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등반 완료
Day 7
2026년 2월 18일
이동구간 : 밀레니엄 캠프(Millennium Camp 3950m)- 무에카 게이트(Mweka Gate 1,640m)
총 이동거리 : 약 12-13km
소요시간 : 6시간 30분
고도하강: 2,300m 급하강
지대 : 고산 지대(Heath Zone) - 열대우림지대(Rainforest Zone)
신체반응 : 끝없는 하산길로 무릎통증
날씨 : 맑음 > 비
킬리만자로 7일의 일정이 모두 끝나는 날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 여유를 가지고 산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음미한다. 시원섭섭한 마음에 괜히 텐트 뒤로 보이는 우후루 픽을 몇 번이고 올려다보았다.
죽기 전 다시 볼 수 있을까?
전날밤 가이드 데이빗과 팁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했고, 팁 전달은 마지막날 출발 전에 하였다.
“팁은 모두를 춤추게 한다.”
“7일 동안 나와 함께 고생해 줘서 고맙다”라고 하며 봉투를 전달하였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너희들도 좋고 나도 좋고, 그럼 됐어!
그들 역시 팁을 받고 즐거워하며 등정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직도 그날의 흥겨운 아침이 눈에 선하다.
오전 7시 30분에 하산을 시작하였다. 마지막 하산 지점인 무에카 게이트까지 2,300m나 내려야 되는 긴 하산길이다. 마지막날이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 역시 만만찮타.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인다.
날도 화창하니 좋고, 고도를 내리니 온 사방에 초록이 무성하다. 이것이 생명력이다. 오전 9시 45분 무에카(Mweka camp 3,100m)에 도착했다.
무에카 캠프에서 잠시 쉬고 다시 하산길에 올랐다. 초록이 무성한 가운데 기대치 않은 영롱한 색들의 꽃을 보면 눈을 뗄 수가 없다. 아름답다.
데이빗이 꽃을 꺾으러 가겠단다.(화장실을 가겠다는 말이다. 산에서는 온 사방이 화장실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으니 먼저 조금씩 걸어내려 가라고 그랬다. 큰 꽃을 꺾으려나 보다. 혼자서 내려오는데 등반 7일 중 데이빗과 항상 같이 있다가 혼자가 되니 엄청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가이드 없이는 등반이 불가한 이 거대한 산 킬리만자로에 덩드러니 혼자 있다 생각하니 뭔가 대단한 특혜가 주어진 듯하다.
큰 꽃을 꺾은 데이빗이 뒤에서 다시 나타났다. 7일을 꼭 붙어서 지냈더니 많이 친해졌다.
그는 킬리만자로에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등반가들에게 길을 안내하며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산이 기꺼이 자신의 품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킬리만자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 말이 한참 동안 기억에 남는다.
저 거대한 산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나.
터덜터덜
다리에 힘이 다 풀려서 한발 한발 걷는데 속도가 너무 더디다. 무릎도 시큰시큰하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게이트까지 다 와가는지 큰 나무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데이빗, 우리 얼마나 더 가야 돼?
- 이제 정말 다 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산행 중 우리가 제일 많이 한 대화 ㅋ)
빨리 산을 벗어나고 싶은데, 이제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괜스레 아쉽다.
오후 2시
드디어 마지막 지점 무에카 게이트에 도착하였다. 밑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포터들이 와서 등반 완료를 축하해 주었고 한편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무리들도 있었고 모두가 축하 분위기이다. 그리고 게이트 옆으로 보이는 기념품 샵들, 음식점 등등 속세로 다시 돌아왔다. 7일 동안 오롯이 야생의 자연과 마주하다 속세로 돌아오니 반갑고 고맙고 뭔가 아쉽다.
게이트를 벗어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등정완료 했다는 증명서를 받았다.
이렇게 모든 것이 끝이 났다.
Asanti Sana
글을 마치며-
이렇게 저의 킬리만자로 7일 등반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습니다. 뜨뜻한 방 안에 누워서 뒹굴거리다보면 내가 정말 그 힘든 곳을 갔다온게 맞는지 모든것이 꿈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제 스스로 날을 정해두고 글을 쓰니 약간의 부담도 됐지만 글을 쓰는 그 시간 동안은 제가 다시 킬리만자로에 있는 느낌을 받아 설레였습니다.
그때의 아름다움과 감동, 추위와 힘듦, 가이드와 포터 그리고 산 위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행복한 글쓰기 작업이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이 글을 읽고계신 모두에게 보냅니다. 서툰 글 함께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산티 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