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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우정 Jun 13. 2021

잘츠부르크와 인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2박 3일 여행

잘츠부르크에서, 만년필 펜화에 수채화 채색

잘츠부르크에서 500년을 이어 왔다는 고서점에서 산 <레퀴엠(requiem)>을 듣고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다. 유작이다. 미완성 유작. 2019년의 10월, 그리고 2020년의 10월과 2021년 6월에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이 글을 쓴다. 악마의 재능을 가진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음악과 그의 도시를 떠올리며 또 예술과 인문학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美. 악마와 가장 가까운 것. 찰나의 아름다움. 찰나를 '영원'으로 가두려는 욕망. 악마와 계약을 해서라도 불멸하고자 하는 아름다움. 욕망의 현현. 무엇이든.

악마는 아름다웠습니다. 모차르트의 도시는 아름다웠습니다. 수학은 아름다웠습니다. 수학의 음계도 아름다웠습니다. 건축은 아름다웠고 악마의 도시도 아름다웠습니다. 그 도시와 성과 예술과 과학과 법칙과 규칙과 질서와 인문이 일구어 질 때 제 생명이 재료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으며, 또 모차르트의 도시를 여행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도시가 아닌 인문을 인문이 아닌 사람,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 사랑의 불변함을 믿었던 이들이 걸어 놓은 잘츠부르크 다리의 수많은 자물쇠와 그 옆에 서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 

저는 현대에 사는 르네상스인이었습니다. 저는 현대에 사는 고딕시대의 인간이었습니다. 저는 첨단 속에 사는 고전이었습니다. 저는 악마의 재능을 추종하였고 악마를 증오하였으며 악마를 배반하고자 하였습니다. 모든 건 허상이었고 모든 건 장식이었고 모든 건 현상이었습니다. 그 중에 저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살아간다는 전율이 이제는 겨우 못 그린 그림 하나 그릴 때에야 온다. 글은 내게 무엇이었나... 모차르트는 정말 내게 의미가 있었나. 


앞으로는 가족을 많이 그리고 싶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 후회와 회환이 밀려드는 어느 가을과 다시 찾아온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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