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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키미 Sep 30. 2023

우리 무슨 사이야?

수동적인 태도

대학교 시절 사귀던 남자로부터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며 잠수이별을 당했다. 당시 개새끼 소새끼 그를 엄청 욕하며 눈물로 지새운 나날들은 정말 먹먹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고는 그 남자가 나를 버리고 간 이유를 내가 못나고 볼품없는 여자라 그렇다고 내 안에서 결론을 내렸다.


그 잠수이별 사건 후 다른 남자를 만날 때면, 나를 그와 동등한 조건으로 두는 게 아닌, 그를 우위에 두고 나는 자발적으로 “을”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주체적으로 내 의견을 펼치고 정말 나다운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나를 보여주면 떠날까 봐, 그래서 노심초사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고 나를 꽁꽁 숨겼다.  그러니 어떻게 진솔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꽤 괜찮은 남자들은 나와 관계를 맺으면 내가 부족하니까 결국엔 나를 떠날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진입장벽이 낮은 쉬운 남자(?) 들만 만났던 게 아닐까 싶다. 비겁하다. 내가 나 스스로를 너무 만만하고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 미안하다.


요즘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 그와 나는 우리의 관계를 정의 내리지 않았다. 분명 친구는 아니다. 그렇다고 다정하게 일과를 주고받는 일반적인 연인도 아니다. 나이도 있는데 어릴 때처럼 굳이 뭐 관계에 대한 정의를 해야 하나? 보고 싶을 때 연락하고 좀 야하고 깊은 대화도 하면 사귀는 거지 싶다가도 수시로 이 관계의 정의를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 무슨 사이야?”


여기에서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가 얼마나 수동적인 인간인지.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인지 왜 그가 정의를 내려야 하나? 그가 사귀자 그러면 사귀고 섹파 하자 그럼 섹파 할 것인가? 왜 선택권을 그에게 주는 것인가?

내가 그를 찬찬히 보고 내 옆에 있어도 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을 해서 우리 관계를 제안할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네가 좋다. 그러니 우리 진지하게 만나보지 않을래?



상대에게 이 관계를 묻지 마라.

이 관계가 무엇인지는 내가 정한다.

저 사람은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되는 사람인가?

자격이 되면 내가 더 당기고 아니면 내가 놓는다.

관계의 주체는 나다.


얼마 전 사랑에 관해 검색을 하다 본 문구인데, 뼈 때린다.



내 모든 과거들이 현재의 나를 만든다.

누구를 만나든 관계 안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아 감사하다. 상대가 내 사랑을 받아도 되는 가치 있는 사람인지 충분히 알아보고 “주체적으로” 그 관계를 내가 만들어 갈 것이다. 비록 거부당한다 해도 깔끔하게 받아들일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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