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미국 대학 교육 이야기를 시작하며
교수는 어떤 직업일까?
사람들에게 교수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아마 많은 이들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교수를 꿈꾸는 많은 대학원생들에게 교수는 단순히 '교육자'가 아니다. 오히려 대학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교수가 되고 싶어 하는 대학원생들이 많다. 실제 교수의 역할은 교육자와 연구자의 중간 지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교수에게는 교육, 연구, 봉사의 역할이 주어지는데, 그 비율은 대학이나 전공, 직위에 따라 다르다. 미국을 예로 들면, 연구 중심의 R1이나 R2 학교*의 경우 교육의 비중이 줄어들고 연구 비율이 늘어난다. 반면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티칭스쿨의 경우에는 연구 비율이 줄어들고 교육의 비중이 늘어난다. 초임 교수의 경우, 학교의 배려로 첫 해에는 몇 과목을 빼주기도 한다. 또한, 큰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펠로우십을 받는 경우 '코스 바이아웃(course buyouts)' 제도를 이용해 특정 학기의 교육 시수를 줄일 수 있다. 학교에서 행정직을 맡는 경우에도 그 책임과 직무에 따라 교육 시수를 조정해주기도 한다.
* R1, R2 학교: 미국 카네기 고등교육기관 분류(Carnegie Classification of Institutions of Higher Education)에 따른 대학 구분. R1은 "매우 높은 연구 활동"을 하는 박사학위 수여 대학을, R2는 "높은 연구 활동"을 하는 박사학위 수여 대학을 뜻한다. 이 분류는 대학의 연구 중심도를 나타내며, R1 대학들은 일반적으로 가장 연구에 집중하는 학교로 봄.
교육자로서의 역할은 교수에게 피할 수 없는 의무이지만, 교수들이 생각하는 그 중요성은 일반인들의 인식이나 교수가 되기 전의 예상과는 조금 다르다. 예외는 있지만, 세상이 생각하는 것처럼 교육이 (대부분의 경우) 교수의 모든 것은 아니며, 대학원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연구만으로는 교수가 될 수도, 교수의 직무를 다 할 수도 없다. 우리는 교육자인 동시에 연구자인 것이다.
그러나 교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서 우리는 '교육'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교수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박사 학위를 가졌지만,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고서는 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훌륭한 연구 성과로 박사 학위를 마치고도, 이 교육의 부담 때문에 학계에 남거나 학교에서 일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랬다. 본격적으로 교수직에 지원하기 전까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가 끝나갈 무렵, 교수 지원 서류를 준비하면서 '교육 철학(Teaching Philosophy)'에 대해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아니, 내가 무슨 교육 철학이 있어?"라고 좌절했었다. 물론 대학원생 시절 학비 보조를 위해 강의 조교(Teaching Assistant) 업무를 했지만, 그건 정말 '업무'로만 여겼다. 당장 따라가야 할 수업들과 연구가 더 급해, 내가 교수가 된다면 이 강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대학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처음에는 '살기 위해', 즉 교수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지원자에 비해 뒤떨어지는 서류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관련 세미나와 코스를 듣고, 인터넷도 찾아보면서 점점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고등 교육에 이렇게 다양한 방법과 논의들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실제 수업에 적용했을 때 지루해하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강의 평가에서 학생들이 재미있었다고, 많이 배웠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도 좋았다.
동시에 많은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 대학교 안에서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래의 교수를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이 교육을 위한 제대로 된 훈련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또한 도움이 필요할 때 어디서 받아야 할지에 대한 한국어로 된 자료나 정보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많은 교육 관련 논의들이 대학 이전의 교육에 맞춰져 있고 특히 최근에는 '미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데, 이런 학생들이 대학에 왔을 때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대학에 준비되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공유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시작했다.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미국의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미국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교육 방법과 사례에 대해, 그리고 어디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대학에서의 '미래 교육'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기 위해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