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계녹색당 총회를 다녀와서
2017년 여름에 녹색평론에 기고한 글. 찾아볼 일이 있어서 다시 읽어봤다가.... 내 마음에 다시금 와닿고 사람들과 나누고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라 올려봄
2012년에 창당한 녹색당이 어느덧 6년차를 맞았다. 조직적 기반 없이 한 명 한 명 가입한 당원도 드디어 1만 명이 넘었지만, 정당으로서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다. 작년 총선 때는 녹색어머니회보다도 덜 유명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국민의당이 창당된 후에는 색깔 때문에 헷갈려하시는 분들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녹색당? 그거 유럽에만 있는 것 아니야?"라고 한다. 반대로 녹색당을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녹색당이 한국에만 있는 정당은 아니라고 하면 의아해하기도 한다. 그린피스 같은 글로벌 환경운동단체 쯤으로 감을 잡는 것도 같다. 정당이라면 당연히 하나의 국민국가를 기반으로 자국의 이슈에 주요하게 개입하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당은 조금 다른 역사를 갖는다. 70년대 후반부터 전세계적으로 반핵, 평화 운동을 기반으로 한 세력들이 녹색당을 창당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 이후 시기는 달라도 지구 곳곳에서 녹색당이 등장했다.
그러다 2001년부터는 세계녹색당(Global Greens)이라는 이름으로 연합체를 꾸려 더욱 활발하게 교류하기 시작했다. 소속 녹색당들은 생태적 가치,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성, 다양성 존중이라는 ‘세계녹색당 헌장’에 동의해야 한다. 나라마다 정당법이나 활동 여건이 상이해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현재 약 100여국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세계녹색당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태평양 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연합 소속으로, 이미 세계녹색당 운영위원회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오고 있다.
지난 3월 30일부터 영국 리버풀에서 제 4차 세계녹색당 대회가 열렸다. 나를 포함한 스무 명의 한국 녹색당원들도 참가단을 꾸려 리버풀로 향했다. 5년마다 열리는 총회라, 우리로서는 창당 후 처음 참가하는 셈이다. 4일간 수 천 명의 녹색당원들과 함께 치열하게 토론했다. 세계녹색당은 기후변화를 저지하며, 파괴되는 생태계현장을 지키고, 이주민·장애인·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고, 보다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회 안팎에서 치열하게 활동할 것을 결의했다. 나도 한 명의 참가자로서 이번 세계녹색당 총회에 참여하며 느낀 바를 나누고자 한다.
개막식에서 참가자 모두가 모여 함께 연설을 들으며 전율하던 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영국녹색당 공동대표이자 현재 영국에서 유일한 국회의원인 캐롤라인 루카스가 외친 “오늘은 저도 혼자가 아니군요!”라는 말은 고군분투하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를 격려하러온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활동을 오래 해왔다거나 의원이나 장관이 있더라도 녹색당은 늘 다수에 외롭게 맞서는 소수고 때로는 혼자인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한 명을 제외하고 사회자와 키노트 스피커가 모두 여성들인 것도 새삼 놀라웠다. 이제 나는 어디에 가면, 발언자와 실무자의 성비가 가장 먼저 보인다. 발언도 곧 권력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행사에서 남성들이 발언하고, 여성들이 간식이나 물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그 조직의 젠더감수성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부총리를 맡고 있는 이자벨라 뢰빈의 연설은 총회 며칠 전 콩고에서 일하다 36세로 생을 마감한 스웨덴 영그린스(녹색당의 청년조직)의 전 대변인 자이다 카탈란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녹색당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초 페미니스트 정부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인사했고,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강력한 행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세계 각국에 더 많은 녹색 내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큰 박수를 받았다. 글로벌 그린스 대사 크리스틴 밀린의 연설도 가슴을 뜨겁게 했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 기본소득, 기후변화 등 중요한 주제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에 덧붙여, 이제는 지구적으로 행동하자고 제안했다. 미래는 녹색이거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선언으로 끝맺었다
종종 ‘녹색당의 가장 큰 정부는 지구’라는 얘기를 나누고, 이날도 이자벨라 뢰빈은 트럼프 대통령을 패러디해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our Earth Great Again)!”고 끝맺었다. 농담처럼 가볍게 얘기하지만 이 말 안에 핵심이 있다. 기후변화와 핵발전/핵무기, 다국적 기업의 개발과 착취, 난민과 이주민 등 오늘날 많은 문제들은 점점 더 한 두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며 함께 일하는 공동체로 서로 연대하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녹색당이 전지구적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한다.
영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어도 현장에서 전달되던 에너지만으로 대단했다. 모두의 열정적인 연설은 세계에 지금 녹색당이 필요한 이유와 우리가 녹색당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일깨워주었다. 연설 중간에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마치고나서 기립박수도 멈출 기미를 안 보였다. 결정적으로 나는 캐롤라인 루카스의 연설에 이르러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희망은 그저 허무맹랑하고 따뜻하기만 한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희망은 무엇보다도 냉정한 것입니다. 희망은 현실의 치열한 고군분투 끝에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입니다. 어둠을 증오하기 전에 한 사람 한 사람 불을 밝혀야 합니다. 녹색당은 이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글로 옮기고 보니 어쩐지 감동이 반감되는 것 같지만, 당시 이 연설을 듣고, 바로 떠오른 게 있었다. 바로 지난 총선 때 녹색당 비례후보로 함께 출마했던 이계삼 당원의 출마선언문이다.
“어둠을 저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한 자루 촛불을 켜는 일입니다. 캄캄한 밤길에 주저앉은 이가 더듬어 길을 찾아가는 것에는 거대한 조명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 자루 촛불이면 넉넉합니다. 녹색당은 너와 내가 손잡고 밝힌 따뜻한 한 자루 촛불의 불빛으로 힘없고 약한 이들, 세상사에 좌절한 이들을 불러 모을 것입니다.”
서로의 활동을 참조하러, 각자의 시작과, 고투와, 성취와 고민을 나누러 모인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물론 이 안에 선택지가 없을 가능성도 높지만 말이다. 문화적 배경과 정치적 상황은 다양해도, 우리에게는 우리가 공유하는 공통적인 가치들이 있었다. 인기가 없더라도 꼭 필요한 얘기를 하고, 소외된 목소리에 확성기를 대고, 뉴스에 나오지 않는 현장에 함께하고,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고 알려내고, 대안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하고, 일상의 시민들을 성실하게 만나고 설득하는 정당. 정치혐오를 정치 희망으로 바꿔내는 정당이 되고자하는 태도 자체 말이다.
간밤에 박근혜가 구속됐다는 소식이 들려와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한 둘째 날 아침. 리버풀에 완벽한 무지개가 떴다. 한국 참가단은 매일 아침 텅 빈 로비에 모여 그날의 계획을 공유했는데 이 날은 짧은 회의 중에도 하늘을 가득 채운 무지개에 시선을 빼앗겨 집중이 어려웠다.
둘째 날에는 한국녹색당원 세 사람의 발표가 있었다. 각각은 탈핵과 에너지 전환, 사드문제와 평화구축, 선거제도 개혁 등 이번 총회에 참가하며 한국 녹색당이 중요하게 가지고 간 메시지와 같았다. 이유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녹색당의 ‘탈핵에너지전환 2030’정책, 공동체기반 에너지전환 방향과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의 실제 사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한 총선 출마 경험을 발표했다. 이경 당원은 ‘군사주의와 전쟁에 대한 녹색대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사드문제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과제를 이야기했다.
나는 ‘비례대표제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연대'라는 제목으로 열린 세션에 참여했다. 발제를 맡아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에 비추어 선거제도 개혁의 시급함을 공유했다. 특히 지난 겨우내 이어진 촛불집회를 소개하며, 발표 전날 밤 박근혜가 구속되었음을 알리자 참석자들은 환호로 호응해주었다. 이 날 워크숍에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였던 질 스타인과 영국녹색당 전 대표 나탈리 베넷, 캐나다 녹색당 대표 엘리자베스 메이, 일본 녹색당의 활동가 리키 아다치, 뉴질랜드 녹색당의 공동대표 메티리아와 함께했다. 90년 대에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낸 뉴질랜드만 빼고 하나 같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의 녹색당이 모여 답답한 상황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총회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된 단일 인물을 고르자면,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아닐까. 끊임없이 전쟁도 불사하리란 메시지를 보내고,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약속을 앞장서서 깨고 있으며 이주민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일삼고 있다. 한편 지난 미국 대선에 출마했던 미국녹색당의 질 스타인은 총회장에서 바쁘게 메이데이 세계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설명하고 특히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전쟁과 기후위기, 정치적 상황 등 이민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한다고 얘기했다. 사실 한국도 "탈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이고 인생이 걸린 일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준비해서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까지 한국 사회는 무엇을 해왔던가. 더 안전한 사회, 살고 싶은 나라, 교육과 복지제도, 맑은 물과 공기. 그 무엇도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태어나고 싶지 않은 나라,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된 것이다.
이번 총회에 오고자 했으나 아프리카와 아시아 참가단의 경우 영국 비자를 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브렉시트 이후 상황을 반영하는 듯한 이 사태에 많은 참가자들이 분노했고, 현장에서 글로벌 영그린스 중심으로 항의하는 퍼포먼스가 조직되기도 했다. 모두가 세계시민이자 난민이자 이주민이 되어버린 시대,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지구촌 세계화 시대의 아름다운 이상으로 꿈꿔지던 건 단지 꿈에 불과한걸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도구는 결국에 정치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과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 모두를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세계녹색당 소속 녹색당들은 사드 배치 반대나, 선거제도 개혁 등 중요한 이슈에 대응하며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기도 하고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 영상 메시지를 보내 서로 응원한다. 하지만 여러 활동에 치여 일상을 살다보면 녹색당이 글로벌 정당이라는 것이 매순간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유일 글로벌 정당으로서의 녹색당의 강점을 부각하며 우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 경직된 한국의 정치 문화와 다른 기반에서 활동하는 사례를 보며 정치 문화나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도 있고, 우리보다 먼저 제도정치에 진출해 시행착오를 경험한 사례도 참고할 수도 있다.
정당 설립 자체가 쉽지 않은 곳부터(우리도 쉽진 않았지만 창당도 했고, 정당득표율이 낮아 해산된 적도 있지만 헌법소원 통해 이름도 찾고 한고비 넘었다) 녹색당 의원, 장관 그리고 대통령이 있는 곳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분투하고 있는 "녹색당들"을 만나는 경험은 한국 사회 정당 간 스펙트럼 속에 우리를 두고 보는 것과 매우 달랐다. 이념으로만 구분하는 1차원의 직선 위가 아니라, 공간축과 시간축을 도입해 입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어디쯤인지 좌표를 찍어보며 지난 5년간 얼마만큼 왔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유동적인 상황 가운데 중심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준비가 더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사회의 여러 사건들 속에서 정신없이 대응하는 와중에 20년, 30년 후를 상상해보며 비전을 토론할 시간 내기가 참 어렵다. 거기서부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목표를 갖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단지 빠르기만을 고려하는 속력이 아닌 방향을 포함한 ‘속도‘를 점검해야 한다. 우리의 정치를 펼칠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때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 것인가 우리가 답해야할 질문이다.
사실 녹색당이 점점 더 필요해진다는 건 그만큼 사회에 비극적인 일들이 더 많이 생긴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기쁘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녹색당 자체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큰 차원의 꿈이 있다. 녹색당의 경고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상, 우리가 지향하는 모든 가치들이 실현된 세상이 한시라도 빨리 오기를 꿈꾼다.
20대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후보로 출마했던 것이나 당직선거에 출마하면서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다. 잠 못 이루던 고비마다 여러 녹색당의 여성 정치인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 그들은 나이가 많지 않았거나, 경험이 많지 않았을 때도 과감하게 시작했고, 동료들과 함께 훌륭하게 성장했으며, 지금도 모두에게 다정하고 강한 롤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그들을 이번 총회에서 직접 만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그리고 총회장을 가득 매운 여성들이 있었다. 무대를 기획하고, 지휘하고, 발언하고, 조율하고, 질문하는 여성들은 거침이 없고, 생기가 넘쳤다. 내가 별나지 않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참으로 오랜만에 평화로움을 느꼈다. 이 분위기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 같은 시공간을 내가 있는 곳에 더 가까이, 더 자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망으로 이어졌다.
폐막식에서 나는 베네수엘라녹색당 공동대표 마누엘 디아즈와 공동사회를 맡았다. 마누엘은 아마존 개발에 맞서 싸우는 데 평생을 바친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문제는 이 분은 스페인어로만 소통이 가능하고, 나는 스페인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공동 사회를 잘 마쳤다. 이 역시 신기한 경험이었다. 영국녹색당 부대표 아멜리아 워맥이 폐막식 연설 중 얘기한 “다양성이 우리의 힘”이라는 선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다양성은, 부정적으로 말하면 이질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다르고, 다양한 개인들이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8월에 있을 르완다 대선에 출마한 프랭크 하비네자(Frank Habineza)의 폐막식 연설은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 분을 직접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그는 목숨을 걸고 르완다에서 민주녹색당을 창당했다. 그 과정에서 녹색당 부대표가 암살되는 비극도 겪었다. 그는 르완다의 사회정의와 인권,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며, 자신이 감옥에 가더라도 르완다 녹색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현재 한국녹색당은 세계녹색당과 함께 프랭크 하비네자의 신변보호를 위한 긴급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르완다 녹색당의 선전은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지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다. 부디 무사히 대통령 선거를 치러내고 다음 번 총회에서 뵐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총회 기간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이번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는데, 우리의 선택이 적절했는지와 별개로 후보가 없다보니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선 공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생각보다 더 기운이 빠졌다. 당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되는 동시에 향후 비전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나는 왜 녹색당원인가. 우리, 녹색당원들은 어떤 정치를 해야하는가. 이 시대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우리에게는 어떤 힘이 있는가" 짧은 총회 기간 동안,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물었던 질문이다.
유럽 여러 지역에서는 극우 포퓰리즘의 대안으로 녹색당이 희망을 위한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내부에서는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동력으로 삼은 정치가, 밖으로부터는 한반도를 에워싸고 온갖 전쟁 무기들이 접근해오는 공포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제성도, 안전성도 없이 삶의 터전을 파괴할 뿐인 개발사업이 여전히 사람들의 욕망을 사로잡고 있고,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 이들이 모인 거대 정당만이 정치하기 좋은 환경에서 녹색당을 포함한 작은 목소리들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나름의 성취를 얻는 경험들이 필요하다. 녹색당이 하고자하는 것은 분명하니, 충분히 준비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신있게 밀고 갈 것이다. 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다. 지치지 않고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며, 희망을 위한 정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에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