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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둥이엄마 시화랑 Jul 17. 2019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이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엄마가 직접 농사 지어 수확한 채소들을 짊어지며 서울에 올라올 때 이걸 언제 다 먹냐며 투덜거렸던 것이 무색하게 벌써 식재료가 동난 건 아마 리틀 포레스트 덕분이었으리라. 시골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 혹은 '고향에 내려가서 살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 같다. 바삐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 지친 자들에게 고향은 때론 '숨 쉴 구멍'이자 '안식처'이자 '도피처'가 되곤 한다. 문득 00에서 한 달 살기 같은 여행 프로젝트가 유행하는 이유도 숨 좀 제대로 쉴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하루는 엄마가 손수 농사지은 양배추를 엄마가 직접 만든 매콤한 쌈장에 찍어 먹으며 영화를 이어 보는데 극 중 혜원이가 엄마와 양배추 전을 만들었던 시절을 추억하는 신이 나와 괜한 소름 한 번, 나는 고작 양배추를 쌈장에 찍어 먹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요리 바보라는 생각에 슬픔 한 번, 엄마 생각에 눈물 한 번.

 20대밖에 되지 않은 혜원이가 농사도 짓고 요리도 뚝딱뚝딱 해낼 수 있었던 건 자연과 요리, 그리고 딸에 대한 사랑을 안고 사는 엄마만의 작은 숲 덕분이었겠지. 나 역시 이런 엄마가 계신데 왜 혜원이처럼 할 수 없는 건지. 그게 영화와 현실의 차이인 건가? 그런 거라 믿고 싶다.



 "이렇게 일하다가는 암에 걸려 죽을 것 같아."

 고향에 있는 농협에서 근무하는 은숙이가 친구 혜원에게 했던 말은 5년 전 농협에서 근무하던 당시 내가 엄마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만약 나도 은숙, 혜원, 재하 같은 친구가 있었더라면 조금 더 그곳에 머무를 수 있었을까. 그때는 고향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었는데..

 시골의 삶이 얼마나 단조롭고 답답한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 영화를 보고 난 뒤 또다시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시골에 내려가면 6개월도 안 돼서 다시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또 하겠지.


 혜원이네 엄마가 해주신 것처럼 세련된 음식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맛있는 음식들을 뚝뚝 뚝딱 해주셨던 엄마 생각이 나서, 농협에서 느낀 불평불만을 매일매일 친구에게 쏟아부었던 은숙이의 모습이 5년 전 내 모습 같아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 술 취한 아저씨의 진상 짓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눈물을 삼켰던 혜원이의 모습이 10년 전 내 모습 같아서 눈물이 많이 났던 영화였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엄마 늘 말했었지?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아. 아빠가 영영 떠한 후에도 엄마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지금 우리 두 사람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의 출발선에 서있다고 생각하자."



"이제야 엄마의 편지가 어렴풋이 이해가 갈 것 같다. 그동안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이 그 만의 작은 숲이었다.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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