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단순한 문장 따라 쓰기로만 여기기엔, 그 여정이 너무도 깊고 넓습니다. 반복되는 손글씨 속에 담긴 감정, 문장의 결, 그리고 내면의 사유는 어느새 글쓰기로 이어지는 다리가 됩니다. 오늘은 필사를 지속하는 방법과 창작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실제 일상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이 글이 필사가 여러분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필사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
첫째, 루틴화 전략: ‘시간’이 아니라 ‘행위’를 정하세요. 필사는 ‘매일 10분’처럼 시간을 정해놓는 것보다, 삶의 흐름 속 특정 행동과 연결하는 방식이 훨씬 지속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물 한 잔 마신 직후, 샤워 후 잠시 앉는 시간, 잠들기 전의 조용한 순간처럼 ‘행위’ 중심의 루틴을 정해보세요. 그렇게 하면 필사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듭니다.
둘째, 노트 전략: ‘원 플러스 원’ 방식의 필사입니다. 단순히 문장을 베껴 쓰는 데 그치지 말고, 한 줄 요약이나 자신의 언어로 의미 정리, 한 줄 감상까지 더해보세요. ‘원문 필사 → 의미 정리 → 감상’의 구조로 필사를 구성하면, 반복을 넘어 자기화된 문장이 만들어지고, 훗날 창작의 씨앗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공유 전략: 함께하는 필사는 오래 갑니다. 혼자 조용히 쓰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와 나누는 필사는 지속성과 확장성을 모두 가집니다. 온라인 필사 모임,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챌린지 등에 참여해 보세요. 내가 고른 문장을 누군가도 좋아하고, 그 감상이 또 다른 감정을 불러오는 선순환의 경험이 이어집니다.
필사에서 창작으로 나아가는 방법
리라이팅 필사, 문장 스타일을 바꿔보세요. 필사한 문장을 서정적·감성적·논리적 등 다양한 스타일로 바꿔 써보는 훈련입니다. 예를 들어, 건조하고 설명적인 문장을 시적으로 표현하거나, 과거형을 현재형으로 전환해보는 식입니다. 이런 실험은 자신의 언어 습관을 점검하고 문체 감각을 확장하는 훈련이 됩니다. 때로는, 그중 한 문장이 진짜 나의 문장이 되기도 하죠.
감정 필사, 문장에 담긴 감정을 나의 이야기로 연결해보세요. 어떤 문장이 감정을 건드렸다면, 그와 닮은 나만의 경험을 글로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라는 문장을 필사했다면, 그 안에서 ‘깊은 침묵’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자신의 침묵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것을 단 몇 줄로라도 정리해보세요. 필사가 자기화되고, 글쓰기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창작 필사인데요, 필사한 문장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문장을 선택해, 그 문장에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는 방식입니다. 짧은 산문이나, 한 장면으로 구성해도 좋습니다. 원작의 흐름을 힌트 삼아 새롭게 전개해보면, 훨씬 구체적인 창작이 가능해집니다. 나아가 필사한 장면을 제3자, 혹은 조연 인물의 시점에서 다시 써보는 방식도 좋은 훈련입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관점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감정과 의미가 생기거든요.
필사는 더 이상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는’ 행위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 안의 언어 감각을 깨우고, 일상의 리듬에 문장을 심는 작업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를 확장하고 감정을 길어 올리는 창작의 시간으로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그 결과, 자기화된 문장과 자신만의 문체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필사는 삶을 새롭게 발견하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살아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면, 오늘부터 필사를 시작해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필사는 글자를 베껴 쓰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을 확장하고 감각을 키우는 창작의 시간이다
– 윤슬
대구 서부시립도서관에서 필사 수업을 진행하면서 준비한 자료입니다. ‘필사의 한계’를 기억하여 ‘모방’을 넘어 ‘창작’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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