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욱진 시
문. 낯선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한 최초의 장벽.
밀어야 열리는 문, 당겨야 열리는 문,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스르르 열리는 문.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
마음을 얻는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내 몸으로 부딪히고 생채기를 내어 가며 애써 무던해지죠.
그런데 모든 갑옷이 무용해지는 순간이 때때로 오더라고요.
아마 그 사람이 주는 신뢰 앞에서 연해지는 방법을 하릴없이 배우는 과정에 있을 겁니다.
기꺼이 ‘새장’으로 들어가는 마음 또한 마찬가지일 테지요.
부딪혀가며 감정에 초연해지는 법을 배웠지만,
그대가 주는 자유 앞에서도 가장 좁은 새장 안에 기꺼이 빠져드는 건 무슨 역설일까요?
사랑 앞에서 기꺼이 상처받을 준비를 하는 용기.
그래서 한여름에 사랑이 주인 노릇을 하는 세계는, 여름이 주는 반짝임만큼 뜨겁고 황홀할 수밖에요.
반복되는 연애 앞에서, 이상하게도 늘 같은 선택을 하지만
결괏값을 기다리는 동안, 사랑 앞에선 늘 초보인지라 여전히 헤매는 중입니다.
8월의 마지막 주.
어떤 때는 열대야에 잠 못이루더라도, 여름 밤이 가는 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