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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온 May 07. 2021

(4-2) 모든 것을 변화시킬 시간


(2) 스스로를 교육하고, 모이고, 조직하며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 


기후위기가 심각한만큼 전사회적 대응은 시급하지 않다는 점이 더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활동가에게 물어보았다. 


“일단은 문제를 인식한 것 자체로도 되었어요. 거리로 나오지 않더라도 일단 자기 삶에서 고민해야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 찾는 건 다음 것이구요.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어떤 순간에든 재해든 불평등이 결국 피해가 올 것인데, 인식하지 못하면 준비하지 못하고, 그때의 혼란은 너무 클 거예요. 
전기 아끼는 등의 실천은 기본으로 두고, 실제 탄소배출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걸 투표로 보여주거나. 석탄발전에 투자하지 않는 은행으로 주거래 은행을 바꾼다든지 아니면 주변의 친구 한 명한테 알려준다든지. 온라인에서 좋아요나 공유하기로 메시지를 많이 퍼뜨려서 지지하는 걸 증명하든지. 나중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준비를 제대로 하겠다고 마음 먹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도 있고요. 관련한 논의 구조에 참여하거나 내가 생각하는 대안들이 있으면 계속 알려줘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기여하는 것.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나 기후시위에 나와서 메시지 내거나 나의 조직 안에서 우리의 메시지를 내는 것도 할 수 있을 거고. 그렇게 해서 준비를 하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김보림)


그 외에도 라이프스타일을 전환해 기후활동가가 되고, 탈석탄 일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하기,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비슷한 고민을 시작한 자기 지역의 청(소)년들을 조직하고 지역의 자원과 연결하기 등의 이야기를 쏟아내 주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이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생계 걱정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기본소득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되새겼다.


김보림 활동가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됐다. 이들과 오래 행복하고 싶은데 그렇기에 오히려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너무나 어려운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했다. 이들이 그려나가는 미래를 그냥 그대로 두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이들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어렵지만 용기내서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게 김보림 활동가의 눈을 마주보다가 내린 결론이다. 믿어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른 채로 맞닥뜨리게 하는 건 더 잔인한 짓이다. 제대로 알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3) 자원 배분 원칙을 재구성하는 시간


각각이 서로 닮은 두 개의 도판이 있다. 우상향하는 경제성장 그래프는 지구 기온이 상승하는 그래프와 닮았다. 경제학자들조차 경제성장 그래프는 끝까지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계속 상승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그 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기에 x축(시간)은 가다가 멈추고 만다. 지구기온 그래프는 어떠한가? x축과 함께 계속 상승한다면 그 끝엔 파국이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의 그래프는 지구가 자체적인 복원력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고위험 영역'에 가지 않도록 정해둔 지구위험한계(Planetary Boundaries)를 보여주는 동그란 그래프로서, 도넛 모양을 닮았다.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도넛 경제학>에서 제시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과 비슷하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도넛 바깥으로 나가지 않아야 한다. 한계는 제약이 아니다. 그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선성장-후분배가 아닌 방식으로, 사회의 자원을 분배할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의 김혜미 활동가는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시간인 2050년을 말한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달성해야할 시간과 같다. 그는 기후위기와 연금개혁의 시기가 겹치고, 이에 대응해야 할 사회의 역량이 겹치기에 기초연금 중심의 개혁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노후만 보장되어서는 안 되고 모두에게 기본소득의 방식으로 “죽을 때까지 받는 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연금고갈에 대한 공포가 훨씬 커질 것이기에 2050년 이후의 삶을 그리기 어려워요. 2020년에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없다면, 자연 재난과 사회적 재난이 이중으로 발생할 겁니다. 생태적, 젠더적 관점에서 연금개혁을 해야 해요. 지금 정부 사람들은 고갈 시점에 가서 부과 방식으로 바꾸자고 하는데, 이게 기후변화 대응 방식과 똑같아요. 미래 세대에 다 떠넘기려고 하는 것이죠. 
생태주의와 페미니즘 관점에서 연금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을 시작한 연도가 여성이 임금노동하지 못하던 시기였어요(1988년). 여성들은 가사노동하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임금노동을 하다보니 불평등, 젠더격차가 심한 거죠. 여성들은 대부분 배우자 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고요. 지금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두 가지로 가고 있고 기초연금도 여러 가지 공공부조 원리 때문에 생계급여 받는 사람은 줬다가 삭감되는데 이게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다시 쓰여져야 합니다. 젠더적 관점에서 필요해요.” (김혜미) 


모든 개인에게 주어지는 기본소득은 공적영역, 사적영역 모두에서 남성 가부장에 경제적으로 의존적인 존재로만 여겨지던 여성을 독립된 경제적 시민권을 가진 주체로 가시화할 수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여성들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 <플랜 드로다운>에서 여성 교육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역량 강화와 기후위기 대응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듯 - 기후변화를 막는 데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생태주의 관점에서는, 연금이 기금으로 운용 되는 방식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고 싶어요. 석탄화력 발전에 투자하고 전세계에 폐를 끼치는 자금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사업에 우선 투자해서 우리의 노후를 보장하는 돈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기금 운용을 통해 사회적 인프라와 안전망 구축도 상상할 수 있고요. 내가 낸 돈으로 내 역량도 키우고 사회의 역량도 키우고 노후도 보장받는 것이죠.
“복지나 빈곤운동에서 들어오는 비판은 기본소득이 구매력을 높일 뿐이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건데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저는 나에게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주는 게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더 사거나 쓰는 게 아니라 하지 않을 권리로서 말입니다. 신청주의에 기반하고 그 사람의 결함 유무를 따져서 주는 게 아닌 권리로서, 기후위기 시대에 비를 맞지 않을 권리나 태풍의 위험에 휩쓸리지 않을 권리로서 기본소득이 필요합니다.” (김혜미)


김혜미 활동가는 “지속불가능한 사회에서, 개인이 기후위기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기본소득”을 말한다. 어떤 역량일까? 몇 가지만 상상해 보자면, 기후변화로 인한 물부족, 먹거리 부족의 상황에서 자기가 먹을 것을 직접 기를 수 있는 몸, 고장난 건물과 물건을 고쳐 쓰고, 빌려 쓸 수 있는 몸, 새로운 기후에 적응하는 몸, 새로운 감염병을 이길 면역력을 지닌 몸, 재해와 재난에 맞서 회복력을 기르는 몸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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