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발리(2) - 멘장안과 거북이

멘장안 스노클링 투어

by 구일구미

북부의 끝자락까지 올라온 김에, 멘장안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스노클링 투어에 참여했다. 처음엔 그저 ‘멘장안’이 지역 이름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곳엔 실제로 ‘사슴(멘장안)’들이 살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보트를 타고 멘장안 섬에 가까워질수록, 정말로 해변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사슴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고도 낯선 풍경에 마음이 들떴다.


멘장안 스노클링 투어

스노클링 투어는 아침 9시에 호텔에서 출발해,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5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생각보다 꽤 빡빡하고 체력 소모가 큰 일정이었다. 이번 투어는 그룹으로 진행됐는데, 마침 한국인 여성 두 분과 함께하게 되었다.


멘장안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항구까지는 차량으로 약 한 시간 반 정도를 이동해야 했다. 이어서 첫 번째 스노클링 포인트에 도착하기까지도 배로 약 40분이 더 걸렸다. 첫 포인트에서는 수중 시야가 생각보다 탁해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물 온도는 적당히 따뜻해 몸을 담그고 놀기엔 충분히 쾌적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바닷속을 살펴보다 보니, 운 좋게도 거북이 세 마리 정도를 마주칠 수 있었다. 마치 바닷속을 유영하는 오래된 현자들을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근처 섬에 내려서 점심으로 '나시고랭, 미고랭, 그리고 과일' 도시락을 먹었다. 그늘막이 있는 정자 같은 곳에 누워서 조금씩 부는 바람에 수영복 입은 몸을 말리니, 아-주 편안했고 그곳이 천국이었다. 그리고 다음 스폿으로 이동해서 또 다른 거북이 친구랑 니모도 봤다.


가장 신기했던 건, 파란 형광빛을 띠는 물고기들이 정말 많았던 것. 이렇게 눈에 띄는데, 다른 물고기들이 금세 보고 잡아먹으면 어쩌나 하는 엉뚱한 걱정까지 들 정도였다^_^ 두 번째 스폿에서는 물이 꽤나 맑고 투명해서 더 깊숙이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 사이사이로 떠다니는 비닐과 쓰레기들이 꽤 눈에 띄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 당장이라도 다 건져내고 싶을 만큼 마음이 불편했다ㅠ


숙소로 돌아오자, 결국 체력의 임계점을 넘겨버리고 몸이 녹아내렸다. 도착하자마자 상쾌하게 샤워를 마치고, 짧게 숨을 고른 뒤에는 숙소 근처의 평판 좋은 피자집에서 허기를 달래고, 이어 마사지를 받으며 하루를 근사하게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니와 나는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창밖은 이미 아침빛으로 환히 물들어 있었다.

계획은 흐트러졌지만, 덕분에 온몸에 쌓여 있던 피로는 말끔히 씻겨나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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