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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키미 Apr 20. 2023

사우디 생활에서 관계 맺기의 어려움

사회성 결여

D + 560 Jeddah, KSA




오늘 이번달 보너스가 추가로 입금되었다. 유일한 낙이다.

돈 받는 게 유일한 낙이라 슬프네 ㅠ 흑

이번달은 라마단이라서 같이 고생한다는 의미로 회사에서 보너스를 준다. 월급에 반이 넘는 돈을 보너스로 주니, 일 하는 것에 비해 돈을 많이 주긴 하지만 내 젊음을 이곳 사우디에 고스란히 묻고 있다 생각하면 그 돈도 충분하지 않다. 처음에는 이 중동국가 경험도 내 인생을 다채롭게 해 준다 반겼으나 이만하면 충분한 거 같고 이젠 그냥 돈! 이 나라는 나랑은 맞지 않는 나라로 결론 땅땅!!


요즘 확실하게 느끼는 건 사회성이 너무 떨어지는 거 같다.

원래부터 사회적인 인간이 아닌데, 원래 있던 그 사회성마저 현저하게 더 떨어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부담스럽고, 만나도 무슨 말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일하지 않는 날은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기가 싫다. 나가야 될 거 같은데 나가기가 싫은…? 그리고 막상 나가도 할 게 없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내가 이 말을 해서 상대가 싫어하거나 불편하면 어떡하지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많이 조심스럽다고 해야 되나. 내 안의 뭔가를 좀 터뜨려야 될 거 같은데 너무 의기소침하다.


이렇게 호텔 방에서 시들시들, 나의 벚꽃 나무처럼 나도 시들시들. 사람도 시들, 식물도 시들, 척박한 사우디 땅

* 작년 말에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일본에서 온 벚꽃나무가 있는데 제다 날씨 때문에 시들시들 앓고 있다.*






이곳 사우디에서 인간관계를 맺기란 참 쉽지 않다.

여기에서 맺는 인간관계는 너무 제한적이다.


인간관계란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인데, 일단 여기서는 내 속마음을 확 드러내서 관계를 맺을 사람이 없다.  근무환경 탓, 아랍나라 이슬람 사람 탓, 그리고 내 성격 탓을 해 본다.


근무환경상 여러 나라의 아랍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만 이들과는 마음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항상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웃으면서 대화를 하지만 어딘가의 벽에 턱 턱 막힌다. 그리고 근무환경상 기밀이 많기 때문에 속시원히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몇 번 대화를 하다 보면 그런 소통을 풀기보다는 그냥 포기하는 게 쉽기 때문에 그렇게 애써가며 대화를 이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문화 차이. 이슬람, 무슬림은 그냥 너무 다르다. 그리고 그들이 쌓아 올린 견고한 생각들은 그냥 내가 바위에 계란을 치는 수준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이해해 보려 했으나, 이제는 솔직히 이해도 힘들고 그냥 모르겠다. 얼마 전 백종원 님이 모로코에 가서 장사하다가 그쪽 사람들과 분란이 생긴 걸 기사로 읽었다. 정말 극공감 했다. 이 사람들은 이들만의 종교적인 확고한 고집과 신념이 있어 새로운 것과 다른 것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확고한 고집과 신념 때문에 오히려 더 민감하고 자격지심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환경에 영향을 받는 내  성격 탓.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생각이란 걸 엄청 하게 된다.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그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채우는 편인데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도 문제다. 예전 외국 생활을 할 때는 활동적이며 적극적이었고 생활 반경도 넓었다. 그 나라들과 사람들이 주는 분위기 때문에 나도 더 오픈적이고 자유로웠던 거 같다. 그리고 더군다나 어렸고.

너무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이 나라는 나를 좁게 옭아매고 소심하게 만드는 거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데 하지 말라는 식의 주의를 몇 번 받다 보면 사람이 소심해진다. 그것도 정말 사소한 것들에…



사우디라는 나라 자체가 나를 시들시들하게 만드니 신체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갑자기 확 늙는 거 같다. 처음에 이 나라에 왔을 때, 나와 나이가 같거나 아니면 조금 더 나이 많은 분들도 그 외모와 하는 행동들이 너무 나이 많은 사람 같아 보였다. 이 나라 문화가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거 같다. 사람은 처한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 하는데, 내가 지금 딱 그런 듯.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건 나이기 때문에,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나를 기분 좋은 상태로 리드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심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저의 사우디 라이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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