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공격 하루 전

4673m의 바라푸 캠프

by 노마드키미

Day 5

2026년 2월 16일


이동구간 : 카랑가 캠프(Karanga Camp 3995m) - 바라푸 캠프(Barafu Camp 4673m)

총 이동거리 : 약 3-4km

소요시간 : 4시간

고도상승: 약 600m

지대 : 고산사막지대(Alpine Desert zone)

신체반응 : 등반 중 숨이 엄청 찼고 그 외엔 컨디션 양호

날씨 : 맑음 > 오후에 눈





Good Morning :))

어제 오후시간을 통째로 느긋하게 쉬어서 그런지 왠지 아침이 여유롭다. 컨디션 양호하다. 사진에서 보이는 저 봉의 오른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면 정상(우후르 픽) 가기 전 마지막 캠프인 바라푸 캠프가 나온다.



마차메 루트 7일 코스는,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니

이틀 정도는 캠프에서 오후를 늘어지게 쉴 수 있다.


바라푸 캠프까지만 가면 바로 정상 앞까지 온 거다.

정상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내가 벌써 이렇게 높이 올라왔다니!!

욕심부리지 말고 등반 중 몸 컨디션 안 좋으면 내려가자

마음먹었는데 정상을 코 앞에 두고 있으니 욕심이 생긴다.


따뜻한 물로 밤사이 얼었던 몸을 따스히 녹이고 까슬한 빵을 억지로 욱여넣는다. 입맛이 없어도 생존을 위해 무조건 먹는다. 아침을 먹고 화장실을 들르고 오전 8시 20분에 데이빗과 카랑가 캠프를 출발했다.



출발하기 전 우리 팀과 단체사진을 찍었다. 등반시작하고 처음으로 함께 찍는 사진이다. 아무래도 그룹으로 오는 팀들이 인원수도 많다 보니 더 기세 등등 하다. 캠프에서 쉴 때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대규모 그룹의 포터들이 원을 지어 노래를 부른다. 등반하는 사람들에게 무사등반하라고 응원도 실어주고, 본인들끼리는 흥을 돋워 열심히 일하자(?)라는 노동요 같다. 내가 그 모습을 흥미롭게 빤히 지켜보는걸 아담이 본듯하다. 등반 전 아담이 포터들을 모은다. 출발 전 응원가(?)겸 노동요(?)를 불러준다. 그들의 기를 한 몸에 받아 오늘 운행이 좋을 듯하다.

아담과 포터들의 응원가!!




3990에서 4600까지 고도를 올려야 하는데, 시작부터 숨이 엄청 차기 시작했다. 또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디디며 앞서가는 데이빗의 빨간 양말만 쳐다보며 앞으로 간다.


숨이 차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많아진다.


혼자 가서 좋은 점은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완전히 내 페이스에 맞출 수 있다는 거다.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7일 코스 하기를 잘했다.


7일 코스에 7명의 팀이라니.

럭키 세븐, 등정할 거 같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 ㅋ





숨이 차서 쉬고 있는데, 어제 바랑코 월에서 만난 “프라다”가 나타났다. 저렇게 조막만 한 아가씨가 8명의 팀을 꾸려서 레모쇼 루트로 올라왔다고 그랬다. 레모쇼 루트와 마차메 루트는 카랑가 캠프를 가는 길에 만난다.


같은 여자 솔로 등반가라 더 반갑다. 그리고 그녀는 네팔사람이다. 히말라야의 나라에서 온 가녀린 솔로 등반가라니. 정말 귀하다 귀해. 처음 보자마자 와락 껴안아 버렸다. 프라다와 말린 망고 한 조각씩 먹으며 숨을 돌려본다.




정상 우후루 픽( Uhuru Peak)의 초입,

바라푸 캠프 도착 12:20 pm

4시간 등반을 하고 바라푸 캠프에 도착했다. 정상 우후루 픽 까지는 5킬로밖에 안 남았다. 지난 5일 어떻게 올라온 건지, 벌써 여기까지 왔다.


정말,

정상이 코앞이다.


데이빗이 정상 공격에 대해 설명했다.

긴장되기 시작했다.

데이빗 : 점심 먹고 쉬고, 저녁 먹고 새벽 1시에 정상(우후르 픽)으로 출발할 거야.

나: 그렇게 일찍 간다고?

데이빗: 어. 정상은 엄청 추우니까 옷을 몇 겹으로 입어야 될 거야. 그러니 출발 전까지 푹 쉬어

나: 우리 다 같이 정상 올러 가는 거야? (포터/쿡 다 포함해서?)

데이빗: 아니, 너랑 나랑 둘이 올러가는데, 아담도 같이 가기로 해서 셋이 올라갈 거야.



4600m가 넘는 고도인데, 컨디션이 양호하다. 입맛도 돌고 배도 고파 꽤 많이 먹었다. 배가 고프다는 걸 인지한다는 건 컨디션이 양호하단 신호인 거 같다. 그런데 고산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도 문제가 된다. 무엇이든 적당히!


그리고 아담표 “다방커피”.

혹시나 머리가 아플까 봐 커피도 잘 안 마시는데, 아담이 달달하게 설탕과 우유가루를 넣어 커피를 타주는데 찐하게 너무 맛있었다.



텐트를 열어젖히니 눈이 하얗게 내리고 있었다.

눈이라니!

사우디에서 지내는 동안 눈을 보지 못했으니 4년 만에 보는 눈이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친다.

정상 가는데 문제없겠지? 눈 때문에 괜히 걱정이 된다.


바라푸 캠프에서의 오후

텐트 안에서 누워서 좀 쉬다가 밖으로 나와보니 눈은 사라지고 다시 해가 쨍하다. 오후 4-5시쯤이 되었던 거 같다.


오후 6시쯤 저녁으로 나온 파스타 면에 가지고 온 고추장을 뿌려 한국식 비빔면을 만들어본다.



먹고 자고 걷고,

또 먹고 자고 걷고,

하루하루 내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된다.

산에서의 생활은 이렇게 단조롭다.

그동안 뭘 위해 그렇게 스트레스받고 전전긍긍했는지 모르겠다. 인간은 이렇게나 간사하다.

현실의 생활로 돌아가도,

애쓰지 말고 하루하루에 충실히 그렇게 심플하게 살자.



이제 약 6시간 뒤, 정상공격을 한다.

괜히 욕심이 생긴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꼭 등정을 하고 싶다.


아프리카의 지붕,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곳

킬리만자로, 우후루픽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본다.


오늘도 건강히 즐겁게 무사히 등반을 할 수 있음에,

아산티 사나!! (Asanti Sana, Thank you so much)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