카페, 북카페는 빼고 나름 추려 봤는데 시간만 된다면 더 이런 공간들을 찾고 싶다. 여러 분들께서 좋은 곳을 공유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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