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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우정 Aug 05. 2024

18화 2024 Paris Olympics

위선의 잔치, 악마의 축제
-2024년 8월, 서울로망 편집장


지구의 절반이 어둠에 잠기고 지구는 밤과 낮으로 나뉘지만 방사형의 돔 제국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불야성이다. 돔 안에 있으면 언제나 낮인 세계. 언젠가 일론 머스크 1세가 한 분단국가의 밤을 보고 '흡사 낮과 밤'으로 나뉜 것 같다고 한 게 기억이 났다. 정거장은 문어 머리-돔의 중앙(한 때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던 곳)-를 지나며 문어 다리를 따라 자전을 하고 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문어 다리는 역시 단단한 투명 관이 씌워져 있어서 급변하는 바다의 날씨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언제봐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건축물이다. 지구가 하나의 도시가 되었으며, 또 하나의 건축물이 된 것이다. 


이 거대한 방사형의 도시는 옛 고대-중세의 '파리(Paris)' 모습을 오마쥬 한 것이라고 한다. 고대-중세 프랑스의 한 도시이자, 전 유럽의 거점이자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파리. 중세의 그 악명 높은 히틀러가 끝내 폭파시키기를 포기한 도시. 지상에는 방사형의 별 모양으로 개선문과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으며 지하에는 역시 방사형의 미로로 수백만 구의 시체가 묻어져 있는, 카타콤의 도시.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한 바벨의 위용을 일찌감치 뽐낸 에펠탑의 오만한 콧날. 


낮과 밤이 고대에도 또 중세에도 한날한시에 동시에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도시. 중세력 2024년 8월, 카타콤에서 피어나는 죽음의 향기를 스멀스멀 내뿜으며 에펠의 꼭대기에서 지상의 밤을 낮처럼 노래하는 가희의 모습은 파리가 가진 엄청난 위선이라는 모순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무대였으며 또 그런 거대한 모순을 안고 있기에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올림픽 무대가 되었다.  


"일루니 1세 새끼, 악마 새끼야, 문어 같은 놈"

정거장 호텔, 바에서 매카시가 술에 취해 욕을 내뱉었다. 매카시는 며칠 전 지구로 강제 송환 명령이 떨어진 지구 자전축의 보안관 중에 한 명이다. 지구에서 자전축의 인공위성 궤도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검문을 맡고 있는데 그중 범죄자 몇 명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때문에 경질을 위해 잠시 지정된 우리 정거장에 구류된 것이다. 아, 여기서 일루니는 일론 머스크다.

 

"매카시, 말 조심해야 해요, 저희 호텔은 완전 감시 대상이라고요." 

"일루니 새끼, 전기차는 무슨 전기차야, 문어 새끼, 물이 아니라, 불을 뿜뿜 뿜어대는, 어, 악마의 전차, 문어 새끼"

횡설수설 살아보지도 않은 일론 머스크 1세 시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맛이 간 모양이다. 경질 대상자한테 이렇게 주류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한 소리 들을 텐데 1세 욕을 하고 있으니 큰일이 났다. 중세 시대인 1세 때의 욕을 해서 그나마 낫다고 할까. 신약보다 구약 욕을 하는 게 차라리 낫듯이...

"초기 전기차는 탄소 중립이라는 지구의 엄청난 모순을 해결해야 됐잖아요, 그래서 그 모양이었죠."

험담의 무게를 희석시키기 위해서 나는 갖은 애를 썼다.

"인마, 너, 전기차 하나로, 핵 보다 무서운, 살상려..ㄱ,살상, 아파트가 다 무너졌다고...."

"그건 테슬라 차가 아니었어요, 망할 벤츠 모델이라고요."

"그래도, 히끅, 여기저기서, 터졌다고, 엉? 그게 더 지구를 오염, 시켰다고?"

"이제 그만 말하세요, 그때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손짓으로 헨리를 불러 홀로그램 실체화를 시켜 매카시를 구류 지정 방으로 옮겼다. 요즘은 왜 자꾸 이런 구류 건들 만 있는지. 짜증이 났다. 


매카시가 방으로 꺼지자 남은 식기를 자동 정리하고 통창으로 된 검은 우주를 바라보았다. 발아래도 통창 모드로 변환시켰다. 발 밑에는 반짝이는 지구가 대가리를 조금씩 돌리고 있었다. 


그렇지, 거대한 모순이지. 


하고 중얼거렸다. 공을 하나 들고 있던 나와 그 공을 받아 주었던 어떤 죽기 직전의 자생론자의 모습이 꿈처럼 어른어른거렸다. 그 중세 시대에도 지구는 이미 망가져 있었어. 아니지, 어쩌면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성호를 신호탄으로 거대한 악마의 축제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지. 누가 누가 더 위선적인가. 누가 누가 있는 것을 없던 것처럼 보여줄까. 더욱더 새롭게, 트렌디하게. 비트 코인도, 전기차도... 그리고....


그게 바로 머스크의 정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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