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이를 먹었는데, 올해 50이 되었습니다. 50이 되고 나니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말과 행동의 소란스러움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저는 말과 행동의 소란스러움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란스러움이란 것. 불안감을 느끼거나 불확실함 속에 있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방패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어느 시절은 한동안 내내 그런 방패가 필요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저를 보호하고, 누군가를 납득시키기 위해 말과 행동을 과장했습니다. 아주 가끔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하던 말을 중간에 바꾸지 않으려 애쓰고, 약간 부당하다고 느껴져도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몸에 스며든 느낌입니다. 누군가에게 제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게 되더라도,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더라도 그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습니다. 내면에 자리한 불안이 키워낸 생각들, 그 생각이 만들어낸 왜곡된 순간에 대해 무심하게, 담담하게 바라보는 힘을 배운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배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이든 자연스럽게 제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타당한 듯, 당연한 듯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타당함, 당연함을 버리고, 정말 싫은 일이나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일에 더 마음을 다합니다. 불확실함, 불편함을 핑계로 서둘러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확신이 없는 상태,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합니다. 미약하지만 불확실함을 껴안는 방법을 배웠다고나 할까요. 저 자신과 화해하고, 세상의 흐름에도 한결 선한 눈빛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5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 모습을, 상황을 깨닫고,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말입니다. 50살이 되고 보니, 그동안 50살을 참으로 많이 오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50살이 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질 거라는, 인생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 거라는, 모든 선택이 단단해질 것이라고 여겼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니 오히려 모든 것이 조금씩 흐릿해진 기분입니다. 파스텔톤 분위기입니다. 명확함을 추구하기보다는, 파스텔톤의 분위기가 주는 안정감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나만의 50살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소란스럽지 않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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