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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우정 Apr 14. 2022

16화 은하철도 999

초끈이론은 바이올린 줄이 모든 음악적 음색(音色)과 조화의 규칙을 한 틀로 묶는 데 써지는 것과 같이 자연의 모든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 『아인슈타인을 넘어서』, 미치오 가쿠 · 제니퍼 트레이너 

요즘은 중세시대의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고 있다. 몇 백 년도 더 된 2D 영상자료인데 (구)일본 역사 자료를 뒤적이다가 찾았다. 수명이 백 년도 채 안 되는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만화. 그때는 그림을 손으로 직접 그리기도 했다고 하니 대단한 것 같다. 1970년대에 백 년 정도 뒤의 미래를 상상한 것이 아직도 전자도서관에 현현한 자료로 남아 있어 그때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풍속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우주선의 모양을 고대의 증기기관선으로 설정한 것이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고대의 해적선 등. 낭만적인 요소도 많다. 한편으로는 당시 분위기와 맞물려 우주관이 굉장히 비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불멸’의 몸을 얻고자 묘령의 여인과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지만 다른 행성에 도착할 때마다 목숨을 위협받고 또는 살벌한 생존 싸움을 하고 가까스로 도망치거나 아예 행성 하나를 부숴버릴 수밖에 없는 ‘부조리’를 체험한다. 지구가 가장 부조리한 행성인 줄 알았는데 지구보다 더한, 지구의 상식을 넘어서는, 한편으로는 지구와 아주 닮은 부조리한 행성이 즐비하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도 있다. 2143년인 아직도 쓰레기가 된 지구의 심해의 끝까지 측량하지 못했는데 수만 년 비만 내리는 물의 행성의 밑바닥의 모습이라든지 중력이 약해서 하늘에 목장을 만든 행성의 풍경이라든지 낙엽이 토성의 위성 고리처럼 떼 지어 흩날리는 나무의 행성이라든지...


아인슈타인 이래로 줄곧 광속과 광년으로 표시하는 속도와 시간의 개념을 우주 속도 우주 시간으로 표시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였다면 너무 오래된 역사 자료로 느껴졌을 텐데 그림이 연속되는 애니메이션이라서 오히려 신선하고 지금 봐도 친근감이 드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야 말로 불멸에 가까운 기록물이려나?


2143년인 지금, 웜홀이니 블랙홀이니 빠져나가 시간의 개념도 4차원 내지는 5차원으로 왜곡할 수 있는 우주선의 모양은 아직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을까? 원통형으로 둥둥 도는 이 우주정거장 호텔이나 중세시대의 전투기 모양을 한 자가용, 새의 부리를 포기할 수 없는 광속 비행선들... 오히려 초끈이론에 따르면 은하철도 999같이 혜성의 모양에 가깝게 길게 뻗은 기차 모양이 심미적으로도 또 기능적으로도 훌륭하지 않을까? 중세시대 테슬라 전기차 모형으로는 우주선을 만들면서 기차 모양으로는 안 만드는 걸 보면 단순히 기능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광속과 광년의 개념을 4차원의 방정식으로 부수게 되면서 ‘빨리 가는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된 게 최근 트렌드라서 수요만 있다면 낭만적인 기차 모양의 여객 우주선도 개발하려면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수요가 있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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