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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Jun 15. 2020

지나치게 긴장하는 취준생에게

취업 면접에서 긴장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 마음가짐

최근 진행한 모의면접에서 취준생의 입 주위가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긴장이 심했을지, 지금도 그 모습을 떠올리면 심장이 저릿합니다. 다행히 그 취준생은 바로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 합격 후 다시 만났을 때는 못 알아볼 정도로 환한 표정이었습니다. 원래 그렇게 밝은 성격이었을 텐데, 전에 봤던 굳은 표정과 대비되어 당시의 압박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당락을 결정하는 면접관 앞에서 긴장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압박은 심해지고, 그만큼 긴장은 커집니다. 어느 누구도 일부러 긴장하지 않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도 마음처럼 되지 않죠. 그러니 긴장하지 말라는 조언은 의미 없기 짝이 없습니다. 격려랍시고, 적당한 긴장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이니 그 역시 위안이 되진 않습니다. 


모의면접인데도 안절부절못하는 취준생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떤 말을 해줘야 긴장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지 고민하게 됩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완전히 긴장을 제거하는 방법은 없을 거 같습니다. 준비한 답변을 전달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만 떨린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그동안 취준생들에게 건네었던 조언 중에서 긴장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었던 내용을 3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면접관도 사람이다.

먼저 면접관의 입장을 생각해 보죠. 취준생에게 면접관은 나의 당락을 결정할 절대자 같은 존재이지만, 그들도 분명 사람입니다. 다른 자리에서 만났다면 취업 준비를 도와줄 자상한 선배였을 수도 있습니다. 면접관에게 주어진 역할이 지원자를 가려내는 것일 뿐, 원래 그렇게 무례(?)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의외로, 면접관도 압박을 느낍니다. 채용은 기업에게 중요한 이벤트이고, 그중 면접은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입니다. 실수 없이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이 따릅니다. 여기서 실수란 인재를 못 알아보거나 부적절한 사람을 합격시키는 것이겠죠. 놓친 인재는 몰라도, 잘못 합격시킨 직원은 두고두고 회사의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면접관의 또 다른 부담은 옆에 앉은 다른 면접관입니다. 이렇게 상상해 보세요. 내가 인사담당 중역인데, 옆자리에 사장님이 앉아 있는 겁니다. 그러면 아무 질문이나 던질 수 있겠습니까? 본인이 사장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하는 질문이 수준 낮아 보이진 않을지, 지원자에 대해 나만 다른 평가를 하는 건 아닐지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면접관들은 면접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면접 이외의 담당 업무만으로도 충분히 바쁩니다. 일상 업무에 면접관 역할이 더해졌기 때문에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실무 부서에서 호출된 실무 면접관에게 면접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미뤄 놓은 본인의 업무도 걱정되고 낯선 임원들 옆에서 면접관 역할을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죠. 취준생 입장에서는 한 번이지만, 하루 종일 틀에 박힌 답변을 듣고 있는 면접관의 고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게 보면 면접관의 사무적인 말투도 이해할만한 측면이 있습니다. 


2. 서류를 통과했다면 다시 같은 출발선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어도, 면접장에서 다른 지원자들을 보면 마음이 쪼그라듭니다. 다들 '나보다' 스펙도 훌륭하고 자소서도 멋지게 썼을 것만 같습니다. 바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생각이죠. 실제로 나보다 훌륭한 지원서류를 제출한 지원자들도 있을 거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점은 이전의 채용 전형을 통과했다면 이제 다시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이전 점수에 면접 점수를 더해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점수는 초기화되고 면접 결과로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겁니다. 


출처 : LH 공식 블로그


뻔한 얘기지만, 면접은 서류를 통해 알아낼 수 없는 지원자의 됨됨이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업무역량이 스펙에 비례한다면 면접은 필요 없을 겁니다. 현실에서는 업무역량은 스펙과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면접관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이를 입증하는 경험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면접에서는 서류에 적힌 스펙의 부족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면접까지 왔다면 '스펙은 그만하면 됐다'는 인증을 받은 겁니다. 면접에서 스펙은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주눅 들지 말고, 스펙으로 드러내지 못한 나를 소개한다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합니다. (단, 스펙과 관련된 질문에 대비해 답변을 준비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3. 면접은 정답이 정해진 시험이 아닙니다

취준생들이 면접을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라 여겨서 더 긴장하는 거 같습니다. 오랜 기간 그런 시험에 익숙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면접 질문은 미리 정해진 정답이 없습니다. 자기소개, 지원동기, 협업 경험, 입사 후 포부 등, 모든 질문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인데 어떻게 하나의 답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취준생마다 살아온 삶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모든 질문에 다른 답변이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자기 이야기에 자신이 없으니 다른 합격자의 답변을 따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끼워 맞춘 답변에 진정성이 느껴질 리 없습니다. 암기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까 불안하니 긴장이 더 올라갑니다. 막힘없이 암기한 내용을 읊었어도 정답이 아니긴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진짜 이야기와 암기한 답변은 확연히 차이 납니다. 더 나쁜 경우는 따라 하려는 그 합격자 답변이 면접관으로 하여금 합격 결정을 망설이게 했던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신입사원을 만나면 면접에서 합격한 비결이 무엇인지 묻곤 했습니다. 치열한 관문을 통과한 비결을 알고 싶어서였죠. 꽤 여러번 물어봤지만, 명확하게 답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들 간신히 답변을 이어 갔고 긴장해서 버벅거렸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솔직함을 유지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면접관이 높이 평가하는 답변의 기본은 진솔함입니다. 모범답안을 생각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비록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버벅거리는 답변이라도 면접관을 납득시킬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적당한 긴장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는 겁니다. (암기한 내용을 기억해내려 애쓰는 긴장 말구요.)




덧붙이자면, 취준생 스스로 느끼는 긴장이 면접관에게 100% 전달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모의면접이 끝난 후 많은 취준생들이 너무 떨렸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앞에 앉아 있던 저는 그 긴장의 50% 정도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나의 지나친 긴장을 면접관이 그대로 눈치채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은 덜어도 됩니다.


면접관은 모두 취준생의 입장을 겪어본 사람들입니다. 지원자들의 심정이 어떨지, 얼마나 긴장될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가 몸담은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취준생을 일부러 못되게 굴 이유는 없습니다. 면접관들도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일 뿐입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어른을 대할 때 정도의 예의만 지키면 문제 없다는 점을 마음에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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