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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낭만 Jul 13. 2020

후레쉬밀크가 알려준 진실

퇴사하고 알게 된 진실

사랑의 크기와 모양은 똑같지 않다


새벽 3시43분 갑자기 오늘의 일기를 미리 쓰고 싶어 졌다


어젯밤 보쌈을 거하게 먹고 아이와 10시가 되기 전에 잠이 든 것 같다

아이가 먼저 잤는지 내가 먼저 잤는지 알 순 없다 이런 일이 허다하다

회사 다닐 땐 내가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이건 그냥 빨리 잠드는 나의 습관인 것 같다

아가야 미안해

덕분에 뱃살이 한 겹 더 늘어난 기분이 든다

조금이라도 앉아있어야겠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눈앞에 보이는 ‘우유 3개’

언뜻 어제 남편이 혼자 장을 보고 와 짐을 다 정리한 남편에게 간식은 뭐가 있냐는 내 말에 영수증 참고하라고 줬던 종이가 떠오른다

우유가 2번 찍혀있었던 게 보였던 거 같긴 하다

코로나 덕분에 아이와 나는 당분간 마트 출입을 멀리 하자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대부분 남편이 장을 봐오곤 하는데 꽤 만족스럽다

생각하지 못한 1회용 행주 라던지 생활에 필요한 내 머리로는 상상하기 힘든 물건들이 하나씩 들어있다


냉장고 안의 우유는 총 3개

2개의 우유엔 후레쉬 밀크 가 적혀있고

1개의 우유엔 후레쉬라는 말이 적혀있지 않다

영수증을 찾아보았다

후레쉬밀크 3,780원(2개) 아닌것은 2,560(1개)

두종류의 개당 가격차는 670원 별 차이는 크게 나지 않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임신했을 때도 그랬던 거 같다

남편은 꼭 내 우유와 자기가 마시는 우유의 브랜드가 다르다던가 가격이 달랐다

갑자기 후레쉬밀크를 보는데 그젯밤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잠깐 남편이 발 씻는 다고 샤워기를 써서 엄청 화를 낸 게 생각이 난다

물론 바닷가에 갔다 와서 발이 찝찝한 건 알겠는데,

물론 아이가 지금 당장 물을 쓰고 있지 않고 샤워크림을 바르고 있는 건 알겠는데

갑자기 그냥 내가 화가 났다


이틀이 지나고 이 새벽 생각해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만 다 벗고 물에 젖은 아이가 춥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 나를 갑자기 화나게 한것 같다

알고 보면 사랑의 모양이 달랐던 것인데 그리고 누가 맞고 틀린 게 없는 것인데

몹시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

창밖에 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내일은 좀 더 성숙해져야겠다

오늘은 아이와 김밥을 만들어 먹어 보아야겠다

남편에겐 맛있는 된장찌개를 만들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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