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곳에 서다

1) 새벽 1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우후루 픽

by 노마드키미

Day 6

2026년 2월 17일


이동구간 : 바라푸 캠프(Barafu Camp 4673m) - 스텔라 포인트( Stella point 5756m)-우후루 픽( Uhuru peak 5895m) - 바라푸 캠프(Barafu Camp 4673m)- 밀레니엄 캠프(Millennium Camp 3950m)

총 이동거리 : 등정구간- 약 6km/ 하산구간- 약 10km

소요시간 : 약 15시간

고도상승: 1,222m / 하강:1,945m

지대 : 고산사막지대(Alpine Desert zone) - 북극지대(Arctic) - 고산 관목지대(Moorland)

신체반응 : 정상 올라가는 길에 장이 꼬이는 느낌으로 불편했고 숨이 너무 차고 머리 아픔. 하산길에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무릎 통증.

날씨 : 맑음




타닥타닥,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랜턴 불빛이 들어온다.

“킴!! 킴!!” (내 영어 이름은 Kim이다.)


아담이 내 이름을 부르며 잠을 깨운다. 4번이나 깨웠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놀라서 정신없이 일어나 몇 시인지 시계를 본다. 시간은 밤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킬리만자로 등반 중 , 항상 춥고 잠자리가 불편해 깊이 잠에 빠진 날이 없었는데 어떻데 정상공격하는 날은 깊이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컨디션이 좋다.


온 사방이 어두웠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랜턴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차가운 공기사이로 분주한 발걸음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등반하는 사람들도, 가이드들도, 포터들도

모두 이 날을 위해 밑에서부터 열심히 올라왔기에

다들 웃고 있지만, 긴장된 모습이 역력하다.


정상 공격은 나와 데이빗(가이드), 아담(메인 포터) 이렇게 셋이 간다. 나머지 포터와 쿡은 캠프에서 우리가 정상을 갔다 내려올 때까지 기다린다.



> 새벽 1시, 바라푸 캠프에서 정상공격!!


한밤중이라 사방이 어둡고 추웠다.

아래위로 옷을 몇 겹 씩 껴입고 양말도 두 켤레, 장갑에 모자에 몸이 뒤뚱뒤뚱하다. 5000m 넘어가면 춥다고 얼마나 겁을 주는지 있는 거 없는 거 다 껴입고 우리 셋은 출발준비 완료했다.


드디어 그날이다.

긴장된다.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마음을 다잡는다.


배낭을 메려고 하는데 데이빗이 내 배낭을 냉큼 빼앗아 자기가 멘다. 정상 공격하는 날은 바라푸 캠프를 출발해 정상우후루 픽을 갔다가 다시 이곳 바라푸 캠프로 내려오는 일정이다. 그래서 가이드는 메고 갈 짐이 없기 때문에 등반가의 짐을 대신 메어 준다. 나는 몸만 올라가면 된다.

감사합니다.



어두워서 사방은 보이지 않지만 매우 가파르고 눈이 쌓여서 미끄러웠다. 이 구간은 가파른 화산재 너덜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구간이다. 헤드랜턴의 좁은 시야 너머로 보이는 것은 앞서가는 데이빗의 발뒤꿈치와 끝을 알 수 없는 눈 쌓인 오르막뿐이었다. 온 사방은 어둡고 차가웠다


저 멀리 줄지어 올라가는 사람들의 랜턴불빛만 어둠 속에 반짝인다. 날카로운 바람이 온몸을 스친다.



눈 쌓인 경사길을 올라가는데 장이 뒤틀리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숨을 깊이 쉬고 내뱉으면 장이 있는 그 부분이 더 결리고 불편했다. 이미 고도 5000m를 넘어가니 숨쉬기도 힘들었다. 천천히 한발 한발 떼며, 숨을 깊이깊이 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한다. 나는 지금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



힘든 순간 나에게 주문을 건다.

나와 킬리만자로가 한 몸이라 생각을 하고,

이 산을 온몸으로 느끼고 즐기자라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더 불어라 내가 더 느껴줄게

마음속으로 이렇게 계속 나에게 말했다.


Let me feel the wind

Let me feel the smell

Let me feel the Kilimanjaro


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킬리만자로가 나와 한 몸이라 생각을 하니 힘든 순간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치는 그 순간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모든 건 마음먹기다.




> 마침내 아프리카의 지붕

우후루 픽(Uhuru Peak)


한발 한발 천천히 움직이다 보니 멀리서 동이 트기 시작했다. 바라푸 캠프를 출발한 지 6시간이 지나가고 있었고, 킬리만자로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내 연약한 두 다리로 5000m가 넘는 이 높은 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두둥! 스텔라 포인트에 도착했다.

5756m이다.

이제 눈길의 가파른 오르막은 거의 다 왔다.

내가 거의 해났구나 라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구글에서 가지고 온 사진.


산의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더 세차게 분다.

이미 5756m의 스텔라 포인트에 도착하니 정상에 다 온 느낌이다. 100m만 더 가면 정상이다.



믿기지 않는다.



해가 올라오면서 온 세상이 밝아졌고, 각자의 속도대로 우리 모두는 아프리카의 지붕 우후루 픽으로 향하고 있다.

정상가는길, 맞은편의 또 다른 봉우리


정말 사람은 마음이 다인 거 같다. 정상이 코앞이라는 감격에 힘든지도 모르고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모두 5000m의 높은 고도를 즐기고 있다. 아직 정상을 밟기 전이지만 스치며 지나가는 모두가 서로에게 Congratulations 이라고 말해준다.




정상이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오전 6시 40분

마침내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곳

킬리만자로의 정상

5895m

우후루 픽에 도착하였다.

CONGRATULATUONS

“AFRICA’S HIGHEST POINT”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코끝이 찡해오며 눈물이 핑 돌았다.

뭉클하다.

해냈다.



정상 우후루 픽의 나무 표지판 앞에서 여러 멋진 포즈를 취한다. 선글라스도 사진에 잘 나오기 위해 고글을 벗고 나의 최애 Rayban을 꼈다. 앉아서도 찍고 서서도 찍고 온갖 멋진 포즈를 잡는다.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곳, 우후루 픽이다.



> 내가 맞다고 믿는 그 길, 나만의 우후루(자유)


킬리만자로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나의 티끌 같은 작은 소망이, 이 거대한 산 킬리만자로 정상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지난 7일의 고단한 산행 일정과 지난 4년의 사우디의 시간들 그리고 지나온 내 삶과 앞으로의 삶들이 머릿속에서 순서 없이 오고 간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고액의 월급을 포기하고 아직 정해진 것 없는 야생의 세계로 나오는 게 맞는 건지.

나의 40이 넘은 이 나이에 결혼도 안 하고(못하고?ㅋ) 여자 혼자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

앞으로 뭐해먹고살지, 일은 다시 구할 수 있을지.

남들과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살아가는 내 삶이 맞는지.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오고 갔다. 아프리카의 꼭대기, 우후루 픽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와 평온한 산을 바라보며 저런 생각들은 순간이지만 안개처럼 사라졌다. 5895m의 이 힘든 곳도 올라왔는데 앞으로 못할 것은 없을 거 같다는 안도와 자신감이 생긴다.


킬리만자로가 너무 아름답고 멋진 산이지만, 결코 모두에게 열려 있는 산은 아니다. 이곳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이 킬리만자로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모두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내가 아름답다고 느껴야 그것이 아름답다. 모두가 그 길이 맞다고 하지만 내가 맞다고 생각해야 그 길이 맞다.

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인생의 방향과 속도를 걷고 있지만, 내 방식대로 이 삶을 충분히 즐기고 느끼고 있다. 그러니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천천히 내 속도로 가자.


우후루 픽(Uhuru Peak)의 우후루(Uhuru)는 스와힐리어로 “자유”이다. “자유”를 꿈꾸며 퇴사를 했는데,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곳에서 “자유”를 미리 맛보았다.



웅장한 자연 앞에서 묵묵히 내 인생을 받아들이며,

킬리만자로의 정상을 밟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리며.


오늘 역시 감사합니다.


Asanti Sana

아산티 사나, Thank you so much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