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낭만과 현실사이, 팁에 관하여
Day 6
2026년 2월 17일
이동구간 : 바라푸 캠프(Barafu Camp 4673m) - 스텔라 포인트( Stella point 5756m)-우후루 픽( Uhuru peak 5895m) - 바라푸 캠프(Barafu Camp 4673m)- 밀레니엄 캠프(Millennium Camp 3950m)
총 이동거리 : 등정구간- 약 6km/ 하산구간- 약 10km
소요시간 : 약 15시간
고도상승: 1,222m / 하강:1,945m
지대 : 고산사막지대(Alpine Desert zone) - 북극지대(Arctic) - 고산 관목지대(Moorland)
신체반응 : 정상 올라가는 길에 장이 꼬이는 느낌으로 불편했고 숨이 너무 차고 머리 아픔. 하산길에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무릎 통증.
날씨 : 맑음 > 밀레니엄 캠프 도착 후 비
오전 6시 40분에 정상,
우후루 픽에 도착했다.
이제 긴 긴 하산만이 남았다.
정상 등정 후 마음은 가벼웠지만, 몸은 지쳐갔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를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곳.
안녕-!
5895m에서 4673m의 바라푸 캠프까지 3시간이 걸렸다. 올라갈 때는 6시간이 넘는 그 거리를 미끄러지듯이 내려왔다. 눈이 녹으면서 미끄러웠다. 긴장도 풀리고 다리에 힘도 풀리며 무릎이 아파왔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들다.
오전 10시 30분에 바라푸 캠프에 도착하였다.
Congratulations!!
캠프에서 기다리고 있던 포터들과 쿡이 나의 등정을 축하해 줬다. 캠프는 모두 축제 분위기였다.
오전 1시에 등반 시작해서 오전 10시 30분에 1차 하산 완료 하여 꼬박 9시간 30분을 운행했다. 힘이 빠질 대로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가이드가 1-2시간 쉬고 바로 움직여야 된다고 했다. 오늘 중으로 밀레니엄 캠프(Millennium Camp 3950m) 아니면 무에카 캠프(Mweka Camp, 3,100m)까지 고도를 낮춰야 다음날 제시간에 등반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발이 빠른 팀들은 정상등정 후 바라푸 캠프에서 잠시 쉬고 바로 무에카 캠프까지 내려가지만, 나는 몸이 너무 지쳐서 밀레니엄캠프까지만 하산하기로 했다.
정상 등정날은 7일 중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날이다.
터덜터덜
무릎이 아프니 속도가 나지 않는다. 고도를 낮추면서 주위는 푸릇푸릇 초록의 생명력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7일을 꼭 붙어 있었더니 내적 친밀감이 생긴 데이빗과 주거니 받거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이다.
> 데이빗, 드문드문 여자 포터들도 보이는데 여자포터는 잘 때 남자포터들이랑 같이 자?
- 일은 일이다. 같은 텐트에서 같이 잔다.
(왠지 험한 일이 있지 않을까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등반 중에도 여자포터들에게 눈길과 애정이 더 갔다.)
> 데이빗,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돈은 어떻게 받아?
- 운행기간 동안 가이드는 하루에 9불, 쿡은 7불, 포터는 4불을 정부에서 받는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거에 비해 일당은 너무 적다. 그래서 우리는 “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운행 첫날부터 고민이었던 “팁”이었다. 대체 얼마를 주면 되나 적당한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데이빗이 저런 이야기를 하니 더 고민이 된다.)
> 데이빗, 쿡 포지션이 좋지 않아? 짐도 적게 지고 딱 음식만 해주면 되잖아.
- 또 그게 아니다. 다 각자의 고충이 있다. 포터는 짐은 무가운데 딱 짐 운반만 하면 캠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쿡은 도착하면 음식 준비 헤야 되고 그리고 아침에도 제일 일찍 일어나야 된다.
(가이드, 쿡, 포터 중에서는 왠지 쿡이 포지션이 좋은 거 같았다. 가이드는 돈은 조금 더 받을지 몰라도 등반가와 밀착동행해야 돼서 신경 써야 될 게 많을 거 같고, 포터는 짐이 너무 무거워 힘들 거 같았다. 역시 뭐든 좋은 것만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밀레니엄 캠프에 도착했다. 오후 3시 40분경이었다. 모두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이다 보니 왠지 분위기가 나른하고 평화로웠다. 이번 캠프 사이트도 딱 우리만 잘 수 있게 조용하고 좋은 곳에 자리를 잘 잡아두었다. 도착과 동시에 해가 사라지고 날이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천근만근
사람은 어디에서도 잘 적응하는 동물이다. 이제는 3000m 넘는 고도에서도 몸이 적응해서 고소증세가 안 타나 났다. 이제 내일이면 산에서 빠져나와 시내 숙소에서 뜨거운 물 샤워를 하고 따뜻하게 잘 수 있다. 킬리만자로도 좋지만 이제 빨리 속세로 돌아가고 깊다. 그동안 못 씻어서 온몸이 꼬질꼬질하다.
저녁을 먹고 누워있는데 텐트 밖에서 데이빗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듯해 보였다.
빙빙 돌려가며 겨우 팁 이야기를 꺼냈다. 본인도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부끄러운 듯하다. 내가 알아서 주려고 했는데,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원래 팁은 말 그대로 팁이다. 내가 주고 싶은 만큼만 마음을 전달하면 된다. 그런데 데이빗은 내가 예산으로 정해둔 돈 보다 조금 더 요구를 했다. 기분 좋게 등반 잘 끝내고 다 잘 내려왔는데, 돈 때문에 서로 어색해지고 기분이 불편했다.
좋은 게 좋다고 요구하는 데로 줘야 하나, 아니면 내 예산에 맞춰 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론은 그들이 원하는 데로 주기로 했다. 모두가 고생도 너무 많이 했고, 내가 예산에서 잡은 돈보다 얼마 차이도 나지 않았다.
사우디에서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었고, 킬리만자로에서 저들과 즐겁게 등반도 하였고, 좋은 게 좋다고 내 돈 조금 더 내서 저들이 기분이 좋고 생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 요구하는 대로 주기로 결정했다.
내가 그동안 번 돈을 힘들게 고생한 저들과 나눈다는 생각으로. 같이 잘 살면 좋으니까.
팁 하나 주는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다.
킬리만자로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흘러간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들, 눈앞으로 펼쳐지는 웅장한 산의 모습, 정상을 밟았을 때의 감동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산티 사나 (Asanti Sana, Thank you so much)
* 밀레니엄 캠프에서 아루샤 시티까지.
다음 편에서 저의 킬리만자로 여정에 관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