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북클럽 밑줄 긋고 생각잇기
평소 나이 먹는 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나도 '40'은 남달랐다.
마흔 부터는 살아온 이력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말,
남은 인생을 책임져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으로 막연히 불안하고 막막했다.
또한 지난 스물이나 서른이 봄답지 않았기에
한번도 봄다운 봄을, 청춘을 누리지도 못한 채 늙어버렸다는 아쉬움이
마흔에 들어서는 나를 우울하게 했다.
아마 그때까지의 기억이 행복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두려운 것은 마흔부터는 절망적인 이별을 더 많이 겪을 거란 사실이었다.
마흔이 되기까지 몇 번의 이별을 겪었음에도
결코 익숙해지지 못해
여전히 누군가를 만날 때 헤어짐을 먼저 떠올린다.
반려동물을 택하지 못하는 이유도
사람에게 쉽게 마음 열지 않는 이유도
다 그때문이다
지금 내 맘을 사로잡는 것이
일년 후, 십년 후에도 변치않을 것이란
확신이 내겐 없다.
오늘 만난 고양이를 내년에 만날 수 없고
한때 사랑했던 이를 더는 볼 수 없는 현실.
'이별'이란 열살 스무살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마흔의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한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마흔을 청춘이나 봄이라고 하지 않는 것일까?
피천득 수필가는 마흔을 '여생'이라 했다.
계절이 지나고 남은 생.
마흔이 봄일 순 없지만
여전히 봄을 보고 맞이할 수 있는 나이라고.
나이는 해마다 한살 씩 더해져
다시는 마흔살, 마흔 한살로 돌아갈 수 없다
해마다 계절은 잊지 않고 돌아오지만
지난 계절과 같지 않다..
그래서 지금 내 곁에 있는 계절, 내 나이가 더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지난 마흔번의 봄이나 가을을 다 기억하진 못한다
그러나 분명 안 좋았던 기억보단
웃고 즐거웠던 기억이 많다..
아마 아직 오지 않은 나의 계절도 그러할 것이다..
참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