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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장] 여름의 뼈

차정은 시

by 여기반짝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서덕준 시의 사본 (1).png





당신의 여름은 어떤 뼈대를 가지고 있나요? 차정은의 시는 특별할 것 없는 어느 여름날의 풍경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푹푹 찌는 한낮,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 아무 말 없이 편의점에서 탄산을 고르며 세상의 전부를 나누던 순간들은 거창한 사건보다 더 깊이 마음에 새겨집니다.


바다가 아니어도 좋았던 낭만의 농도, 세상을 다 안다고 믿었던 풋풋한 날들. 그 모든 사소한 조각들이 모여 우리 관계의 가장 단단한 중심을 이룹니다. 시인이 말하는 둘이 세운 여름의 뼈대란 바로 그런 것이겠지요. 화려한 살이 아닌, 묵묵히 모든 것을 지탱하는 견고한 기억의 뼈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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