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남은 계절을 어떻게 살 것인가?”
“바쁘게 살아왔는데…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질문을 한 번씩 마주하게 됩니다. 이번에 그 즈음에 만난 책이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입니다. 대략 오십 번의 계절을 지나왔으며, ‘앞으로 나에게 남은 계절’을 상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최소한 스물다섯 번의 계절은 남아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은 이틀 동안 혼자 주인공이 카를을 만나게 되면서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의 변화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바쁜 일상, 쫓기듯 살아가는 날들, 정신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에 둘러싸인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주말 아침, 혼자 시골 별장으로 떠나게 되는데 우연히 호숫가를 발견하고는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어떤 이끌림으로 수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카를’입니다. 카를의 집에 방문한 주인공은 감자를 고르고, 새끼 고양이를 돌보고, 먼지 쌓인 서재에서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을 지켜보는 카를을 통해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나는 길을 잃은 게 아니었어. 나는 길을 찾고 있었던 거야”
아주 두껍지 않은, 시처럼 구성된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에는 좋은 글귀가 많았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옮겨보았습니다.
“매일 좋은 일 한 가지씩 하기.
어린 시절에 보이스카우트에서 배운 규칙이에요.”
“우리 둘을 보고 있자니, 이런 여름이 틀림없이 스물다섯 번은 남아있을 것 같군요.”
“행복한 순간들을 작은 자루에 가득 차게 모으기 시작하라.”
예상하지 못한 질병을 마주한 카를이 행복한 순간들을 작은 자루에 모으기 시작했다는 문장에서는 특히 오래 머물렀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첫째 아이의 일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병, 아픔은 가던 길을 멈추고,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환경, 조건을 만들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을 붙잡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카를의 조언은 명확합니다. 질병을 비유로 삼아 우리에게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태도를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였습니다. 행복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을 모아야 합니다. 전해야 할 말이 있다면 지금 전하고, 나눠야 할 마음이 있다면 지금을 붙잡아야 합니다.
마치 저자가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남은 계절을 어떻게 살 건가요?”
스물다섯 번의 계절이 남아 있다면, 저는 그 시간들을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진심 어린 관계로 채우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질문은 너무 적게 하고, 어떤 걱정은 너무 크게 간직해요.”라는 글귀를 떠올리며, 어떤 질문은 조금 더 많이 하고, 어떤 걱정은 살짝 내려놓으면서 말입니다. 여러분도, 스물다섯 번의 계절이 남아있다면, 그 계절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에 대핸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주 우연히 카를을 만난 것처럼, 호숫가의 고요하고 깊은 풍경을 마주한 것처럼 천천히 답을 마련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from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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