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하는 엄마라는 자리에 회의감이 찾아와 우울해질 때가 있다. 대부분의 원인은 아이들에 관한 일 때문이다. 엄마가 일하므로 해서 아이들의 희생이 따를 때 참기 힘든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엄마가 함께 해줘야 할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아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엄마는 하루 종일 쓰린 마음으로 보낸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준비물에 대한 안내가 잘 전달되지 않아서 챙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중에 알게 되면 학교로 준비물을 갖다 주기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일하는 엄마는 갈 수가 없다. 지금은 거의 모든 준비물을 학교에서 제공하지만, 예전에는 알림장을 통해 준비물을 챙겨야 했다.
아이가 알림장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날은 엄마가 퇴근이 늦어서 알고도 준비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다음날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문구점에 들러 준비물을 구입해서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학년이 되면서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지만, 매일이 준비물 전쟁이기도 했다.
중, 고등학교 과정을 보내면서 학교에 가야 할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참여할 수 없어서 미안함이 컸다. 아이들은 엄마는 바빠서 학교 행사는 참여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때는 행사가 지난 후에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말썽 없이 잘 보낸 학교생활 중, 딱 한번 좋지 않은 일로 학교를 찾아가야 했던 일이 발생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다툼이 생겼고, 그로 인해 학교에 찾아간 일이 있었는데 가장 마음 아팠던 사건이었다. 아이에게 잘못이 생기면 일하는 엄마여서 그런 거 같아서 속상하고 마음이 몹시 아프다. 처음 있는 일이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지만, 그 당시 큰 충격을 받았고 아직도 마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딸은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졸업 전에 이미 취업이 되었기에 요즘 취업난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많은 청년들에 비하면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얼마 전,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감독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리지만 본인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듯해서 아주 기뻤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다툼을 겪은 후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공부가 뒷전이 되었던 아들은 대학을 포기했었다. 스스로 실력을 평가하고 대학에 갈 수 없을 거라 판단했는지, 미리 포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절망스러웠다. 모두 엄마 탓인 듯 생각되었고 뭐가 중요한지 판단하지 못한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나기도 했다.
결국, 많은 대화 끝에 대학포기의 마음은 접었으나 이미 실력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할 수 없이 지방대학을 선택하게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그곳에서 잘 적응했다. 낯선 곳에서 지내며 철이 든 아들은 열심히 공부하였고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서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했고 당당하게 전문직 직장인이 되어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때 늘 부족함을 느껴야 했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이들은 어느덧 자라서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먹고살기 바빴던 일하던 엄마는 잘 자라준 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경제적으로 든든하게 뒷바라지를 해준 것도 아니면서 그저 일하느라 바쁘기만 했던 엄마였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자리를 찾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마음 쓰리고 우울해지는 날이면, 기분전환을 위해 아이들 자랑을 하고 싶어 진다. 해준 것 없어도 이렇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좋은 대학 나와도 취직을 못해 걱정하는 부모도 많은데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하게 된 사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직장인으로 당당해진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늘 부족했음을 느끼며 마음이 아려오기도 한다. 엄마의 아린 상처를 치료해주는 약은 의젓하고 당당해진 아이들이다. 가끔 이유 없이 맥 빠지고 힘들 때도 아이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만약, 엄마가 일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정보력을 갖춘 극성스러운 엄마가 되어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 팔불출 엄마가 될 수 있어 행복하다.
당당한 모습으로 성장한 자식은 엄마의 자랑이며 힘이 된다.