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시기 형!

-쪼가리소설. 휴 콩트-

by 김휴

갑시기 형!

-쪼가리소설-


갑식은 중국집 앞을 서성인다.

들어가려다 말고, 저만치 갔다가 돌아와 서성이고

짜장면집 문을 열었다 돌아서고 만다.


"짜장면 한 그릇에 팔 천원이나 하나?"


그때 지나가던 동네 후배들이 갑식을 쳐다보며


"형! 짜장면 먹었어?

왠 일이래. 외식을 다 하고."


갑자기 갑식은 이빨 쑤시는 시늉을 한다.


"저 형 요번에 토지보상금 이십억 넘게 받았어.

돈이 좋긴 좋네.

저 짠돌이가 중국집을 다 들나들고."


"갑시기 형은 뭔 재미로 사는 가 몰라.

아직도 호주머니에 천 원짜리 한 장만 넣고 다녀요."


"어제도 종일 들에 나가 일을 하더라구.

그 많은 재산을 누구에게 물려주려나?"


며칠 뒤 저녁 무렵, 갑식은 치킨집 앞을 서성거린다.

닭 튀기는 냄새가 고소하다.

갑자기 결심을 한듯 치킨집으로 들어간다.


저 구석에 동네 후배들이 모여 치맥을 즐기다가

갑식를 보고는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린다.


"저 형! 또 왔네.

수 십억 거지가 왜 오셨을까?"


"야! 모른 척 해.

오늘은 저 형에게 줄 치킨은 없는 거야."


"그동안 우리에게 얻어 먹은 것만 닭장 하나는 채울 걸.

왜 저러고 사는 지 몰라. 카드 한 장 없는 원시인이지."


그들에게 전혀 관심도 없는듯

갑식은 주인 이씨에게 뭔가 진중하게 얘기를 나누다 나간다.


한참 뒤, 동네 반건달들이 계산을 하면서 주인 이씨에게 묻는다.


"갑시기 형은 왜 왔어요?"


"어. 산 밑 보육원에

매달 첫 번째 토요일에 치킨 열 마리씩 갖다 주고

자기 집에 들러 돈 받아 가라고.

저 형님 땅 보상 받기 전에도

해마다 고아원에 쌀 다섯 가마씩 갖다주곤 했었어.

자기 입에 들어가는 건 너무 아껴서 탈이지만

갑식이 형은 멋쟁이야!"


반건달들 아구처럼 입이 딱 벌어진 상태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우우 도망치듯 나가버린다.


글. 김휴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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