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우정 Oct 30. 2020

좁은 문과 참포도

열흘 전의 꿈

열흘 전 꿈. 창문이 있는 주방 천장 위에 포도나무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어른 주먹 두 개 만한 하트 모양의 포도알은 창가에 놓여 있었고 나는 "포도알이 하트 모양이야!"라고 신기해 하면서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천장 아래서 누군가와 밥을 먹었다.


<성경>에서는 인간의 믿음 위에 성을 쌓지 말고, 인간의 영광을 위해 살지 말라고 하던데... 나는 삶을 잘못 살았다. 잘못 살았다. 후회한다. 우상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 구덩이에 푹푹 빠져 살았다. 오늘 꿈에는 그 시작이 나오더라. 대충 초등학교 때부터인가? 아무튼... 포도 나무 아래에 함께 있었던,


그대에게 영광있으리


어제는 <실낙원>이라는 시를 아침에 쓰고 인천대공원에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쉴낙원'이라는 장례식장 간판을 지나치다가 한 번, 집 앞에서 정차한 '쉴낙원' 버스로 그 간판을 한 번 더 보았다.


"오빠, 우연이라는 악마는 코미디언인가봐"


웃음벨이 터졌다.

오늘은 마침 <두 노인>을 보고 산책을 나왔다가 한 노인을 만났다. 웃음벨이 터진다.


그대에게 영광있으리


집에 와서는 <사람에게 많은 땅이 필요한가>를 읽었다. 눈물이 난다. 후회가 된다. 엉엉. 눈물벨이 터진다. 테넷이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다. 그런데 무의식이라는 악마와 내 욕망과 욕심이 의뢰한 것이다. 지병이나 천재지변이나... 다 광범위하게는 '그것'이겠지. 단지 가족에게만은 위안이 될 뿐. 어쨌든 나는 죽어간다. 오늘도 야광 플라스틱 십자가를 쥐고 잠을 잘 것이다.

비스 순례 성당에는 '닫혀있는 천국의 문' 그림이 천장에 그러져 있다. 그래도 내게 남은 희망이란, 천국을 보는 것. 그 문을 보는 것.


- 가짜 낙원을 잃은, 아무개가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 개선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