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온 Apr 18. 2018

그래도 해본다

D-57, 녹색당 지방선거 대작전 8일차

정읍녹색당 칵테일파티를 마치고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다. 운전도 안 하고 가만히 타고온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운전하시고 조수석에서 대화나눈 다른 두 분은 얼마나 피곤하실지. 나는 졸다깨다 하면서 두 분의 대화를 들었다.

커다란 나무를 실은 트럭이 옆으로 지나갔는데 범일님이 유로트럭이라는 게임 얘기와 나무 30그루를 캠퍼스에 심고 총장에 당선되려한 목사의 이야기를 했다. 90년대부터 닌텐도 포켓몬 게임을 해온 범일님은 서울에 접어들며 한 건물 위에서 번쩍이고 있는 피카츄를 보고 흥분해서 검색을 해보더니 포켓몬 코리아 건물임을 알아냈다. 녹색당 전국사무처 조직팀장 범일님은 이 영상 썸네일의 사람이다. 약을 정말 잘 팔 수 있는 사람인데(녹색당라는 약, 좋은 약) 오늘 정읍녹색당 칵테일파티 특강 중 명언을 남겼다. “약을 팔 때 팔더라도 임상실험은 해보고 판다”며 정당연설회를 위한 꿀팁을 정리하기 위해 휴대용 앰프를 구입해서 퇴근후 취미로 정당연설회를 진행하였다고. 영상 증거도 있다.

정읍녹색당 외벽 현수막

오늘 다녀온 정읍녹색당은 정말 멋지다. 작년에 축산테마파크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하러 온 데 이어 나는 두 번째 방문이다. 그 사이 정읍당원모임은 총회 준비를 해오셨고 오늘을 기점으로 전북 처음으로 기초지역당이 창당했다. 진작에 사무소도 구해 현수막도 달았다. 소싸움도박장을 포함한 축산테마파크에 반대한 싸움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오랫동안 이끌어왔다. 큰 예산이 들어가는 개발사업의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걸 넘어서 소싸움이 심각한 동물학대이며 전통의 이름으로 유지되어서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냈다(권대선 위원장님 인터뷰. 영상 속에서 정읍의 분위기도 약간 느낄 수 있다). 상수원과 관련한 문제(정읍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물과 관련한 것인 줄 처음 알았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읍시 차원의 노력 등 앞으로 정읍녹색당이 할일이 아주 많다. 이번 지방선거 때도 정읍 차원에서 비례득표 목표와 당원 확대, 모금 조직 등의 목표를 야심차게 세우고 계신다.

 오늘 전주에서 왔다가신 김선경 비례후보님도 엄청난 에너지를 주고 가셨다. 현장에서 신입당원도 한 분 탄생! 내장산 입구에서 등산객을 상대로 정당연설회를 한다 가정하고 쓰신 스크립트를 읽어주셨는데, 내용이 너무 훌륭하고 감동적이라 당연히 당원이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마치고 가입서를 바로 쓰셨다.

 은퇴 후 정읍으로 귀촌하셨다는 한 당원님은, 남편과 자녀들이 “녹색당, 그게 되냐? 가능성 있냐”고 늘 물으신다고 한다.

그럴 때 어떻게 답하시나요?

범일님이 여쭤봤다. 당원님의 답변은

“그래도 해봐야지 뭐~”

너 왜 그렇게 말하니, 우리의 가능성이 어떻니 따지지 않고 어려운 거 인정하고, 그럼에도 하는 거라는 가뿐한 태도. 상쾌했다. 진실된 마음이지만, 당연히 진지하지만, 전부를 구구절절 설명할 수는 없어. 사니까 사는 거고, 가니까 가는 거고, 하니까 하는 것도 있다. 어떤 날은 복잡함이 힘이 되고, 오늘은 단순함이 힘이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Leave No One Behi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