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사였던 나는 지난 6월에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8월 7일 자로 ‘의원면직’ 처리되었다. 그 사이 서이초의 한 젊은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나의 옛 동료들은 이 죽음을 도화선으로 전에 없이 분노했다.
매일 까만 리본 사진으로 덮이는 카카오톡 프로필 목록을 보면서 그들의 행렬에 완벽히 동참할 수도,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내 모습이 답답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직감적으로 예감하고는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글을 쓰는 것이 방편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하지만 동시에 매우 두려웠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서 홀가분할 줄 알았던 마음이 학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거워져 갔다. 겨우 되돌려 놓은 일상의 소중함을 고통에 절어 글을 쓰며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쓰겠다는, 또 쓰지 않겠다는 상반된 다짐을 번복하다가 결국 이렇게 쓴다.
모든 욕심을 덜어내기로 한다. 우선 ‘잘 쓴 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다. 그 욕심을 고수하기에는 사안이 시급하다. 욕먹지 않고 싶은 욕심도 버린다. 내 글은 어쩔 수 없이 교사의 입장에서 쓰일 것이므로 교사가 아닌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지도 모른다. 동시에 내 글은 교사로서 가지고 있던 교직 문화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기도 하므로 어떤 교사들은 내 생각에 반대할 수도 있다. 내 글이 대단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도 없다. 그러기를 바라며 첫 번째 책을 낸 적이 있지만 달라지는 건 크게 없다는 걸 이미 배워 알고 있다.
대신 학교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교사가 아이들과 어떤 모습으로 지내는지, 교사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교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학교 내의 권력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되는지 등의 학교 밖에 있으면 알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내 경험을 기반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여기에서 내 글의 한계 또한 분명히 드러난다. 각 학교가 속한 지역에 따라, 교사의 연차에 따라, 경험한 학교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또 교사의 성별에 따라 모두의 경험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 한계를 직시하며 쓴다. 그 한계를 감안하며 읽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